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읍시다
"남을 시기하는 악한 마음, 자신의 내면까지 괴롭히게 돼"
입력 : 2013.12.09 05:57
| 수정 : 2013.12.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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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스킬로스는 대표적인 그리스 비극 작가이지요. /Getty Images 멀티비츠
아가멤논을 쓴 아이스킬로스는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작가입니다. '아가멤논'은 아이스킬로스가 60세 이후에 쓴 비극 작품집 '오레스테이아(오레스테스의 이야기)'의 3부작 중 하나입니다. 아이스킬로스는 41세 때 비극 경연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열두 차례나 연속 우승할 정도로 뛰어난 작가였지요.
보초병: 신들이여, 제발 이 고생이 끝나게 해주세요. 저는 긴긴 시간 동안 망을 보는 개처럼 이 궁전 지붕 위에 팔베개하고 누워 밤하늘의 별들이 만나는 것을, 겨울과 여름을 가져다주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저는 오늘도 횃불의 신호가 트로이에 대해 알려주고, 승리를 알리는 찬란한 불빛이 솟아오르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가멤논의 첫 장면이에요. 한밤중에 궁전 지붕 위에 있는 보초병이 트로이에서 승전 소식이 전해지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여러분이라면 이 장면을 연극으로 구성할 때 어떻게 할 지 생각해보세요. 등장인물은 몇 명으로, 배경은 무엇으로 할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아가멤논: 내가 무사히 돌아오고 권리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신들이 도와준 덕분이다. 아직도 피어오르는 연기가 트로이가 어떻게 됐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죽음의 불길이 아직 타오르고 있다. 그 불길과 함께 트로이의 부유함은 모두 타버리고, 남은 잿더미는 마지막 숨을 내쉴 것이다. (중략) 큰 행운을 누리는 친구를 시기하지 않고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시기하는 악한 마음은 내면에 파고들어 사람을 괴롭히는 법이다. 불쾌함으로 마음이 짓눌리고, 남이 잘되는 것을 바라보면 한숨을 내쉰다. 많은 사람과의 사귐은 거울에 스쳐가는 그림자처럼 허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는 예전부터 보아 왔다.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한 아가멤논이 돌아와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하는 대사입니다. 그는 남이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며, 수많은 사람과의 사귐은 헛되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아가멤논의 생각에 동의하나요? 아가멤논의 말을 듣는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보세요.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반응을 상상하며 연극의 대사나 행동으로 써 봐도 좋아요.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자기 딸을 신에게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과, 딸을 희생시킨 남편을 원수로 여기고 복수의 기회를 노리는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 여러분은 누구 손을 들어주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그 이유에 대해 말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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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로이전쟁을 소재로 삼은 영화의 한 장면이에요. 그리스 군대가 두고 간 커다란 목마(木馬)를 성 안으로 들여놓은 트로이 사람들은 큰 화를 입었지요. /조선일보DB
아이기스토스: 언젠가 너희를 단단히 혼내주겠다!
합창단: 신이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해주시면, 당신이 말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오.
아이기스토스: 나라에서 추방당한 사람들은 희망을 양식 삼아 살아가지.
합창단: 당신 마음대로 정의를 실컷 모독해 보시오.
아이기스토스: 너희가 한 뻔뻔스런 말 때문에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합창단: 암탉 옆에 있는 수탉처럼 실컷 우쭐하며 사시오!
클리타임네스트라: 개가 짖는 허튼소리엔 더 신경쓰지 마세요. 당신과 나는 이 궁전의 주인으로서 탄탄한 권력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아가멤논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아가멤논을 죽인 아이기스토스와 클리타임네스트라가 퇴장하고, 궁전 문이 닫히면서 극이 마무리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