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친구
결과가 좋으면 도덕적인 걸까?
[52] 칸트 '도덕 형이상학'
과정을 중시한 윤리관 내세운 칸트, 선한 것 선택하려는 의지를 바탕으로
내가 세운 삶의 원칙이 보편적일 때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주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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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트가 쓴‘도덕 형이상학의 기초 놓기’의 초판본 표지예요. /위키피디아
우리는 하루를 살면서 알게 모르게 몇 차례씩 도덕적 판단을 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신호등을 건널 때 빨간색인데 건널까 말까 결정해야 하는 판단 말입니다. 만약 지금 당장 건너지 않으면 지각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결정하기 쉽지 않겠지요? 예를 하나 더 들게요. 내 친구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쥐어박아도 될까요, 안 될까요?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옳은가, 아닌가?' 이 물음은 아주 옛날부터 많은 사람이 궁금해했던 것입니다. 학자들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요. 이들이 내놓은 몇 가지 의견에 대해 살펴볼게요. "주어진 의무나 규칙에 맞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옳은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따르는 윤리가 '의무론적 윤리'입니다. 이에 따르면 초록 신호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입니다. 교통 규칙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와 달리 '동기론적 윤리'는 동기와 의도까지 도덕적으로 옳아야 진정 도덕적 행동이라는 거예요. 이에 따르면 '교통 규칙을 어겨 벌 받을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지키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지요. 이 같은 동기론적 윤리를 주장한 대표적 인물이 '예수'입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죄를 지으면 실제 행동으로 죄를 지은 것과 다름없다고 이야기했지요. 즉, 행위의 배경이 되는 '의도의 순수성'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한 거예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남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목적에 맞는 행동이 옳은 것이라는 '목적론적 윤리'를 주장했어요. 한편 '결과론적 윤리'는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그 결과가 나쁘면 윤리적으로 나쁘다고 보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기준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잘해도 결과가 나쁘면 결국 옳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특히 경제학에서 이 같은 윤리관을 자주 엿볼 수 있어요.
지금까지 살펴본 윤리관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윤리관을 내세운 사람이 바로 '칸트'입니다. 그는 '어떤 행위'가 옳고 그른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옳은 행위가 되는지를 밝히고 있어요. 옳은 행위를 말하는 것보다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옳은 행위가 되는지'에 초점을 맞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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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의 가치를 모르는 어린아이가 빵집 주인에게 5만원을 내고 빵을 사고 있어요. 여러분이 빵집 주인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지 생각해보세요. /그림=이병익
그는 윤리의 근본적 출발점은 '선의지(善意志·good will)'라고 했어요. 선한 것을 선택하려는 의지가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선의지를 바탕으로 자기가 세운 삶의 원칙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야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본 거예요. 다시 말해 그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만약 '나는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데 너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면 이것은 보편성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거예요. 보편성을 가져야만 누구나 따라야 하는 도덕법칙이 되고, 그렇게 되면 누구든지 그 법칙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도덕적 의무가 생긴다고 보았어요. 이처럼 칸트는 어떤 도덕법칙에 대해 '의무니까 그냥 따르라'고 하지 않고, '그것이 왜 따라야 하는 의무인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야기 하나
여러분은 빵 가게의 주인입니다. 어느 날 어린 아이가 빵을 사러 왔어요. 이 아이는 지폐의 종류를 구분하지도 못하고 돈의 가치에 대해서도 몰라요. 그래서 1000원짜리 빵 하나를 사면서 5만원짜리 지폐를 냈어요. 여러분이 이 돈을 그대로 받아도 그 아이는 눈치 채지 못할 거예요. 이런 경우에 여러분이 1000원만 받고 나머지를 거스름돈으로 준다면 칸트는 무엇이라고 말했을까요? 여러분이 도덕적으로 아주 옳은 사람이라고 했을까요?
칸트라면 무조건 옳다고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성품이 워낙 착해서 거짓말을 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했다면 칸트는 뭐라고 이야기했을까요? 또는 그 아이의 부모가 와서 따질 것이 두려워 1000원만 받았다면 칸트는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내용 참고: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여러분은 어떤 삶의 원칙을 가지고 있나요? '거짓말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는 사람도 있고, '결과만 좋다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이들도 있을 거예요. 여러분이 스스로 세운 도덕법칙 중에 보편성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은 몇 개인가요?
오늘날 높은 지위에 있거나 존경받던 사람이 갑자기 망신당하고 추락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대부분은 윤리적 문제 때문에 그렇게 되지요. 이 중 상당수는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지만, 내가 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이 같은 도덕적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가 시켜서 하거나 무언가가 두려워 끌려가듯 하지 말고, 칸트의 선의지를 떠올려보세요. 선한 것을 선택하려는 의지, 그것을 기준 삼아 여러분의 행동을 결정해보세요.
[고전 1분 퀴즈]
1. ( )는 ‘어떤 행위’가 옳고 그른지 말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야’ 옳은 행위가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2. ( )를 따르는 사람들은 “의무나 규칙에 맞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지요.
정답: 1. 칸트 2. 의무론적 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