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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정약용·강감찬·윤관… 대표적 융합형 인재죠

입력 : 2013.11.26 05:38 | 수정 : 2013.11.26 08:54
융합의 물결은 전통문화와 역사에도 일고 있어요. 올여름 안전행정부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숨결과 장인의 솜씨가 발휘된 전통문화 상품을 결합해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거창의 방짜유기가 순창의 자수와 만난 자수 포장 수저 세트, 장흥의 목공예와 통영의 나전칠기가 만난 나전칠기 만년필, 부산의 화혜장(★)이 전주의 한지와 만난 실내 꽃신 등 서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전통문화 상품을 결합해 새 상품을 만들어내는 식이에요. 이른바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이 깃든 융합 문화 상품인 셈이지요.

그런가 하면 융합형 인재의 모범을 우리 역사 인물에서 찾으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어요. 한 분야에 머물지 않고 다른 분야까지 아우르면서 전문 지식과 능력을 갖춰 훌륭한 업적을 이루어낸 인물 말이에요. 이런 사람을 융합형 인재로 꼽는다면 세종대왕과 정약용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지요.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에요. 세종대왕을 오늘날의 융합형 인재에 비유할 수 있지요(왼쪽 사진). 서울 관악구 낙성대공원에 있는 강감찬 장군 동상이에요.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에요. 세종대왕을 오늘날의 융합형 인재에 비유할 수 있지요(왼쪽 사진). 서울 관악구 낙성대공원에 있는 강감찬 장군 동상이에요./이태경 기자·조선일보 DB
세종대왕은 당대 최고의 언어학자이면서도 과학(천문학·수학), 음악, 시와 그림에도 능해 훈민정음 창제는 물론 과학기술·음악·인쇄·출판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어요. 정약용은 정치·법·사상·경제·과학·의학·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둬 조선의 학문과 문화 발달에 큰 기여를 했고요. 세종대왕과 정약용은 모두 조선시대 인물인데, 그보다 더 옛날인 고려시대에는 어떤 융합형 인재가 있었을까요?

문무겸전(文武兼全), 또는 문무겸비(文武兼備)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둘 다 '학문과 지식은 물론 무예와 전투에 관한 재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는 뜻이에요. 이런 사람들을 오늘날에 빗대자면 융합형 인재라고 할 수 있지요.

고려시대에 문무를 겸비한 인물은 많지만 대표적인 인물로 강감찬과 윤관을 꼽을 수 있어요. 1018년 거란이 고려를 침입했을 때 강감찬은 귀주에서 거란군을 크게 물리쳤어요. 이렇게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은 원래 문신(文臣)이었어요. 과거에 급제해 예부시랑으로 벼슬길에 올랐지요. 그는 한림학사(★), 이부상서(★)등의 관직을 거쳤는데, 나라가 위기에 놓이자 상원수(★)가 되어 군사를 이끌고 거란군을 물리친 것이에요. 이후에는 문하시중(★)이 되어 훌륭한 재상으로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지요.

1107년 별무반을 이끌고 여진족 정벌에 앞장선 윤관도 과거 급제한 문관이었어요. 어사대부(★), 이부상서 등의 벼슬에 오른 뒤 군대 최고 사령관이 된 것이지요. 고려사 열전은 윤관에 대해 '젊어서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장수가 돼 전투에 나설 때도 항상 오경(★)을 가지고 다녔으며, 너그러운 이를 좋아하고 착한 것을 즐겨 당대에 으뜸가는 명망(★)을 얻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어때요? 강감찬과 윤관 모두 문무를 갖춘 인물이 맞죠?


★화혜장: 전통 신발을 만드는 장인을 말함.

★한림학사: 고려시대 학사원·한림원에 속한 정4품 벼슬. 임금의 명령을 일반에게 알릴 목적으로 적은 문서에 관한 일을 맡아봄.

★이부상서: 고려 시대 이부의 으뜸 벼슬로 품계는 정3품.

★상원수: 고려시대에, 출정하는 군대를 통솔하던 대장.

★문하시중: 고려시대 최고의 관직으로 재상에 해당.

★어사대부: 고려시대 정3품 관직으로 어사대를 이끌던 으뜸 벼슬. 어사대는 고려의 감찰 기관으로 정치의 잘잘못을 따지고 풍속을 교정하며 관리들의 불법행위를 살펴 탄핵하는 일을 맡음.

★오경: 유교의 5가지 경전.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를 가리킨다.

★명망: 널리 알려진 이름과 세상 사람이 우러르고 따르는 덕망을 아울러 이르는 말.

지호진 | 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