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이곳에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

입력 : 2013.12.06 05:22 | 수정 : 2013.12.06 08:46

터키 이스탄불 '성소피아박물관'

4세기 고대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 기독교 인정하고 성소피아성당 만들어
6세기 비잔틴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성소피아성당 웅장하게 다시 지었죠
비잔틴 제국 멸망 후 모스크 되었다가 1923년 이후 박물관으로 쓰고 있어요

튤립의 원산지는 어디일까요? 커피 향기 가득한 카페를 처음 만든 나라는 또 어디일까요? 아마 여러분 중 상당수는 유럽의 어느 나라라고 대답할 거예요. 그런데 정답은 터키랍니다. 이슬람교를 믿는 오스만 제국이 지배하던 시절, 술에 취하는 대신 튤립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는 카프베(커피 전문점, 프랑스어로 카페)가 만들어졌다고 해요. 오스만 제국이 커지면서 튤립과 카프베도 유럽으로 전파된 것이지요. 동서양의 문화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던 터키. 이 나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빠짐없이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박물관을 둘러보고 오지요. 1500여년을 한자리에서 지켜온 성소피아박물관의 역사가 바로 터키의 역사이기 때문이에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성당이에요. 뾰족 솟은 네 개의 기둥은 이슬람 양식이에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성당이에요. 뾰족 솟은 네 개의 기둥은 이슬람 양식이에요. /Corbis/토픽이미지
4세기, 고대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새로운 로마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콘스탄티노플로 수도를 옮기고 크리스트교(기독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어요. 당시 백성들은 크리스트교를 믿으면 탄압받았지만, 이제부터는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된 거예요. 이때 처음 성소피아성당이 만들어졌어요. 그리스어로 '하기아 소피아', 즉 '신성한 지혜의 성당'이라고 불렀어요. 하지만 위기를 겪던 로마 제국은 결국 두 개로 분리되었어요. 로마를 수도로 한 서로마 제국과, 콘스탄티노플을 수도로 한 비잔틴 제국으로 나뉘었지요.

6세기 비잔틴 제국은 지중해를 품에 안고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거대한 영토를 갖게 되었죠. 그 전성기에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있었어요. 유스티니아누스는 평범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군인이었던 삼촌이 얼떨결에 황제가 되면서 그의 인생도 달라졌어요. 자식이 없었던 삼촌의 뒤를 이어서 황제의 계승자가 된 거예요. 아마도 황제가 되기까지 큰 어려움이 있었을 거예요.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위키피디아
황제가 되고는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걷어서 시민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갔지요. 532년 전차 경주 중 소란이 발생했어요. 그러더니 한목소리로 "니카! 니카!(그리스어로 이겨라. 이겨라)"라고 외치며 황제에 대항하는 반란으로 변해갔어요. 당황한 황제는 바다로 도망가려 했죠. 이때 테오도라 황후가 단호하게 말했어요. "황제 폐하, 우리는 돈이 있고, 바다가 있고, 배가 있으니 얼마든지 도망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황제가 도망가는 것은 수치입니다. 저는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것을 택하겠어요. 황제가 입는 자줏빛 옷은 가장 훌륭한 수의(壽衣)입니다." 결국 황제는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을 제거하고, 더욱더 강한 권력을 갖게 되었어요.

하지만, 콘스탄티노플은 이미 불에 타 폐허가 되어 있었지요. 그리스 정교의 심장 역할을 하던 성소피아성당도 잿더미 속으로 사라져 버렸어요. 비잔틴 제국의 영광을 살리고 강력한 황제의 권위, 신앙심을 보여주기 위해 대대적인 건축이 시작되었어요. 최대한 웅장하고 빠르게, 그리고 내부를 화려하게 꾸미기 위한 작업이 이루어졌죠. 공사 시작 5년이 지난 537년, 드디어 성당이 완공되었어요. 너비 32m, 높이 48m의 거대한 둥근 천장 아래로 40여개나 되는 창문이 있어 천국의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왔어요. 황금으로 된 모자이크에는 성경 이야기를 담았어요. 아기 예수를 쌌던 포대기, 최후의 만찬에 사용되었던 식탁, 베드로를 묶었던 사슬 등의 유물이 가득 채워졌지요.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어요. 성당에 처음 방문한 날, 유스티니아누스는 작은 소리로 이렇게 읊조렸다고 해요. "이 아름다운 성당을 내가 만들었다니…. 솔로몬, 내가 당신을 이겼소." 물론 이 말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답니다.

성소피아성당 내부의 모습이에요. 터키 공화국이 들어선 후 박물관으로 쓰고 있지요
성소피아성당 내부의 모습이에요. 터키 공화국이 들어선 후 박물관으로 쓰고 있지요. /Corbis/토픽이미지
1453년 오스만 제국의 침입으로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비잔틴 제국은 역사에서 사라졌어요. 콘스탄티노플은 이스탄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죠. 그리고 성소피아성당은 이제 이슬람교의 사원을 뜻하는 모스크로 변신했어요. 성당 바깥에는 모스크의 특징인 미나레트라는 기둥이 4개 세워졌고요. 내부에는 천장에 남아있는 크리스트교 성화와 함께 아랍어로 된 이슬람 장식이 생겨났죠. 이후 470여년 동안 성당은 모스크로 쓰였어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호령하던 오스만 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 패배하면서 사라졌어요. 성소피아성당은 파괴되지 않았고, 운명은 다시 바뀌게 되었어요. 1923년 터키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지금껏 이곳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어요.

현재 터키와 그리스는 성소피아박물관의 용도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요. 이슬람교도들이 대부분인 터키에서는 다시 모스크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요. 물론 그리스 정교의 전통을 이어받은 그리스에서는 절대 반대하고 있고요. 터키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함께 해온 성소피아박물관의 운명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

공미라 | 세계사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