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쑥쑥 역사

옛사람들 상상했던 별천지 '무릉도원' 그림으로 그렸죠

입력 : 2013.12.10 05:45 | 수정 : 2013.12.10 09:00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작품을 통해 ‘무릉도원’이라는 말이 널려 알려졌지요.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작품을 통해 ‘무릉도원’이라는 말이 널려 알려졌지요.
지구의 속이 비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지구 내부는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 같아요. 기후가 어느 곳에서나 일정하고, 비가 적당히 내리고, 인간 수명은 600~800세나 된다니 옛 사람들이 생각하던 '무릉도원' 같아 보이네요.무릉도원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지요?

4세기쯤 중국 동진(★)에 효무제라는 황제가 있을 때 후난성의 무릉이라는 곳에서 어떤 어부가 민물고기를 잡으며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그 어부가 물고기를 잡으러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다가 양옆 언덕으로 복숭아꽃이 활짝 핀 숲을 보게 되었지요. 꽃잎이 휘날리는 그 숲을 보며 어부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어요. "이 강에서 그렇게 오래 물고기를 잡았어도 이런 곳은 처음 와보는군."

어부는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에 끌려 한참 동안 숲을 헤쳐 앞으로 나아갔죠. 그러다가 숲이 끝나고 강의 근원이 되는 근처에서 동굴을 발견했어요. 동굴 안에서는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고, 어부는 불빛을 따라 동굴로 들어섰어요.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날 만한 좁은 동굴을 힘들게 빠져나오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어요. 멋진 집과 기름진 땅, 아름다운 연못이 있는 곳에서 남녀노소가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 별난 세상을 보게 된 것이에요. 어부가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수백년 전에 이곳으로 온 뒤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지냈다는 것이었어요. 어부는 그 신비한 마을에서 며칠 동안 지낸 후 자기 마을로 떠나려 했지요. 이때 마을 사람 중 하나가 어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바깥세상에 나가면 이 마을에 대해 절대로 말하지 말아주시오."

어부는 마을을 나선 뒤 원래 장소로 배를 타고 돌아가면서 도중에 표시가 될 만한 곳을 여기저기 눈여겨보았어요. 자기 동네로 되돌아온 뒤 사람들과 함께 그 신비한 마을을 찾으러 다시 나섰지요. 하지만 끝내 신비한 마을을 찾지 못했어요.

무릉도원을 그림으로 묘사한 중국 화가의 작품이에요. 서양의 에덴 동산을 무릉도원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무릉도원을 그림으로 묘사한 중국 화가의 작품이에요. 서양의 에덴 동산을 무릉도원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이 이야기는 동진의 시인 도연명이 쓴 '도화원기'의 줄거리예요. 이 작품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별천지(★)를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고 불렀어요. '무릉의 복숭아꽃 피는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이지요. 이상향(★)을 비유적으로 무릉도원이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무릉도원은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에도 영향을 주어 시와 그림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되었지요. 조선 세종의 아들 안평대군이 꾼 꿈속의 풍경을 화가 안견이 사흘 만에 그렸다는 '몽유도원도'도 무릉도원의 모습을 그린 거예요. 강원도 동해시 두타산에 있는 무릉계곡도 '무릉도원을 생각나게 하는 빼어난 경치를 지닌 계곡'이라고 붙인 이름이라고 해요.

그런가 하면 옛사람들은 지구 내부, 즉 땅속에 현실과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세상을 황천(黃泉)이나 구천(九泉) 또는 저승으로 불렀지요. 그곳은 죽은 사람이나 죽은 사람의 영혼만이 갈 수 있는 곳으로, 현실 세계에서 착하게 산 사람은 신선이나 선녀가 되어 아름다운 공간에서 산다고 생각했어요. 악한 일을 하며 죄를 짓고 살다가 죽은 사람은 무시무시한 형벌을 받는 지옥에 간다고 여겼고요. 옛날 사람들의 상상력도 요즘 못지않죠? 소박한 듯하면서도 꽤 재미있지요.

동진(東晉): 진나라 후기의 중국 왕조

★별천지(別天地):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밖의 다른 세상. 또는 일반 세상과는 달리 경치나 분위기가 아주 좋은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상향(理想鄕): 사람이 상상해 낸 이상적이며 완전한 곳.

지호진 | 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