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조선을 서양에 알린 하멜, 네덜란드 무역상이었대요

입력 : 2013.12.11 05:44 | 수정 : 2013.12.11 09:12
옛날 서양 사람들은 동양이란 미지의 세계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어요.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사람들도 서양이 궁금했겠지요. 당시 서양인들이 궁금했던 동양,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이란 나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던 책이 바로 '하멜 표류기'였답니다. 이 책은 네덜란드의 하멜이 썼어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뜻하지 않게 표류하다 조선에 머물게 된 과정을 쓴 책이죠. 그 옛날 네덜란드 사람이 우리나라까지 어떻게 왔을까 궁금하죠?

바다에서 표류하던 하멜과 그 일행이 조선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제주도 용머리해안이에요.
바다에서 표류하던 하멜과 그 일행이 조선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제주도 용머리해안이에요. /토픽이미지
하멜은 무역을 하던 동인도회사 직원이었답니다. 당시 그곳은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던 중국과 일본의 향신료와 비단, 도자기 등을 갖다 팔던 큰 회사였어요. 하멜은 동인도회사 본사가 있던 바타비아(지금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1653년 하멜은 배를 타고 타이완을 거쳐 일본 나가사키로 향했어요. 이 배에는 하멜을 비롯해 60여명이 타고 있었는데, 조선 근처에서 풍랑을 만나 배가 부서졌어요. 배에 탄 사람들은 바다를 떠다니다가 제주도 용머리해안(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이르렀답니다.

용머리해안은 용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이에요. 산방산을 뒤로 하고 바위가 켜켜이 쌓인 멋진 곳이랍니다. 이곳 용머리해안에는 하멜과 그 일행이 표류하다 제주도에 도착한 것을 기념하는 '하멜 기념탑'과 '하멜 선상(船上)기념관'이 있어요. 제주 올레길 코스에서 용머리해안을 끼고 돌다보면 하멜 기념탑을 만날 수 있어요.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하멜 선상기념관이 있고요.

하멜 선상기념관은 옛날 유럽 배의 모양을 하고 있어요. 표류하던 하멜이 제주도에 도착한 350주년을 기념해 2003년 8월에 설립됐지요. 네덜란드 바타비아 광장에 전시돼 있는 바타비아호를 모델 삼아 똑같이 만들었다고 해요. 커다란 배 안은 2개의 전시실로 되어 있는데, 한 곳은 하멜 일행이 생활했음직한 생활 소품 모형과 동인도회사 관련자료 등이 있어요. 다른 한 곳은 하멜과 같은 네덜란드인으로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히딩크 감독에 관한 전시로 꾸며져 있지요. 배 안을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면 옛날에 배를 타고 세계 곳곳을 항해하던 유럽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요.

17세기에 프랑스에서 출간된‘하멜 표류기’표지예요. 이 책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지요.
17세기에 프랑스에서 출간된‘하멜 표류기’표지예요. 이 책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지요. /조선일보DB
제주도에 도착한 하멜 일행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죠? 하멜은 포로 신분으로 제주도에서 한양으로 보내졌답니다. 전라남도 강진과 여수로 보내지기도 했고요. 나라에서 준 땅을 일구기도 했고,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을 땐 구걸도 했다고 해요.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가길 원했던 하멜은 조선 땅에 닿은 지 13년이 되어서야 일본 나카사키로 탈출합니다. 마침 나카사키에는 하멜이 근무하던 동인도회사에서 운영하는 상점이 있었어요. 하멜은 동료들과 함께 1668년 네덜란드로 돌아갔답니다.

고향으로 돌아간 하멜은 13년 동안 조선에 붙잡혀 있었던 시기의 급여를 받기 위해 회사에 낼 보고서를 자세히 작성했어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하멜 표류기'랍니다. 자기가 머물렀던 조선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그곳 백성들은 어떻게 사는지, 교육은 어떠한지, 가까운 일본과 중국과의 무역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쓴 것이지요. 이 보고서는 책으로 출판되어 네덜란드는 물론이고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지요. 결과적으로 조선을 유럽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답니다.

하멜을 기념하는 곳은 제주도 이외에도 전라남도 강진과 여수에도 있어요. 하멜 기념관이 우리나라에 세 곳이나 있다니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인기가 많은 셈이지요?

임후남 |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