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친구

변하지 않는 것만이 진짜 모습일까요?

입력 : 2013.11.25 05:38 | 수정 : 2013.11.25 09:02

[57] A. N. 화이트헤드 '과학과 근대세계'

변함없는 본질 말한 탈레스와 달리 모든 것이 변한다고 본 화이트헤드
변화 자체가 대상의 진짜 모습이며 그 안의 규칙성이 본질이라 했죠
요즘처럼 빠른 사회 변화 적응하려면 변화의 규칙 잘 찾는 것도 중요해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세상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지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세상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지요. /위키피디아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지난 2000년간의 서양 철학사는 플라톤 철학을 해석해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왜 이렇게 생각한 것일까요? 오늘은 이 말의 뜻을 찾아 화이트헤드의 생각 속으로 여행을 떠나 봅시다.

#이야기 하나

선생님께서 인류 최초의 철학자이자 과학자는 '탈레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만물은 물로 되어 있다"고 탈레스가 말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러고는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물으셨습니다. 한나가 자신 있게 손을 들고 답했습니다. "지구의 70%도 물이고, 인간의 몸도 약 80%가 물로 되어 있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탈레스가 그렇게 말한 것 아닐까요?" 선생님은 웃으면서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요.

"탈레스는 세상을 '만물'과 '물'로 나누어 보았어요. 즉 독립하여 존재하는 개개 사물 속에서 통일성을 찾으려 한 것이지요. 다시 말해 변하는 세상 가운데 변하지 않는 본질을 찾고자 한 것입니다. 한나·태규·서연이·민승이…. 이렇게 구체적인 개개인 속에서 '인간'이라는 공통의 본질을 찾아내려 했기에 철학자라고도 한 것입니다. 또 탈레스는 자연의 일부인 물로 세상의 근원을 설명하려 했지요. 그래서 최초의 과학자라고도 한답니다."

탈레스 철학은 플라톤으로 이어져, 어떤 대상을 잘게 쪼개고 또 쪼개서 공통된 성질을 찾아내는 방법이 발달했습니다. 변하지 않은 본질을 이렇게 찾아낸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헤라클레이토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모든 대상은 늘 변하고 있으므로 '변화 그 자체가 본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고 주장한 이유도, 강은 끊임없이 흐르기에 조금 전 강물과 지금 강물은 다른 것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화이트헤드는 이러한 변화 과정이 바로 진정한 실체라고 생각했습니다.

흐르는 강에 발을 담갔을 때, 조금 전과 지금의 강물은 서로 다르다는 철학적 생각은 변화가 본질이라고 강조하지요
흐르는 강에 발을 담갔을 때, 조금 전과 지금의 강물은 서로 다르다는 철학적 생각은 변화가 본질이라고 강조하지요. /그림=이병익

병원에서는 혈액검사만으로도 우리 몸에 병이 있는지 없는지 찾아내곤 합니다. 혈액 약간,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세포들이 우리 몸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것에서 서양 근대과학의 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생물, 다시 말해 유기체(有機體)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을 때 그것을 기관(器官)으로 쪼갭니다. 그러고 나서 기관을 조직으로, 세포로, 분자로, 더 나아가 원자로 나눕니다. 그다음엔 원자를 핵과 전자로 나누지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계속 쪼개면서 대상의 본질을 찾아갑니다. 서양의 근대과학에선 이런 방식으로 본질을 찾으면 그 대상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화이트헤드는 위와 같은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떤 대상들로부터 공통 속성을 찾아내 본질로 여기고, 그것을 그 대상의 참모습이라고 여기는 것은 '공간 중심 철학'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본질에는 정작 그 대상의 구체적 모습은 빠져있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화이트헤드는 '시간 중심 철학'을 추구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어떤 것이든 고정된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므로, 그렇게 변하는 것 속에서 공통된 성질을 뽑아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간 중심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본질'에 해당하는 것이 시간 중심 철학에는 없는 것일까요? 화이트헤드는 변화하는 유기체 속에서 발견되는 규칙성이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자, 이제 여러분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과연 한마디로 말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는데 말이죠. 엄마 배에서 나와 갓 태어났을 때가 여러분의 진정한 모습일까요? 아니면 유치원 때나 초등학교 시절일까요? 여러분이 훗날 결혼할 때 또는 사회적으로 성공할 때가 여러분의 본질일까요? 어느 한 순간으로 이야기하기 힘들 것입니다. 우리는 어제·오늘·내일 늘 변해왔고, 또 계속 변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둘

세계 최초로 나일론 스타킹과 칫솔을 만든 회사를 알고 있나요? 바로 200여년 역사를 가진 듀폰(Dupont)이라는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원래 '화학 기업'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확실히 자리 잡기 위해 사업을 확장해나갔지요.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듀폰은 '화학' 분야를 과감히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종합 과학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이제 듀폰은 섬유 화학이 아닌 생명공학, 바이오 에너지가 주력 사업인 기업이 됐습니다.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듀폰 기업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이 변화의 과정 자체가 듀폰의 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변화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화이트헤드가 이야기하는 '과정의 철학'은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여러분도 변화를 중요한 본질로 받아들이고, 그 변화의 규칙성을 찾는 데 한번쯤 몰두해보는 건 어떨까요?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의 규칙성을 잘 찾는 것도, 앞으로 지도자가 되길 꿈꾸는 여러분이 갖춰야 할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고전 1분 퀴즈]

1. '과학과 근대세계'를 쓴 영국의 학자 ( )는 시간 중심 철학을 강조하며 모든 것은 변한다고 말했어요.

2.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세상 만물의 근원은 ( )이라고 했어요.

3. 이른바 '과정의 철학'에서는 ( )의 과정이 진정한 실체라고 말하지요.

정답: 1. 화이트헤드 2.물 3.변화

안진훈 | MSC브레인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