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지구의 속이 텅 비어 있다?

입력 : 2013.12.10 05:45 | 수정 : 2013.12.10 08:59

800세 수명의 거인들이 살고 남·북극엔 그곳으로 가는 구멍… SF소설 같은 '지구공동설'
과학적 근거 없는 이야기지만 이런 상상력이 과학 발전 이끌죠

"지구 속에는 또 하나의 지구가 숨어 있다."

여러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상으로 받아들일 거예요. 그런데 최근 지구 맨틀 아래에 또 다른 생태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와 화제가 되었어요. 미국 정부가 지구 속의 또 다른 세계를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숨기고 있다는 폭로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이 때문에 오래 전에 유행해 공상과학소설과 영화의 소재로 쓰였던 '지구공동설'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지요.

지구공동(空洞)설이란 말 그대로 지구 내부가 텅 비어 있다는 주장이에요. 과학 교과서에서는 지구가 표면에서부터 지각·맨틀·외핵·내핵 순서로 구성돼 있다고 나오지요. 이렇게 지구 내부가 꽉 차 있다고 교과서가 말하는데, 텅 비어 있다는 지구공동설이 왜 나오는 걸까요? 지구공동설은 중세의 철학자 브루노가 주장했는데, '핼리혜성'을 발견한 핼리와 '오일러의 정리'로 유명한 오일러도 그 주장을 옹호했어요. 이들은 지구공동설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보겠다며, 지구는 원심력에 의해 무거운 물질들이 바깥쪽으로 밀려나 굳어지면서 만들어졌으므로 속이 텅 비어 있다고 주장했어요. 흙을 도자기 틀에서 돌리면 속이 빈 도자기가 되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말했지요. 또 북극과 남극에는 지구 내부세계로 통할 수 있는 큰 구멍이 있어서 그곳으로 지구 내부의 빛이 새어 나온다고 했어요. 그게 바로 '오로라'라고 주장했지요. 북극의 동물들이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이 아니라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도, 지구 내부 세계에 있는 먹이 때문이라고 했지요. 가끔 발견되는 미확인물체(UFO)도 지구 내부에 사는 사람들이 바깥 사정을 살펴보려고 보냈다는 주장이에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심지어 실제로 지구 내부 세계를 다녀왔다는 사람들의 증언도 있어요. 이들이 말하는 지구 내부의 세계는 어떨까요? 육지의 면적이 바다보다 3배 크고 기후도 어느 땅이나 일정하다고 해요. 구름도 있고 비는 적당히 내리고, 중심부에는 태양 역할을 하는 핵도 있다고 하지요. 사람의 수명은 600~800세나 되고 키도 3m나 된다고 해요. 그리고 언어도 단 한 종류라 말이 다 통한대요. 다른 동식물들의 크기도 커서 사과는 사람 머리보다 크고, 포도 알은 오렌지 보다 크다고 해요. 그곳 사람들은 태어나서 10대까지는 음악공부, 20~30대에 학교를 다니고 75~100세가 되어서야 결혼을 한다고 하고요. 정말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만한 이야기지요?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볼 때 합리적인 것일까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지구공동설을 사이비 과학으로 보고 있어요. 도자기 속이 비는 것은 바깥에서 손을 이용해 흙을 눌러주기 때문이지만, 지구의 경우에는 내부에 아주 강한 중력이 없으면 그렇게 될 수 없다고 해요. 만약 남극과 북극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면 수많은 탐험가들이 이미 발견했겠지요? 겨울철에 북쪽으로 이동하는 동물들은 일부에 불과하고, 또 그 동물들이 이동하는 이유도 상대적으로 먹이 경쟁이 덜한 장소를 택한 것이에요. 무엇보다 지구는 수많은 천체들의 움직임과 중력, 에너지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지구 내부에 또 하나의 태양과 생명체들이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 논리로 이해하기 어려워요.

이처럼 지구공동설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 좋을까요? 역사적으로 거짓으로 알려졌던 것이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가끔 있어요. 반대로 진실로 여겨졌던 것이 나중에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도 있고요. 많은 과학적 원리들은 처음에는 가설에서 시작되었어요. 물질은 기본 알갱이로 이뤄진 것이라는 생각은, 과학이 발달한 이후에야 사실임이 증명되었지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코페르니쿠스의 생각도 당시에는 과학자들, 신학자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어요.

별의 위치와 움직임으로 점을 치는 점성술은 비록 요즘엔 과학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천문학 발달에 기여했고요. 금이 아닌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도 실패로 끝났지만, 화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어요. 이처럼 과학과 비과학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허무맹랑한 지구공동설을 과학적으로 반박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으니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과학이 무척 발전한 현재에도 아직 지구에 대해 밝혀 내지 못한 것들이 많아요. 지구는 모든 것을 직접 관찰하기엔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저지형과 지구 내부의 모습, 지구의 질량과 태양과의 거리 등을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 덕분이에요. 이런 과정 속에서 여러분의 창의력이 성장하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함께 생각해봐요]

바다 깊은 곳에 새로운 세계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집의 땅속 깊은 곳에 지하 도시가 있다면, 어떤 형태일지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 보세요. 만약 여러분이 아무도 모르는 세상을 지구 어딘가에 따로 만든다면, 어떤 장소에 어떻게 만들지 상상력을 뽐내보세요. 달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보세요.

[관련 교과] 5학년 1학기 '지구와 달'

조영선 | 과학학습도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