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휘어지는 스마트폰, 어떤 점이 좋을까

입력 : 2013.11.19 05:54 | 수정 : 2013.11.19 09:48

스마트폰 등 전자 제품 휘어진다면 실수로 떨어뜨려도
고장나지 않고 부피 줄어들어 보관·휴대 쉬워져요
휘어지는 배터리·메모리도 개발돼… 종이처럼 말리는 휴대폰도 나오겠죠

"세계 최초로 휘어진 스마트폰 개발!"

얼마 전 우리가 그동안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스마트폰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어요. 휘어진 스마트폰이었는데 사람들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손으로 잡기 편한 것 빼고는 다른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휘어진 상태로 고정돼 있어서 사용자가 마음대로 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요. 하지만 IT(정보 통신 기술) 업계에선 '플렉시블(flexible)' 시대를 연 제품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플렉시블이란 '구부릴 수 있는' 또는 '유연성 있는'이란 의미를 담은 용어로, 구부리거나 비틀어도 성능에 이상 없는 제품들에 붙이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 기술이 왜 주목받는 것일까요? 또 이것은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단단한 물체와 쉽게 휘어지는 물체들을 각각 떠올려 보세요. 유리창·거울·유리컵·TV·냉장고 등이 단단한 물건으로 떠오르지요? 휘어지는 물건으론 책·지폐·지갑·가방 등이 떠오를 거예요. 아래로 떨어뜨리면 단단한 물건들은 쉽게 깨지거나 금이 갈 거예요. 틈이 벌어지거나 끊어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휘어지는 물체들은 땅에 떨어져도 흙먼지만 털어내면 사용하는 데 큰 이상은 없어요. 잘 휘어질수록 외부 힘에 의한 기능 손상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신문은 선생님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그래서 한 자리에 고정해 놓고 쓰는 제품들은 단단한 재료로 만들어도 상관없지만, 휴대하는 물건들은 유연할 필요가 있어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컵, 식기 등 주방용품 중에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 많지요. 이에 비해 전자 제품은 반도체 부품이나 액정 화면 등이 휘지 않는 재료로 돼 있어 단단한 구조로 이뤄져 있지요.

하지만 스마트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 휴대 기기가 대중화된 요즘엔 회사마다 앞다투어 땅에 떨어뜨려도 끄떡없는 제품을 만들려고 연구하고 있어요. 초기에는 휴대폰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배터리가 분리되도록 만들기도 했어요. 배터리는 단단하기 때문에 떨어지는 순간 분리되지 않으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휴대폰 내부에 전달되기 때문이에요. 자동차의 앞과 뒤를 쉽게 찌그러지도록 만든 것도, 충돌 때 충격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기 위함이에요. 초기의 휴대폰은 화면도 작았고 구조도 단순해 이런 방법이 통했지만, 지금의 스마트폰은 화면도 크고 구조도 복잡해 다른 방법이 필요해요. 휴대폰을 떨어뜨리거나 밟은 적이 있는 친구들은 어떤 부분이 가장 약한지 알 거예요. 바로 화면이지요. 그래서 화면이 망가져 스마트폰이 고장 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화면이 휘어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밟아도 떨어뜨려도 쉽게 고장 나지는 않겠지요. 휘어지는 전자 제품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철사를 구부렸다가 펴는 동작을 반복하면 끊어져 버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어요. 그것은 휘는 순간, 휘어진 안쪽의 구조는 밀집되고 바깥쪽의 구조는 늘어나면서 철사를 구성하는 분자구조에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손가락 마디마다 주름이 있는 이유도 굽혔을 때 피부가 늘어나 파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지요. 정밀한 전자 제품이 갑자기 휘어진다면 기능 이상을 피할 수 없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휘어지는 화면을 갖춘 스마트폰이 나왔다는 것은 대단한 발전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종이처럼 자유롭게 휘어지는 화면은 이미 개발되어 있었어요. 휘어지는 플라스틱 기판 위에 적색·녹색·파란색 빛을 내는 물질을 하나하나 붙여 넣는 방식으로 휘어져도 간격만 조금 벌어질 뿐 망가지지 않도록 한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배터리·메모리·반도체 등 다른 부품들은 여전히 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완벽하게 휘어지는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은 것이랍니다. 하지만 최근 휘어지는 배터리와 메모리가 발표됐으니 머지않아 진정한 플렉시블 스마트폰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원통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 학생들을 본 적 있나요? 크게 그린 그림을 말아서 넣는 통이에요. 이처럼 종이는 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피를 줄여 휴대할 수 있어요. 휴대 기기도 마찬가지예요. 종이처럼 휠 수 있다면 필요할 때 펼쳐서 넓은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지요. 쓰지 않을 때엔 부피를 줄여 보관할 수 있고요. 지금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휘지 않는 화면 때문에 무겁고 부피가 크지만, 휘는 기술이 널리 퍼지면 휴대하기 편하게 바뀔 거예요. 최근에는 옷처럼 입고 다니는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기술도 주목받고 있어요. 인체가 곡선 형태인 것처럼 이런 종류의 기기에서도 플렉시블 기술은 핵심이 되겠지요.

지금 우리는 평평한 화면에 익숙해져 있지만 미래에는 휘어진 화면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거예요. 우리 주변에 둥글고 구부러진 형태의 사물들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영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것이 우리에게 곧 다가올 미래의 모습일지 모르니까요.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우리 생활과 물질'6학년 2학기 '에너지와 도구'

조영선 | 과학학습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