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아삭아삭 단감 말랑말랑 홍시… 달짝지근 감꽃

입력 : 2013.10.17 08:55
우리나라에선 흔한 과일인데, 서양에서 보기 어려운 귀한 과일은 무얼까? 요즘 한창 제철인 감이야. 감은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서 주로 나거든. 단단해서 아삭아삭 씹어 먹는 맛이 좋은 달짝지근한 단감, 말랑말랑 보드라운 데다 달콤하기까지 한 홍시는 우리나라에선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서양에선 특별한 과일이란다. 감은 모양이 참 다양해. 끝이 뾰족한 것도 있고, 동글동글한 것도 있고, 네모날 정도로 납작한 것도 있어. 그래도 모두 잘 익으면 아주 고운 빛깔로 붉게 물들어. 여름내 푸르스름하던 감이 언제 이렇게 익었을까?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나무는 참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었던 거야.

감
/그림=손경희(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과일')
감은 껍질을 깎아 말려 쫀득쫀득한 곶감으로도 만들어 먹고, 홍시를 꽁꽁 얼려 두었다가 이듬해 여름에 아이스크림처럼 먹기도 하고, 감물을 받아 폭 숙성시켜서 감식초로 만들어 먹기도 하지. 하지만 다 익기 전까지는 떫은맛이 나. 덜 익어서 떫은 감을 땡감이라고 해.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참 재미난 이름이지? 땡감을 먹으면 '응가(변)'가 딱딱해져 잘 안 나와. 그래서 배가 아프지. 늦봄에 피는 노란 감꽃도 맛있어. 감꽃을 볕에 말리면 곶감 맛이 나거든. 여름철 장마 때는 감꽃이 후드득 떨어져. 떨어진 감꽃을 말려서 구슬처럼 꿰면 멋진 감꽃 목걸이가 돼. 감꽃이 떨어지면 먹을 감이 줄어드니 아깝다고? 적당히 떨어지는 건 오히려 감나무에 필요한 일이야. 만약에 감꽃이 떨어지지 않고 모두 열매가 된다면, 감이 감나무의 영양분을 조금씩밖에 나눠 가질 수 없으니 크기도 작고 맛도 덜해질 거야. 비가 사람 손을 대신해 알맞게 솎아 주는 셈이지.

요즘 감잎도 감처럼 울긋불긋 고운 물이 들기 시작해. 해마다 이맘때면 변함없이 열매를 맺는 부지런한 감나무를 다시 한 번 자세히 바라봐 주렴.



박윤선 | 생태 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