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읍시다
"선한 의지는 행복을 누리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다음은 칸트의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 원문 중 일부를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본문을 읽고 아래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보세요.
세상에서 무한히 선(善)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선한 의지'뿐이다. 지성·재치·판단력 등 모든 정신적 재능은 선하고 바람직하다. 단호한 태도와 끈기 등 타고난 기질도 선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의지가 선하지 않으면 매우 악하고 해로울 수 있다. 권력·재산·사회적 존경·건강·자기만족 등 행복으로 불리는 것들은 인간을 대담하게 한다. 하지만 선한 의지가 없다면 사람을 건방지고 거만하게 만들곤 한다. 선하지 않은 사람이 계속 잘 사는 것을, 이성적이고 공정한 제3자가 본다면 결코 기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선한 의지는 행복을 누릴 자격을 얻기 위해 꼭 갖춰야 할 조건임이 분명하다.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의 제1장 첫머리입니다.
여러분은 이 글을 보고 무엇을 떠올렸나요? 똑똑하고 예쁘고 키도 큰데 성격이 아주 못된 친구가 생각났다고요? 시험 때마다 부정행위를 하고도 한 번도 들키지 않은 친구를 떠올리는 학생도 있군요.
칸트가 말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훌륭한 재능을 타고났는데, 그것을 남을 괴롭히거나 해치는 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칸트는 우리가 갖길 원하는 '절제력'과 '침착한 판단력' 등을 악인(惡人)이 가지게 되면 훨씬 더 위험해진다고 했지요. 그렇기 때문에 칸트는 '선한 의지'가 그 자체로 선하고,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 ▲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있는 임마누엘 칸트 동상이에요. 칼리닌그라드는 지금은 러시아 영토이지만 칸트가 태어났을 때엔 동프로이센의 도시 쾨니히스베르크였지요. /AFP
이제 5학년 어린이들은 도덕 교과서 3단원에 나오는 '갈등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떠올려보세요. 다툼과 충돌 때문에 갈등에 관련된 사람들의 삶이 모두 불행해지는 '파괴적 갈등'이 생각나지요? 이 세상에 선한 의지가 없다면 파괴적 갈등을 풀어가기가 무척 어려워질 거예요.
이제 칸트 책의 제2장에 나오는 장면을 함께 보기로 해요.
돈이 없어 큰 어려움에 놓인 사람이 있다. 그는 돈을 빌리기 위해선 정해진 날짜까지 꼭 갚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안다. 그는 자기 양심에 이렇게 묻는다. '이런 거짓말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면 도덕적 의무를 어기는 것 아닐까?' 그럼에도 그가 거짓 약속을 하기로 정했다면, 그는 다음과 같은 행동 원칙을 세운 것이다. '돈이 없으면 빌려야 하고, 그 돈을 결코 갚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갚겠다고 약속해 빌리면 된다'. 이 같은 '자기 사랑' 또는 '자기 이익'의 원칙이 보편적인 법칙이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 법칙이 결코 보편 원칙이 될 수 없고 스스로 모순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지킬 생각이 없으면서도 거짓으로 약속해도 된다'는 것이 보편적 원칙이 된다면, 약속은 물론이고 그것을 통해 이루려는 목적도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서로의 약속을 믿지 않을 것이고 약속은 헛된 것이라고 비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칸트는 위와 같은 거짓 약속이 옳지 않은 것은 '자기가 원하는 목적을 위해 남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상대적 가치인 '자기 이익'을 위해 절대적 가치인 '상대방의 이성'을 속였다는 것이에요.
칸트는 "인간이 이성을 가졌기에 절대 가치를 지닌다"고 말해요. 이성적 존재라는 이유만으로도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 같은 칸트의 사상은 인권(人權)을 비롯해 수많은 분야에서 오늘날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답니다. '누군가를 속이는 것은 그 상대방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는 칸트의 주장,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