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이 작은 '씨앗'이 나라의 경쟁력이라고요?
품종 개발해 다양한 먹거리 만들고 씨앗 유전자 분석해 약으로도 개발
인류의 삶, 윤택하게 할 수 있죠
하지만 환경파괴로 멸종 위기 씨앗 많아 각 나라들은 '종자(種子)은행' 만들고 있어요
"씨앗 확보가 나라의 경쟁력입니다."
내년에 문을 열 백두대간 국립수목원이 알려지면서 종자(種子)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이 수목원에 들어설 커다란 규모의 씨앗 저장 시설이 눈길을 끌고 있기 때문이에요. 무려 25만점의 종자를 저장할 수 있는 세계적 규모라고 해요. 대체 종자가 무엇이기에 '나라의 경쟁력'이라는 말을 쓰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일까요? 종자는 쉽게 말해 생물의 번식에 필요한 기본 물질로 '씨','씨앗'을 뜻해요. 씨앗이 중요한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거예요. 우리가 먹는 쌀이나 보리 등 곡식과 각종 나물, 과일은 모두 씨앗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니까요. 농촌에서 다음 해에 심을 씨를 남겨두지 않고 모두 먹어버린다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겠지요? 그래서 인류는 오래전부터 동식물이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종자를 보존해 왔어요.
그런데 왜 최근 들어 종자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것일까요?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생물들이 생명과학기술의 발달로 쓰임새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에요.
- ▲ 그림=정소영
예를 들면 옛날에는 식물의 맛이나 효능을 직접 먹어보고 판단해야 했어요. 그래서 몸에 이상이 생기는 식물은 쓸모없는 것으로 여겼어요. 하지만 지금은 식물의 성분 하나하나를 분석해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먹으면 독이 되는 식물을 항암제나 진통제 등의 약으로 활용하거나, 다른 식물의 유전자와 조합해 더 우수한 품종으로 개발할 수도 있게 됐지요. 아스피린의 원료도 버드나무 껍질에서 뽑은 성분으로 만들었고, 꽃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항암제도 나왔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쓸모 없어 보이는 동식물도 미래에는 유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으니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거예요. 불치병을 치료하고 인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성분이 그 안에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자연환경 파괴와 지구온난화 때문에 이미 많은 동식물이 멸종했고, 지금도 해마다 수많은 생물종이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종자의 중요성을 인식한 많은 나라는 앞다투어 하나라도 더 많은 종자를 보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종자는 어떤 방법으로 보존해야 하는 것일까요? 보통 씨앗은 땅에 심기 전에는 오랜 시간 씨앗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요. 어떤 씨앗은 수십 년 동안 유리병에 보관했는데도 땅에 심었더니 싹을 틔우기도 했지요. 그렇다고 씨앗을 아무렇게나 저장해도 된다는 건 아니에요. 씨앗이 오랜 시간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씨앗 저장법의 기본 요소는 건조, 밀폐, 저온이에요. 씨앗 속의 수분이 너무 많으면 쉽게 썩기 때문에 수분을 6~8%로 줄여 건조시키고, 다른 미생물이나 미세물질에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밀봉한 다음 0~10도의 저온으로 저장해야 해요. 그래서 많은 나라가 '종자은행'이란 이름으로 과학적인 설비를 만들어 종자를 보존하고 있어요.
이렇게 과학적인 설비로 종자를 보존하면 연구는 물론이고 필요한 곳에 품질 좋은 종자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돼요. 특히 식물 종자는 유전자를 조작하기 쉽고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도 정상적인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요.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개량되어 온 것도 많아요. 쌀을 예로 들자면 아주 오래전의 것에 비해 요즘 쌀이 영양도 좋고 맛도 뛰어나지요. 이렇게 우수한 품종으로 개량한 종자는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가 사먹는 딸기의 대부분은 일본 종자로 키운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 딸기를 심고 기르려면 종자를 사용한 대가로 일본에 돈을 내야 했지요. 장미·국화·카네이션 등의 꽃도 마찬가지여서 해마다 엄청난 돈을 종자 사용 대가로 외국에 냈다고 해요. 심지어 우리나라 토종 식물인 '미스킴라일락'과 '구상나무'는 외국에서 상업적 권한을 획득해 우리가 그 식물을 구입하려 해도 돈을 내야 해요. 이처럼 종자 확보에 앞선 나라는 그것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종자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지금은 수많은 종자를 확보하고 있어요. '설향', '매향'이란 딸기 종자를 개발해 일본산 딸기에 의존하는 현상도 크게 줄였고 해외로도 수출하고 있어요.
이제 종자가 왜 중요한지 이해되지요? 종자 보존은 경제뿐 아니라 생태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해요. 자연계의 모든 생물은 개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풀이 있어야 토끼가 살 수 있고, 토끼가 있어 여우가 살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어떤 종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것과 천적 또는 협력 관계에 있던 다른 생물도 큰 영향을 받아요. 더 나아가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끼쳐 인간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요. 아무리 쓸모 없어 보이는 작은 생물이라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지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종자 보존도 중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자연보호라고 할 수 있어요. 작은 씨앗이 수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자연보호도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답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종자는 보존 기간에 따라 장기·중기·단기 저장으로 구분해요. 이렇게 기간을 나눠 저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설: 활용 목적에 따라 저장 기간을 구분한 거예요. 장기 저장은 종자의 영구적인 보존을 위한 것이고, 중·단기 저장은 연구를 위한 거예요. 수시로 꺼내어 연구하거나 연구 기관에 보내는 데 쓰기 위한 것이지요. 그래서 단기 또는 중기 저장한 씨앗은 바로 꺼내어 심을 수 있어요. 이에 비해 장기 저장한 종자는 급속 냉동이나 진공 또는 건조 등 특수한 방법으로 보관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 과정을 거친 뒤 심어야 하지요.
[관련 교과] 4학년 2학기 '식물의 세계', 5학년 1학기 '식물의 구조와 기능', 6학년 1학기 '생태계와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