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조선 최고 女시인 허난설헌은 '홍길동전' 쓴 허균의 누나

입력 : 2013.10.31 08:56

[54]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

요즘도 남매 작가가 흔하지 않은데 조선시대에 유명한 남매 작가가 있었어요. 누군지 짐작할 수 있나요?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 누나 허난설헌이에요.

오늘은 이들 남매의 발자취를 찾아 나서볼게요. 홍길동전은 5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와요. 남매를 기리는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은 강원도 강릉에 있답니다.

홍길동은 아버지가 재상이라는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서얼(첩의 자식)로 태어났지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무시당했던 홍길동은 집을 나와 활빈당을 만들었어요. 그는 탐욕이 많고 나쁜 짓을 일삼는 벼슬아치들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을 도와주었어요. 탐관오리들이 무서워하는 의로운 도적이 된 거예요.

이 소설을 지은 허균(1569~1618)은 홍길동전을 통해 부패한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소설에 담은 셈이에요.

①강원도 강릉에 있는‘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입구랍니다. ②‘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에 있는 난설헌 초상화예요. ③‘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안에서 남매의 작품과 삶의 흔적을 만날 수 있지요.
①강원도 강릉에 있는‘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입구랍니다. ②‘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에 있는 난설헌 초상화예요. ③‘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안에서 남매의 작품과 삶의 흔적을 만날 수 있지요.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은 주변 솔 숲이 매우 멋져요. 그런데 허균의 누나 허난설헌이 어떤 작가인지 궁금하지요? 허난설헌(1563~1589)은 조선 최고의 여성 작가로 꼽혀요. 조선시대는 여성의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때였지만, 아버지 허엽과 오빠 허봉은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뛰어난 난설헌에게 공부를 가르쳤어요. 자유롭게 생각하고 글을 쓰도록 도왔고요. 그런데 난설헌이 결혼한 후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시집살이를 더욱 호되게 겪어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았죠.

게다가 어린 아들과 딸을 잃는 불행까지 겪어 몹시 힘들어했지요. 그는 고달픈 삶을 시로 썼어요. 허난설헌은 세상을 떠날 때 그동안 썼던 시 200여 편을 모두 불태우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누나의 삶을 안타까워하던 동생 허균은 명나라 시인에게 누나의 시를 보여줬지요. 명나라 시인 주지번은 허난설헌 시에 감탄해 시집 '난설헌집'을 냈어요. 이것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일본에서도 번역되어 주목받았지요. 허난설헌은 우리나라에서보다 중국과 일본에서 먼저 유명해진 시인이랍니다.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에는 이들 남매의 업적을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있고, 이들이 살던 집도 되살려 놓았어요.

이곳 주변엔 초당 두부 마을이 있어요. 초당 두부라고 이름 붙인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길 이름도 강원도 강릉시 초당순두부길이에요. 초당이란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죠? 초당은 바로 허균과 허난설헌의 아버지 허엽의 호랍니다.

두부는 보통 소금으로 간을 해서 만드는데, 초당 두부는 소금 대신 동해 바닷물을 이용한답니다. 허엽이 강릉에서 샘물과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들었는데 아주 맛이 좋았다고 해요. 그래서 자기 호를 따 '초당 두부'라고 이름 지었다고 하지요. 그때 두부를 만들었던 자리가 지금의 초당 마을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몇몇 사람은 조선시대에 양반이 과연 두부 만드는 일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은 반역을 꾀했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당했고, 그의 집안은 거의 망했어요. 하지만 허균과 허난설헌은 지금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해졌지요.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은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이들 남매의 학문적·문학적 업적과 그 인생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랍니다.
임후남 |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