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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사위를 칭하는 부마(駙馬), 말 관리직에서 유래했대요

입력 : 2013.11.12 05:00 | 수정 : 2013.11.12 08:50
경험에 따른 기억에 의해서 일어나는 반응을 조건반사라고 해요. 동물이 학습에 의해 후천적으로 반응하는 대표적인 예를 꼽는다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역사 이야기 한 장면 중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을 찾아볼 수 있지요. 그 동물은 바로 말이며, 사건이 일어난 때와 장소는 610년 무렵의 경주 오릉 부근이에요.

부마 축제라는 이름으로 옛 모습을 재연하고 있어요.
부마 축제라는 이름으로 옛 모습을 재연하고 있어요. 부마는 부마도위를 줄인 말이고, 왕의 사위 또는 공주의 남편을 뜻하는 말이 되었지요. /서울 성북구 제공
화랑(★)으로 맹활약하던 15세 소년이 기생집의 여자아이와 사랑에 빠졌어요. 소년은 그 집을 자주 찾아가 그녀를 만나곤 했지요. 그런 아들을 본 어머니는 따끔하게 훈계를 했어요. 어머니의 충고를 듣고 자기 잘못을 깨달은 소년은 다시는 기생집에 가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고요.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어요. 소년이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말 위에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그녀의 집 앞이었어요. 말이 평소와 다름없이 그녀의 집으로 온 것이에요. 소년은 칼로 말의 목을 베었어요. 그리고 그녀를 모른 척하고 집으로 돌아가 버렸지요. 이 소년은 누구일까요? 바로 훗날 삼국 통일의 주인공이 된 김유신이에요. 전설로 떠돌던 이 이야기를 고려 후기에 이인로라는 문인이 '파한집'에 기록해두었어요.

말은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 충직한 동물로 우리 역사 속 전설이나 설화에 단골로 등장해요. 때론 왕이나 장군의 탄생이나 출현을 암시해주는 동물로 등장하기도 하죠.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나 동부여의 왕 금와의 탄생 설화에도 말이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삼국 통일에 큰 역할을 한 김유신 장군 동상이에요.
삼국 통일에 큰 역할을 한 김유신 장군 동상이에요. 그는 어머니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끼던 말의 목을 베었지요. /토픽이미지
임금의 사위를 일컫는 '부마'는 말과 깊은 관련이 있어요. 옛날 중국 진나라 에 신도탁이라는 청년이 살았어요. 그가 학문이 뛰어난 스승을 찾아 옹주라는 곳으로 가던 도중에 날이 저물어 어느 저택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그는 어떤 여성과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그녀는 자신을 진나라의 공주였다고 소개했고요. 그런데 나흘째 되는 아침에 그녀는 더 이상 자신과 인연을 맺으면 화를 당하므로 헤어져야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신도탁에게 베고 잤던 금실로 짠 베개를 주었어요. 신도탁이 베개를 받아 들고 대문을 나서자마자 뒤를 돌아보았는데 집은 온데간데없었어요. 잡초만 무성한 허허벌판에 무덤 하나만 있었지요. 이후 신도탁은 그 베개를 판 돈으로 음식을 사 먹었는데, 우연히 왕비가 그 베개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왕비는 어떤 청년이 그 베개를 팔아 음식을 사먹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요. 왕비는 딸의 부장품(★)으로 무덤에 넣어둔 베개를 훔쳐낸 도굴꾼을 잡아오라고 명령했어요. 얼마 후 붙잡혀온 신도탁을 왕비는 엄하게 문초(★)하였어요. 신도탁이 베개에 얽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왕과 왕비는 "죽은 내 딸이 산 사람과 부부의 인연을 맺으니 당신이야말로 진짜 내 사위"라며 신도탁을 부마도위라는 벼슬에 임명하였어요. 부마는 원래 군주가 타는 부거(★)를 끄는 말이라는 뜻이며, 그 말을 맡아 보는 관리를 부마도위(駙馬都尉)라고 하였지요. 이때부터 부마도위는 군주의 사위에게 내리는 벼슬이 되었다고 해요. 부마도위를 줄여서 부마라고 하는데, 왕의 사위 또는 공주의 남편을 뜻하는 말이 되었고요.


★화랑: 신라 때 청소년의 수양 단체. 또는 그 단체에 속한 중심인물을 말함.

★부장품: 무덤에 시체를 안치할 때 함께 넣어 매장하는 물품.

★문초: 죄나 잘못을 따져 묻거나 심문하는 것을 말함.

★자초지종: 처음부터 끝까지 과정이나 그동안에 대한 사실.

★부거(副車): 제왕이 거동을 할 때 여벌로 따라가는 수레.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