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공룡만큼 큰 로봇, 만들 수 있을까?

입력 : 2013.10.22 08:50

사람처럼 움직이는 영화 속 거대로봇, 무게 지탱하기 어려워 실제론 불가능… 뇌파 이용해 조종하는 것은 실험 성공
인류의 도전이 새 기술 만들었듯이 영화 속 장면 곧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우와. 저 로봇의 크기 좀 봐. 정말 어마어마하다."

올해 개봉된 공상과학영화 중에선 거대 로봇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어요.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지구인들이 로봇을 이용해 막아낸다는 내용인데, 로봇 키가 평균 80m나 돼 관객들을 놀라게 했지요. 아파트 30층 정도의 높이니 대단하지요?

공상과학(SF·Science Fiction)영화는 완전히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과학적인 지식을 담고 있어요. 초기의 로봇 영화에선 로봇이 사람과 비슷한 크기거나 사람의 4~5배 정도에 불과했어요. 영화 제작 당시 과학 수준에서 상상할 수 있었던 최대한의 가능성이었지요. '로봇(robot)'이라는 말은 노동자를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비롯됐다고 해요. 그래서 처음에 로봇의 기능은 인간의 일을 대신 해주는 정도로만 여겨졌어요. 그러다 보니 로봇은 인간을 닮게 되었고 인간의 크기 정도로 디자인되었던 거예요.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개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해요. 우리는 두 발로 걸어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것을 로봇에 적용하기 위해선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해요. 인체 비율과 비슷하게 만든 인형을 세워 본 친구들은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조금만 흔들림이 있어도 곧바로 인형이 쓰러져버리거든요. 하지만 인간은 경사가 급한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어요. 누군가 밀어도 금방 쓰러지지 않지요. 왜냐하면 단순히 다리의 힘으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기울기를 뇌에서 감지하고 상황에 맞게 몸의 각 부분을 움직이도록 해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로봇을 두 발로 제대로 걷게 하는 것만으로도 과학적 성과를 이룬 것이지요. 로봇의 크기가 커지면 균형 잡고 걷는 게 더 어려워져요. 길이가 2배가 되면 겉넓이는 4배 커지고 부피는 8배 늘어난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사람의 평균 키가 지금보다 2배 커진다면 제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워진다고 해요. 커진 뼈의 크기에 비해 무게가 훨씬 더 늘기 때문에 몸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워지죠. 몸이 기울 때 균형을 잡으려면 더 큰 힘이 필요해 동작도 둔해진답니다. 로봇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크기에 한계가 있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에요.

[신문은 선생님] 공룡만큼 큰 로봇, 만들 수 있을까?
/그림=정서용
그렇다면 최근에 나온 영화의 거대 로봇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것일까요? 이렇게 크면 엄청난 무게를 지탱하기도 벅차지 않을까요? 영화에선 거대 로봇을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티타늄은 강철보다 가볍고 강도가 센 금속이에요. 여기에 다른 금속을 더해 강력한 합금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크기에 비해 무게를 줄이고 엄청난 무게를 버텨낼 수 있는 비결이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거대한 로봇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로봇을 조종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앞으로 걸으면서 팔을 뒤로 뻗어 주먹을 쥐고, 허리를 회전시켜 상대를 공격할 준비를 하겠지요? 물론 상대편 괴물도 움직이고 있으니 거기에 맞춰 로봇의 움직임도 바뀌어야 해요. 이렇게 다양한 움직임을 위해선 로봇 조종석에 수많은 장치가 있어야 할 거예요. 또 그것들을 한꺼번에 조종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거대 로봇을 조종하기는 너무 어렵겠지요? 그래서 공상과학영화에선 거대로봇과 인간의 두뇌를 연결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우리의 몸도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니 로봇의 몸과 인간의 뇌를 연결한다는 생각도 있을 법하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뇌파를 이용한 조종은 현실성이 있을까요?

놀랍게도 뇌파를 이용해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은 이미 실용화 단계까지 왔어요. 우리가 몸을 움직이려 할 때 뇌에선 전기신호가 발생해요. 그 신호가 몸의 각 부분에 전달되어 몸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 신호를 감지해 기계를 움직이는 신호로 바꾸어줄 수 있다면, 뇌를 이용해 기계를 움직일 수 있겠지요? 뇌는 정상이지만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 기술이 무척 쓸모 있답니다.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지라도 로봇 팔이나 로봇 다리를 쓸 수 있기 때문이에요. 몸이 불편해도 생각만으로 컴퓨터 등 각종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으니 훨씬 편하겠지요?

아직 과학기술은 공상과학영화 속에 등장하는 기술에 미치지 못해요. 하지만 인류는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제자리걸음 없이 계속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이고 발전시켜 왔지요. 100년 전 사람들이 지금의 과학기술을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앞으로 100년 후에 등장할 기발한 기술을 지금 짐작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어쩌면 지금 공상과학영화의 여러 소재가 20~30년 후엔 현실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자, 이제 여러분이 어른이 된 30년 후의 과학기술들을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여러분이 직접 현실로 만들어가길 바랄게요.


[관련 교과] 5학년 2학기 '우리 몸' 6학년 2학기 '에너지와 도구'


[함께 생각해봐요]

공상과학소설의 대가(大家)로 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가 생각해낸 ‘로봇의 3원칙’에 대해 찾아보고, 여러분이 과학자라면 로봇의 원칙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생각해보세요.

해설: 아시모프가 생각해낸 ‘로봇의 3원칙’은 ①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②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③로봇은 원칙 ①②를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로봇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로봇의 정신과 윤리를 규정한 이 원칙은 ‘로봇이 따라야 할 규칙’이라고 하지요.

조영선 | 과학학습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