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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가 즐겨마신 음료는 커피래요

입력 : 2013.12.03 05:32 | 수정 : 2013.12.03 08:57
아관파천 이후 고종이 러시아 공관에서 머물던 방이에요
아관파천 이후 고종이 러시아 공관에서 머물던 방이에요. /공유마당

아관파천(★)때 김홍륙은 고종과 러시아 공사관 베베르 사이의 통역을 맡았어요. 그가 1898년 9월 12일에 전선사(★)의 책임자 공홍식을 불러 아편(★)한 봉지를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어요. "이 봉지를 그분께서 즐겨 마시는 가배차에 타서 올리게나." 아편봉지를 건네받은 공홍식은 왕실에서 일하는 김종화에게 그 일을 시켰어요. 김홍륙이 말한 가배차는 커피이고, 그분은 고종황제였어요. 당시 고종의 사랑을 받던 김홍륙은 러시아의 세력을 배경 삼아 권세를 부리고 있었지요. 그랬던 그가 러시아와 통상(★)에서 많은 돈을 빼돌린 사실이 밝혀져 흑산도로 귀양을 가게 되었어요. 이에 불만을 품은 그는 흑산도로 떠나기 전에 공홍식을 매수(★)해 이런 짓을 시킨 것이에요. 공홍식에게 매수당한 김종화는 이를 행동에 옮겼지만, 고종황제는 냄새가 이상하다며 마시지 않았어요. 반 잔 정도 마시다가 토하고 쓰러진 황태자 순종은 다행히 목숨을 잃지 않았지요. 범인 김홍륙·공홍식·김종화는 모두 사형당했어요. 이 일을 김홍륙 독다(毒茶) 사건이라고 해요.

이 사건으로 알 수 있듯 고종황제가 즐겨 마셨다는 커피는 당시 가배·가배차·카피차·가비차 등으로 불렸어요.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에서 처음 마셨다고도 하고, 그 밖의 사람들은 1902년 베베르의 처형이 운영하던 손탁호텔에 생긴 커피점에서 처음으로 커피의 맛과 향을 경험했다고 하지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사실과 달라요. 커피가 우리나라에 처음 전해진 시기가 그보다 빨랐던 것으로 여러 기록을 통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고종 황제가 다과를 들며 음악을 감상하던 덕수궁 정관헌이에요. /이기룡 기자
고종 황제가 다과를 들며 음악을 감상하던 덕수궁 정관헌이에요. /이기룡 기자

예를 들면 1884년 조선에 외교관으로 머물렀던 영국인 윌리엄 칼스가 쓴 조선풍물지에는 '1883년 조선에서 독일인 묄렌도르프를 만났는데, 그가 자기 집에 초대해 커피를 대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1883년 조선과 미국 간 통상 사절단의 미국 방문을 안내했던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이 펴낸 책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에는 '1884년 1월의 추운 어느 날 조선 고위 관리의 초대를 받아 한강변에서 유람을 즐기던 중, 당시 조선의 최신 유행품이었던 커피를 마셨다'고 적혀 있어요. 1884년부터 3년간 의료선교사로 일했던 알렌은 일기에 '궁중에 드나들 때 홍차와 커피를 대접받았다'고 썼고,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책에서 '1895년에 왕비를 뵈었을 때 커피와 케이크를 대접받았다'고 기록했어요. 그런가 하면 미국 선교사 아펜젤러의 보고서에는 '1888년 인천에 있는 대불호텔에서 커피를 일반인들에게 팔았다'는 내용이 있지요. 커피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고요. 특히 요즘엔 원두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요. 원두가 무엇인지는 다들 알지요? 커피나무 열매 속의 씨앗을 볶아 만든 게 원두랍니다.

★아관파천: 명성황후가 시해된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과 왕세자가 1896년 2월 11일부터 약 1년간 조선의 왕궁을 떠나 러시아 공관(공사관)에 머문 사건. 아관(俄館)은 러시아 공사관, 파천(播遷)은 임금이 난리를 피해 거처를 옮긴 것을 뜻함.

전선사: 조선 후기에 궁중의 음식·잔치와 그 기구를 보관하는 일을 맡은 관청.

★아편: 덜 익은 양귀비 열매에 상처를 내어 흘러나온 진을 굳혀 말린 것으로 마약의 일종.

통상(通商): 외국과 서로 상품을 사고팔아 이익을 얻는 일.

매수: 금품이나 그 밖의 수단으로 남의 마음을 사서 자기편으로 만드는 일.

지호진 | 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