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친구
나라를 위해 가족을 버리는 건 옳은 일일까요?
입력 : 2013.12.09 05:57
| 수정 : 2013.12.09 09:05
[59] 그리스 비극 '아가멤논'
"딸을 신께 바쳐야 전쟁에서 이긴다"
트로이로 원정 떠난 아가멤논 왕… 딸을 지켜야 하는 개인윤리 대신 왕으로서 필요한 사회윤리 택했죠
서로 부딪치기 쉬운 개인과 사회… 고집 버려야 갈등 막을 수 있어요
나무로 만든 커다란 말을 성 안으로 들였다가 망한 사람들은? 그래요. 트로이 목마(木馬) 이야기입니다. 한밤중에 목마 안에서 나온 그리스 군사들의 기습 공격에 트로이 사람들은 줄줄이 쓰러졌지요. 오늘 살펴볼 그리스 비극 '아가멤논'은 '트로이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아가멤논은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의 형이랍니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는 수십 명의 남자들이 결혼해달라고 졸랐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에요. 이런 헬레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트로이 왕자 파리스는 그녀를 자기 나라로 데려갔어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화가 난 메넬라오스는 그리스 연합군을 꾸려 트로이를 공격하기로 합니다. 메넬라오스의 형 아가멤논은 미케네 왕으로서 그리스 연합군의 우두머리가 돼 군대를 이끌고 나섰어요. 그런데 바람이 뜻대로 불지 않아 배를 띄울 수 없어 트로이로 갈 수가 없었죠. 이때 예언자가 "바람이 불도록 하려면 아가멤논의 딸을 제물로 바쳐 신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어요. 의리를 저버리고 트로이 원정을 포기하는 것과, 보물보다 더 귀한 딸을 희생시키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던 아가멤논은 결국 딸을 제물로 바칩니다. 그러자 배가 가려는 쪽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아가멤논은 군대를 이끌고 무사히 트로이에 도착했어요. 전쟁은 10년이나 계속됐고, 결국 승리의 여신은 그리스군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유명한 '트로이 목마'를 이용해 승리를 거둔 것이지요. 아가멤논을 비롯한 그리스 연합군은 승리를 알리며 귀국합니다. 하지만 그런 아가멤논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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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병익
#이야기 하나
1960년대 초반 미국의 경제 원조가 중단되면서 우리나라는 외환 부족 위기에 빠졌고, 우리 정부는 서독에 자금을 요청했다. 그러자 서독 정부는 한국의 간호사들을 파견해줄 것을 요구했다. 간호사들이 서독에서 받는 돈을 그곳의 은행에 예금하도록 해, 혹시라도 한국 정부가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할 경우 간호사들의 저금을 회수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발전은 많은 개인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지금 50~60세가 넘은 세대는 가정생활을 거의 포기하고 주말도 없이 회사를 위해 또는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개인의 삶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이들이 존재했기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지요.
그런 측면에서 스파르타 왕을 속이고 그의 여자를 빼앗아간 파리스의 행동은 사회조직의 기본 틀인 신뢰를 깬 행위입니다. 트로이의 멸망은 파리스의 이기주의적인 행동에 대한 벌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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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케네 유적지에서 발견된 가면이에요. 아가멤논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토픽이미지
이처럼 작품 '아가멤논'은 파리스가 사랑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으로 저지른 일을, 아가멤논이 사회윤리를 내세워 처단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윤리를 저버린 아가멤논이 부인에게 죽임을 당하는 악순환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개인윤리와 사회윤리, 그 어느 쪽에 있든 이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즉 지나친 오만함이 이들을 갈등과 몰락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통적으로 '중용의 도'를 중시했습니다. 그리스의 '중용'은 너무 지나친 것을 피하는 것입니다. '아가멤논'에서는 파리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지금 우리 분명하게 본다네.
가문의 부(富)가 도를 지나쳐
자화자찬하며 뽐내는 자들을,
무모한 교만을 드러내는 자들을
신께서 재앙을 내려 심판하는 것을…
결국 '아가멤논'에서 화를 당한 인물들은 중용의 도를 지키지 못해 화를 입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주변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아마도 대부분은 가치관 충돌 때문에 빚어진 것일 겁니다. 나아가 자신의 가치관만을 고수하는 오만함이 그 원인이 되지요. 과도한 자부심, 오만함은 반드시 위기를 가져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보며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 가치가 충돌할 때 극단을 선택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더 중요한 가치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전 1분 퀴즈]
1. ‘아가멤논’은 고대 그리스 비극 ( )의 3부작 중 하나랍니다. ( )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2.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비극 작가 ( )는 ‘아가멤논’에서 등장인물의 갈등을 통해 사회윤리와 ( ) 윤리의 대립을 표현했어요.
정답 1. 오레스테이아, 트로이 2. 아이스킬로스,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