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수억 년 전부터 지구에 뿌리내린 은행나무

입력 : 2013.11.14 05:31 | 수정 : 2013.11.14 09:50
비가 내린 뒤로 날이 부쩍 추워졌지? 날이 추워진 만큼 단풍은 더 진해져 눈이 부실 정도야. 특히 비바람에 떨어진 은행잎이 잔뜩 깔린 길은 노랫말 그대로 '고운 길' '비단 길'이야. 하지만 그 길에 은행도 함께 떨어져 있다면 누구나 코를 감싸 쥐고 얼른 도망가게 되지. 물크러진 은행 열매는 냄새가 정말 고약해. 하지만 그 속엔 뽀얗고 단단한 껍데기가, 또 그 속엔 예부터 약으로 쓰인 은행이 들어 있지. 사람들은 어떻게 구린내 나는 열매 속에 귀한 먹거리가 있다는 걸 알았을까? 은행은 구워서 푸르스름해지면 먹어. 날로 먹으면 절대 안 돼. 토하고 설사를 할 수도 있거든. 구운 것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탈 나.

은행나무.
/그림=손경희(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나무')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어. 암나무에서만 열매가 열리지. 그럼 수나무만 심으면 좋겠다고? 은행나무는 어릴 때는 암수를 구별하기 쉽지 않아. 열매가 열리는 걸 보자면 20년은 기다려야 하지. 은행나무 꽃은 언제 피는 걸까? 열매를 맺을 만큼 어른이 된 은행나무는 봄에 꽃이 피어. 암나무 꽃은 옹기종기 모인 잎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피어. 잘 눈여겨보아야만 알 수 있지. 수나무 꽃은 길쭉한 연둣빛 열매처럼 생겨서 좀 더 찾기 쉬워. 은행나무에 꽃들이 피면 바람이 서로 만나게 해 줘.

은행나무는 매연이 심한 도시에서도 잘 자라고, 벌레도 잘 안 생겨. 생명력이 정말 강하지?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도 다른 나무는 다 죽었는데 은행나무는 살아남았대. 또 은행나무는 아주 오래 살아. 얼마나 오래 사느냐고? 우리나라 곳곳에만 수백 살 먹은, 아니 천 살도 더 먹은 은행나무들이 있는걸. 더 놀라운 건 은행나무가 공룡이 살던 수억 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았다는 거야!



박윤선 | 생태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