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친구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입력 : 2013.11.18 05:52 | 수정 : 2013.11.18 10:17

[56] 프랜시스 베이컨 '새로운 아틀란티스'

베이컨이 꿈꿨던 유토피아 '벤살렘' 과학이 인류 구원한다고 생각했어요

솔로몬 학술원 중심으로 이상 실현… 사물의 숨겨진 원인·작용 탐구하고 인간 목적에 맞게 변화하고자 했죠

거리를 다니며 주위를 둘러보면, 손에 스마트폰을 쥐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생명의 원리가 담긴 DNA의 비밀도 풀려가고 있고, 우주과학의 발달로 지구를 뛰어넘어 더 넓은 세상까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과학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새로운 아틀란티스'의 저자는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입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이야기했던 바로 그 사람이죠. 오늘 살펴볼 베이컨의 작품에는 미래에 대한 그의 꿈이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그의 예언대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이 책을 통해 과학이 어떻게 인류의 복지를 위해 기여할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베이컨은 대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근대 과학의 방법론에 새로운 문을 연 인물입니다. 그는 '새로운 아틀란티스'에 과학의 힘이 펼쳐낼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조금 황당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우리도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베이컨은 과학의 미래 모습을 인류가 그토록 갈망하는 유토피아(이상향)의 모습으로 그려냈습니다. 그는 기독교 신앙처럼 인류를 구원하는 새로운 힘이 과학으로부터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신문은 선생님] [고전은 내친구]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그림=이병익
이 작품은 중국과 일본을 항해하던 배가 서풍과 남풍에 떠밀려 새로운 아틀란티스, 즉 벤살렘 왕국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벤살렘 왕국의 가족제도와 결혼 풍습 등을 소개하며, 특히 이 왕국의 바탕이 되는 솔로몬 학술원을 깊이 있게 소개합니다. 베이컨이 꿈꾸는 과학적 유토피아가 바로 솔로몬 학술원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솔로몬 학술원 회원의 다음 이야기에는 베이컨의 사상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우리 학술원의 목적은 사물의 숨겨진 원인과 작용을 탐구하는 데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인간 활동의 영역을 넓히며 인간의 목적에 맞게 사물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베이컨은 대학의 밑그림을 그려내기 위해 이와 같은 교훈적인 내용의 작품을 쓴 것이라고 합니다.

학술원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선 물리·화학·생물 등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소와 기구들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솔로몬 학술원은 이상적인 곳이었습니다.

학술원 회원의 임무와 활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세계 곳곳의 발견이나 실험에 관한 자료와 책을 벤살렘으로 가져오는 회원을 '빛의 상인'이라고 합니다. 아직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사회적 관행을 수집하는 회원을 '신비 인간', 쓸모 있다고 판단되는 새로운 분야를 실험하고 연구하는 회원을 '파이어니어'나 '광부'라고 불렀습니다. 또 '등불'이라 불리는 회원은 더욱 자연의 비밀을 밝히며 진리에 가까이 다가서도록 새로운 연구 과제를 정하며, '자연의 해석자'는 기존의 발견 결과를 다시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새로운 원리나 교훈을 끌어내는 회원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참 멋지지 않나요? 이처럼 회원들에게 하는 일에 따라 색다른 이름을 붙여주니 일을 의무로 여기지 않고 보람을 느낀 것입니다.



#이야기 하나

월트 디즈니사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창의적 인재들을 가리켜 '이매지니어(imagineer)'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상상하다(imagine)'와 '엔지니어(engineer)'를 합친 것으로, 상상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새로운 것을 찾아 꿈을 꾸고, 기존의 틀을 바꾸고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상상하는 것에만 그친다면 그저 꿈꾸는 사람(dreamer)에 머무르게 됩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실천력이 있을 때에야 진정으로 창의적 천재가 될 수 있습니다.

학술원은 더 나아가 전시관과 기념관을 만들었습니다. 온갖 종류의 귀하고 훌륭한 발명품과 발명가들의 기념상이 놓여 있는 곳입니다. 이른바 명예의 전당인 것입니다. 이제 이곳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단순히 명예가 되는 것을 뛰어넘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복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신의 영광을 위해 한다는 종교적 의식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베이컨이 이야기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과학이 발달했다면, 지금보다는 부작용이 적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베이컨이 그린 과학적 이상향이 절반의 승리에 지나지 않은 것은, 과학기술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변질돼 과학이 원래 가지고 있던 큰 목적이나 윤리성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과학이 원래 서야 할 자리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21세기의 과학이 인문학과 예술의 융합을 넘어 역사와 문화인류학을 만나고, 더 나아가 윤리학과 신학을 만난다면, 과학적 유토피아는 실제 우리의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여러분이 이 책의 학술원에 나오는 '빛의 상인'이 되고, '등불'이 되고, '자연의 해석자'가 되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길 바랍니다.


[고전 1분 퀴즈]

1. ( )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영국의 철학자로 ‘새로운 아틀란티스’ 책에서 과학기술 문명의 희망적 미래에 대해 표현했어요.

2. ‘새로운 아틀란티스’에는 솔로몬 ( )이라는 곳이 나와요. 이곳의 목적은 사물의 숨겨진 원인과 작용을 탐구하는 데 있지요.

정답: 1. 프랜시스 베이컨 2. 학술원

안진훈 | MSC브레인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