고전은 내친구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요
[60]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아이에서 청년이 되는 주인공 스티븐
시간에 따라 여러 변화를 경험하면서 관심사가 달라지고 의식도 발전하죠
나이를 먹으면서 변하는 우리의 생각 바르게 자라는지 스스로 살펴야 해요
대부분의 소설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화를 감상하듯 사건과 인물의 대화를 듣다 보면 어느새 작품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볼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이제까지 읽어왔던 작품들과는 다릅니다. 작품 속으로 깊이 빠져들기가 쉽지 않고, 때로는 왜 이런 내용이 갑자기 나오는지 이해되지 않기도 합니다. 이 작품이 까다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의 의식 변화를 성장 과정에 따라 써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사건을 대하는 주인공의 시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자서전 성격을 띤 작품이라고 합니다.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가 유년기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의식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이 작품의 중심입니다. 주인공이 아버지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이때 쓰인 말들이 재미있습니다. 아버지는 "옛날 옛날에 음매하는 소가 있었어"라고 이야기하고, 주인공은 "오, 그 파얀 잔니꼬 피고(오, 그 파란 장미꽃 피고)"라고 노래합니다. 주인공 스티븐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보여주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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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공 스티븐의 의식 변화는 때때로 날개가 돋는 것처럼 갑작스레 나타났어요. 순간적이고도 강렬한 깨달음에 의해 다음 단계로 성장한 셈이지요. /그림=이병익
어린 시절 자기중심적이고 비논리적이던 스티븐의 의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달해가기 시작합니다. 그 발달 과정이 연속적이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변화를 경험합니다. 이때마다 주인공이 경험하는 현상을 '에피파니'에 빗대기도 합니다. 에피파니는 그리스어로 '귀한 것이 나타난다'는 뜻으로, 문학에서는 '평범한 일상에서 한순간 갑작스럽게 경험하게 되는 통찰과 깨달음'을 뜻합니다. 즉 주인공 스티븐의 의식이 순간적이고도 강렬한 깨달음에 의해 다음 단계로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스티븐이 자라면서 그의 관심사는 점차 가족의 문제로 옮겨져 갑니다. 그다음으로는 종교의 문제, 나아가 예술의 영역으로 관심이 집중됩니다. 또 개인의식은 민족의식으로 발전하고, 나중에는 고향 아일랜드를 떠나는 것으로 의식의 확장을 표현합니다.
#이야기 하나
역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서양 문화사를 연구한 학자입니다. 그의 관심 분야는 원래 종교였습니다. 그러다가 관심 분야가 정치로 옮아가고 마지막에는 문화 예술에 열정을 쏟아 부었지요. 이러한 삶의 과정은 그가 문화사를 해석하는 틀이 됩니다. 그는 서양 문화사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종교·정치·예술을 꼽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들 가운데 하나가 '주(主)'가 되고, 나머지 두 가지는 '부(副)'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정치'가 주였다면, 중세 시대에는 정치에 눌려 있던 종교가 역사의 꼭대기에 서고 나머지 두 변수가 종속됐다는 것입니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문화와 예술이 역사를 움직이는 핵심적인 힘이 되고, 나머지는 거기에 딸려 붙은 것이 된다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관심사가 한 가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관심 분야를 넓혀가면 여러분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도 확장될 것입니다.
성장 과정에서 스티븐은 많은 갈등을 겪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는 물론 자기 내면과도 계속 갈등하며 많은 방황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옥에 대한 생생한 설명에 자기 죄를 깨닫고 회개합니다. 그 일 이후로는 누구보다 정결한 삶을 살아갑니다. 스티븐은 신부가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진로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한 소녀의 이미지가 고뇌하는 스티븐의 영혼에 답을 합니다. "살며, 과오를 범하며, 타락해 보고, 승리하고, 삶에서 재창조하는 거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스티븐은 성직자가 되기보다 예술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지요.
#이야기 둘
공자는 의식 성장을 다음과 같이 6단계로 표현합니다. 15세에는 공부에 뜻을 두고, 30세에 자신의 입장을 세웠으며, 40세에 자기가 주장하는 입장이 옳은지 그른지 다른 사람과 겨루어 검토했고, 50세에는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의 입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60세에 이르러 다른 사람의 입장도 수용하게 되었으며, 70세가 되자 자기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다른 이들과 잘 조화를 이루는 단계로 발전했다.
여러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기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겉모습뿐 아니라 자신의 의식을 들여다보는 눈을 키워야겠지요. 삶을 살아가며 여러분의 의식도 변해가면서 그 수준이 차츰 높아져 가길 바랍니다. 만약 여러분의 의식이 늘 같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시간이 갈수록 뒤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여러분은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의 생각이 바뀐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대상의 본질을 한순간에 알아차리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작은 부분을 보고도 전체를 그려내는 통찰력과 일의 시작만 보고도 그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지혜를 키워보세요. 어느 사회에서든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고전 1분 퀴즈]
1. 제임스 조이스의 ( )은 작가의 자서전 성격을 띤 작품으로 꼽힙니다.
2. 주인공 스티븐의 의식 발달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는 것을 ( )에 비유하기도 해요. 귀한 것이 나타난다는 뜻인데, 갑작스럽게 경험하게 되는 통찰과 깨달음을 의미하지요.
정답 1. 젊은 예술가의 초상 2. 에피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