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읍시다

"강요하지 말라, 아이들 스스로 필요할 때 배우게 될테니"

입력 : 2013.11.11 09:05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사상은 독일 철학자 칸트에게도 영향을 끼쳤지요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사상은 독일 철학자 칸트에게도 영향을 끼쳤지요. /위키피디아

※다음은 장 자크 루소 '에밀' 원문 중 일부를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본문을 읽고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보세요.


장 자크: 로베르, 미안하네. 자네가 여기에 공들여 노동을 쏟아부었는데 이렇게 우리가 일을 망쳐놓았군. 멜론 씨를 구해다 주겠네. 그리고 다시는 함부로 땅을 갈지 않겠네. 누가 이 땅에 먼저 심었는지 알기 전에는 말이야.

로베르: 좋아요. 그럼 이제 가만 계시면 돼요. 갈지 않은 땅은 없으니까요. 저도 아버지가 개간한 땅을 갈고 있던 것이었어요. 누구나 다 이런 식이니 모든 땅은 오래전부터 주인이 있는 거랍니다.

에밀: 그렇다면 이번처럼 멜론 씨가 못 쓰게 되는 일이 종종 생기겠군?

로베르: 도련님처럼 조심성 없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답니다. 아무도 남의 밭을 이렇게 함부로 건드리지 않아요. 다들 남의 일도 존중하기 때문이죠.

에밀: 그런데 나한테는 밭이 없어.

로베르: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에요? 제 밭을 또 망치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저도 더는 헛수고하고 싶지 않아요.

장 자크: 이렇게 타협하는 건 어떤가? 수확물 절반은 주인이 갖는 조건으로 나와 내 꼬마 친구가 밭의 한구석을 갈 수 있도록 해주게나.

로베르: 아주 좋습니다. 대신 제 멜론엔 손대지 말아 주세요. 또 손을 대면 콩도 다 파헤쳐 버릴 겁니다.


여러분이 소유(所有)에 대해 처음 배운 때는 언제인가요? 에밀은 땅에 콩을 심고 소유의 뜻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콩을 심음으로써 그 땅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식이지요. 콩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서 에밀은 자기 것이라고 좋아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콩이 모조리 뽑히고 땅은 파헤쳐졌습니다. 에밀은 몹시 화가 나 슬피 울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렇게 콩을 뽑아 놓은 사람은 머슴 로베르였습니다. 로베르가 어렵게 구한 멜론 씨를 심어 놓았는데, 에밀이 콩을 심는다고 파헤쳐 못 쓰게 됐던 것이에요. 누군가가 자기 노동을 들여 무언가를 만든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그 사람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된 셈이지요. 여러분이 아주 어린 동생에게 소유의 뜻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생각해보세요.

에밀은 아무리 단순하고 매력 있는 라퐁텐의 우화라고 해도 외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왜 우화에 눈이 멀어 있는가? 우화의 이야기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지만 실은 속이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거짓말에 속은 아이들이 진실을 놓친다는 것을 모르는가. 우화는 어른들을 가르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해줘야 한다. 만약 진실에 탈을 씌우면 어린이들은 그 탈을 벗기려 하지 않는다. 모든 어린이가 라퐁텐의 우화를 배우고 있지만 사실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아이는 없다. 만약 이해하게 된다면 더욱 좋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그 우화들의 교훈은 뒤죽박죽인데다 아이들 나이에 맞지 않아 미덕보다는 악덕으로 이끈다.

루소는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부터 책을 읽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어요. 특히 우화를 읽게 하는 건 아이들의 도덕성에도 좋지 않다고 했지요.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필요를 느낄 때 읽고 쓰는 것을 배우게 될 테니 독서를 강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이 같은 그의 생각은 '에밀'의 첫 문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답니다. '신의 손에서 나올 때는 모든 것이 다 좋다. 사람 손에서 다 나빠지는 것이다' 여러분은 루소의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남준 | 어린이 교양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