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원래 한 나라였죠

입력 : 2013.10.25 08:47

불교·힌두교·이슬람교 공존했던 인도
영국의 식민지 정책 때문에 종교 갈등… 독립 후 인도와 파키스탄 분리됐어요
파키스탄은 다시 동·서 나뉘어 분쟁, 동파키스탄은 방글라데시로 독립했죠

인도 주변 국가들 지도
인구밀도는 1㎢의 면적 안에 살고 있는 사람 수를 나타냅니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좁은 지역에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나라 중 하나인 몽골에는 1㎢에 1.5명도 안 되는 사람이 살고 있어요. 반면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는 방글라데시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지요. 이 나라는 인도를 사이에 두고 파키스탄과 마주 보고 있는데요, 원래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는 하나의 인도였어요. 그런데 왜 인도에서 나누어져 다른 나라가 되었을까요?

인도는 종교의 나라로 알려져 있어요. 고타마 싯다르타가 자비와 평등을 강조한 불교가 생긴 곳이 인도입니다. 인도에서는 4세기부터 민간신앙과 불교 등이 섞인 힌두교가 발전했어요. 11세기 무렵부터 약 800년 동안은 이슬람교의 지배를 받기도 했습니다. 인도는 시대별로 왕조의 변천을 겪으면서 그만큼 많은 종교의 변화를 겪은 나라예요. 그래서인지 종교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자주 일어났어요. 알라신만을 유일한 신으로 인정하는 이슬람교와 세상 만물을 신으로 섬기는 힌두교 간에는 충돌이 잦았고요. 영국은 힌두교와 이슬람교 신자들의 다툼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인도인들을 분열시키는 식민지 정책을 썼지요.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1905년, 영국은 벵골 분할령을 발표해요. 인도 북동쪽에 있는 벵골은 영국의 통치에 가장 거세게 저항한 곳이에요. 이 법은 이슬람 신자가 많이 살던 곳을 동벵골, 힌두교 신자들의 지역을 서벵골로 나누었어요. 인도의 민족운동이 힘을 얻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이었죠.

파키스탄의 이슬람교 사원이에요. 종교뿐 아니라 다양한 공공 행사가 열리지요. 이슬람 사원을 ‘모스크’라고 해요
파키스탄의 이슬람교 사원이에요. 종교뿐 아니라 다양한 공공 행사가 열리지요. 이슬람 사원을 ‘모스크’라고 해요. /Corbis/토픽이미지
분노한 인도인들은 한마음이 되어서 저항했어요. 영국산 면직물을 불태우고, 상점과 공장 문을 닫았어요. 인도국민회의에서는 '영국 물건을 사지 말자''국산품을 애용하자' '인도인의 손으로 인도를 통치하자''교육만이 힘이다'등의 구호를 내걸었지요. 결국 1911년 벵골 분할령은 폐지되었지만, 종교 간 갈등을 일으키려 했던 영국의 속셈은 오랫동안 인도 사람들 가슴속에 남았답니다.

드디어 1947년에 인도는 손꼽아 기다리던 독립을 했어요. 그러나 독립의 기쁨은 잠시였지요. 인도국민회의와 이슬람동맹이 각각 자기들의 나라를 세우려 했기 때문이에요. 이 문제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종교를 찾아 떠나는 혼란을 겪었어요. 인도의 독립을 이끌었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힌두교든 이슬람교든 기독교든 종교를 가리지 말고 한 나라를 세워야 한다"고 외쳤지만, 암살당하고 말았어요.

인도의 힌두교 사원이에요. 이슬람 사원의 겉모습과 다르지요
인도의 힌두교 사원이에요. 이슬람 사원의 겉모습과 다르지요. /Corbis/토픽이미지

결국 힌두교를 믿는 인도와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으로 나뉘어 각각 독립국가를 세우게 되었답니다. 이슬람교와 힌두교 간의 종교 갈등이 영국의 식민 지배를 겪으면서 더욱 커져서 인도가 분리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에요.

그런데 옛 지도를 잘 보면 특이한 점이 있어요. 거대한 인도를 사이에 두고 파키스탄 영토가 두 지역에 흩어진 거죠. 동벵골이 있던 곳의 동파키스탄과 인도 서북쪽에 있는 서파키스탄. 인도를 사이에 두고 1000㎞가 훨씬 넘는 거리에 있는 이들은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거의 없었어요. 언어도 문자도 민족도 풍습도 모두 달랐거든요. 게다가 인구는 동파키스탄이 훨씬 더 많았지만, 정치는 서파키스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어요. 정부의 예산도 서파키스탄 중심으로 쓰였고, 동파키스탄 사람들은 공무원이 돼도 높은 자리에 오르기 힘들 정도로 차별을 받아야 했지요. 이 밖에도 불편한 점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았어요. 서파키스탄과 동파키스탄 간에는 또다시 갈등이 시작되었어요. 물론 파키스탄과 인도 간에도 분쟁은 계속되었지요.

1952년 서파키스탄은 오직 우르두어만을 공식 표준어로 지정했어요. 벵골어를 쓰던 동파키스탄에선 대학생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반대 운동을 벌였어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서 벵골어도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선언이 나왔어요.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벵골 지역의 동파키스탄인들은 서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어요. 마침내 1971년 동파키스탄이 독립해 방글라데시가 된 거예요. 인도가 힌두교를 믿는 인도,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로 분리된 셈이에요. 참고로 인도 남쪽의 스리랑카는 불교 국가예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분쟁과 다툼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어요. 인도처럼 종교 갈등으로 나라가 갈라지기도 하고 자원 다툼 등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나라가 분열되기도 하지요. 때로는 국제 분쟁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평화를 지키려는 마음과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아닐까요?

공미라 | 세계사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