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는 용기가 평등한 세상 만들죠

입력 : 2013.12.12 05:36 | 수정 : 2013.12.12 09:06
여러분, 그제가 무슨 날이었는지 알아요? 학교 가기 싫은 월요일이라고요? 아, 모르는 친구들이 많네요. 이제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버스나 지하철에 타면 누구나 두리번두리번 빈자리를 찾아요. 빈자리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고 나면, 편안하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어느 자리를 선택하든 자유지요.

그런데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억지로 쫓겨나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더군다나 그 자리 때문에 감옥에 가야 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상상만으로도 어이없고 화가 나는 이 일은 놀랍게도 60여 년 전, 미국의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랍니다.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는 용기가 평등한 세상 만들죠
/웅진주니어 '일어나요 로자'
로자는 평범한 가정의 주부이자 솜씨 좋은 재봉사였지요. 어느 날, 로자는 평소보다 일을 조금 일찍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탔어요. 그런데 당시 로자가 살고 있던 몽고메리 지역에서는 백인과 흑인이 앉을 수 있는 버스 좌석이 법으로 구분되어 있었지요. '백인좌석', '흑인 좌석', 흑인과 백인 누구나 앉아도 되는 '공용 좌석', 이렇게 세 종류였죠.

그날 로자는 비어있던 공용 좌석에 앉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버스 기사가 고함을 질렀어요. "거기, 자리 비키라잖소!" 로자의 자리를 백인에게 양보하라는 말이었어요. "왜 내가 일어나야 하죠?" 로자는 나직하면서도 힘 있는 말투로 항의했어요. 그러자 기사는 경찰을 부르겠다고 위협했고, 몇몇 백인들은 "체포하라! 버스에서 끌어내라!"고 웅성거렸어요. 하지만 로자는 꿋꿋하게 그대로 앉아있었지요.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백인에게 양보해야만 하는 현실에 지쳤기 때문이었어요.

출동한 경찰조차 "아줌마, 자리 좀 비키시지?"라고 말했어요. 로자는 싫다고 했고 결국 체포되고 말았지요.

로자의 체포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조심스레 뜻을 모았어요. 그러고는 잘못된 관습을 무너뜨리기 위해 몰래 포스터를 만들었지요. '버스를 타지 맙시다' '버스 승차를 거부해 로자를 도와줍시다'라고 적힌 포스터를 읽은 사람들은 로자처럼 차별에 맞서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마틴 루서 킹 목사를 중심으로 모두 버스를 거부하고 걸어다니기로 했답니다. 빗속에서도, 땡볕에서도, 추운 한겨울에도 말이지요. 걷기 투쟁은 한 해를 넘길 정도로 꾸준히 이어졌어요. 전국의 수많은 사람이 신발과 외투, 돈을 보내며 응원했고, 결국 미국 대법원은 버스 안에서의 차별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지요.

모든 국민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나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뜻이에요. 로자처럼 용기 있는 사람들의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억울한 이유로 차별당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인권을 기리는 날이 매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이랍니다. 여러분도 인권을 당당히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랄게요.


[부모님께]

어린이들에게 ‘인권’은 다소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이므로, 충분한 예화를 들어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성별·장애·국적·나이를 이유로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만약 억울하게 차별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 보도록 이끌어주세요.

방민희 | 관악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