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친구

자유로워진다면… 우린 정말 행복할까?

입력 : 2013.12.02 05:35 | 수정 : 2013.12.02 09:00

[58] E.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자유 속 고독·불안 겪는다고 한 프롬… 스스로 선택하는 것 어려워지게 되면 의지할 대상 찾아 자유 포기하기도 했죠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주어진 자유 충분히 누릴 수 있어요

21세기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자유와 권리를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특히 근대 유럽과 미국의 역사를 보면, 자유는 투쟁을 통해 갖게 된 것임을 알 수 있어요. 영국과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사회적 갈등과 혁명이 그 증거이지요. 당시 백성은 자기 목숨을 걸 만큼 자유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류의 근현대사를 보면, 이상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독일의 나치즘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에 그 나라 국민이 문제의식 없이 따르거나 이용당한 것입니다. 자유를 억압하는 지도자와 사회 체제를 그 많은 사람이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니 이상하지요?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쓴 에리히 프롬은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고 그 원인을 밝히고자 했지요.

그토록 원했던 자유민주주의 대신 권위주의적 지배 체제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기존 학자들은 이렇게 해석했어요.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독일·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이라는 것이지요. 또는 히틀러와 같은 리더의 계략에 사람들이 넘어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철학자 존 듀이는 인간 개인과 사회 제도가 권위주의 지배를 이끌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 본성, 즉 심리적 요인과 사회제도, 다시 말해 사회경제적 요인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 본성의 측면부터 살펴볼까요? 에리히 프롬은 먼저 토머스 홉스의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에 대해 말합니다. 홉스는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만인(萬人)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소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을 지키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보았지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계몽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 사회는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성적인 사회 속에서도 인간의 감정적 본능은 지속적으로 억압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본능이 결국 폭발해 강자(强者)에 대한 복종으로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프로이트는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적 에너지가 존재하고, 이러한 비이성적인 측면이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원인이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 본성의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사회 환경과 상호 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워진다면… 우린 정말 행복할까?
/그림=이병익
#이야기 하나

외국에서 유학 후 3년 만에 한국에 들어온 유정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가 3년 전 우리나라에서 입었던 옷이 너무 촌스럽고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른 사람들은 패션 감각을 뽐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그것에 끊임없이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늘 다니던 동네 골목도 확 바뀌었습니다. 서점·꽃집·세탁소 등 여러 종류의 가게가 사라지고 모두 카페가 된 것입니다. 유정이는 한국 사회에 '다양한 개인'이 사라지고 '똑같은 하나(전체)'만 있는 것처럼 느껴져 너무나도 낯설었습니다. 그것에 속하지 않은 자기만 외톨이가 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자유를 얻게 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게 되었을까요? 그토록 원했던 것이니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권위주의적 지배 체제로 돌아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프롬은 인간에게 주어진 무한한 자유 속에서 사람들이 오히려 무력감·회의·고독·불안을 겪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전체 속의 나와는 달리, 개인적인 존재로서의 나는 다른 한편으로는 고립을 의미했습니다. 독립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선택할 수 있지만, 점차 그것이 짐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꿈꾸게 됩니다. 자유를 침해받더라도, 의존하고 복종할 수 있는 대상을 찾게 된 것이지요.


#이야기 둘

같은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나무를 보는 사람과, 숲을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무를 잘 보는 사람은 대상을 순차적으로 하나씩 보는 경향이 강하며, 대상을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집중하는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대체로 이렇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민주주의와 구체적 사실을 일반화하는 근대과학이 영국에서 발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비해 독일 사람들은 숲을 보는 경향이 강하지요. 따라서 영국의 물리학과 경제학이 독일로 넘어오면서 개체보다는 전체를 강조하는 일반 이론이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에리히 프롬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것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참으로 누릴 수 있는 길임을 강조합니다. 여러분에게 허락된 자유는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아직 학생이기에 자유보다는 통제가 더 많다고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여러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꽤 많은 자유가 주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유가 있다는 것과 그것을 누린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두렵거나 자신이 없어서 의존과 복종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나요? 집단주의나 전체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에선 개인이 자유를 추구하기보다는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바랄 때가 잦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자유를 충분히 누리며 사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한 적극적 태도가 여러분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는 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고전 1분 퀴즈]

1.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는 독일의 나치즘과 이탈리아의 ( )을 많은 사람이 거리낌 없이 따랐던 원인을 살펴보고 있어요.

2. 에리히 프롬은 인간이 자유를 부정하고 권위에 스스로 복종하는 현상을 인간 본성뿐 아니라 ( )와의 관계 속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지요.

정답: 1. 파시즘 2. 사회
안진훈 | MSC브레인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