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토실토실 고구마, 고향은 바다 건너 멕시코래요

입력 : 2013.12.05 05:32 | 수정 : 2013.12.05 08:49
펄펄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엔 호호 불어 먹는 따뜻한 간식이 어울려. 바삭한 붕어빵, 부들부들 어묵, 고소한 군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는 달콤한 군고구마야. 맛 좋은 가을무로 담근 동치미와 함께 먹으면, 목도 안 메고 소화도 잘되지. 고구마는 달아. 그냥 찌기만 해도 맛있고, 날고구마를 깎아 먹어도 아삭아삭 맛있지. 물론 군고구마가 가장 달콤해.

고구마는 서리가 내리기 전 가을에 캐. 고구마를 캘 때는 우선 고구마 덩굴을 걷어 내고, 호미로 살살 흙을 긁어 내. 고구마가 살짝 보이면, 주변을 넓고 깊게 파. 무턱대고 힘으로만 잡아당기면 고구마가 뚝 부러질걸.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 고구마를 펼쳐 놓고 열흘에서 보름 정도 말리면 맛이 더 좋아져. 겨우내 두고두고 먹기도 좋지.

호박꽃‘내가 좋아하는 곡식’ 그림
그림=김시영(호박꽃‘내가 좋아하는 곡식’)

고구마가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하니? 그럼 집에서 한번 키워 봐. 아주 쉽단다. 고구마를 물에 담가 놓기만 하면 돼. 그럼 일주일쯤 후에 싹이 트고 가늘고 흰 뿌리가 나와.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잘 채워 주기만 하면 쑥쑥 자라지. 고구마 순이 길게 자라면, 30㎝씩 잘라서 밭에 심어. 마디에서 뿌리가 나오고, 그 뿌리가 토실토실 굵어진 게 고구마야. 여름부터 가을까지 넉 달은 자라야 충분히 굵어져. 속이 좀 허옇고 퍽퍽한 건 밤고구마, 호박처럼 노란 건 호박고구마, 겉과 속이 자줏빛인 건 자색고구마, 삶아서 물컹한 건 물고구마야.

고구마의 고향은 어딜까? 저 멀리 태평양 건너 멕시코야. 약 2000년 전부터 고구마를 키워왔다고 하지. 우리처럼 그냥 쪄 먹거나, 설탕이나 꿀에 절여 먹기도 한대. 멕시코에선 고구마를 '카모테'라고 하는데, 필리핀에서도 똑같이 부른단다. 우리나라에는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쯤에 일본을 거쳐 들어왔단다.

그림=김시영(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곡식')
박윤선 | 생태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