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읍시다

"세상엔 惡人도 善人도 드물어… 대부분 그 중간에 있다"

입력 : 2013.10.14 08:52
※다음은 플라톤'파이돈' 원문 중 일부를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본문을 읽고 아래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보세요.


"소크라테스는 자기 몸을 만져보며 독약이 심장에 이르면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배가 서서히 차가워지자 자기 얼굴을 덮고 있던 천을 내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진 것이 있네. 소홀히 여기지 말고 꼭 갚아주게나.'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긴 후 그의 몸이 부르르 떨렸고, 잠시 후 두 눈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에케크라테스! 이것이 바로 당신이 궁금해했던 소크라테스의 마지막입니다. 그는 우리가 아는 사람 중 가장 훌륭하고 지혜롭고 정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파이돈'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 글의 첫 장면은 에케크라테스가 파이돈에게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날'을 묻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파이돈은 소크라테스 도움으로 전쟁 노예 신분을 벗어나 자유인이 된 인물이고, 에케크라테스는 피타고라스학파의 학자예요. 이들을 비롯해 소크라테스의 제자 심미아스와 케베스,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친구 크리톤이 이 글의 등장인물이에요. 여러분은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나요? 어떤 친구는 "죽는 마당에 예전에 빌린 닭 한 마리 걱정을 하다니…. 무척 소심하군"이라고 하고, 또 다른 어린이는 "작은 것이라도 법적·도덕적 의무는 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하는군요. 맞아요. 그렇게 볼 수도 있어요. 참고로 학자들 해석을 들려줄게요. 이 말에 나오는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醫術)의 신이에요. 그는 아폴론의 아들로 죽은 사람마저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지요. 그래서 그리스 사람들은 병이 나으면 이 신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닭을 바쳤다고 해요. 이 때문에 학자들은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말을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영혼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은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지요.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소크라테스 조각상이에요.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소크라테스 조각상이에요. /Corbis 토픽이미지
자, 이제 파이돈의 다른 장면을 살펴볼까요?

"우리는 무엇보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어떤 일 말인가요?" "남을 싫어하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토론을 싫어하는 사람이 되는 것 말이야. 이것만큼 나쁜 일도 없어. 토론을 싫어하는 것이나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 것, 둘 다 같은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남을 싫어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 대해 충분히 알지도 못하면서 믿었기 때문에 생기는 거야. 상대방이 진실하다고 믿었는데, 알고 보니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던 게지. 이런 일을 여러 번 겪거나, 가장 가까운 관계나 친한 벗에게서 이런 경우를 당하면 결국 모든 사람을 미워하게 되지. 세상엔 진실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야."


혹시 여러분도 소크라테스가 말한 경우를 당한 적 있나요? 친한 친구에게 배신당했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엄청나게 실망했던 경험 말이에요.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세상은 나쁜 사람 천지'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요. 그는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섣불리 인간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라며 "상대방을 잘 알고 나서 대한다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어요. 악인(惡人)도 선인(善人)도 드물고, 대부분은 그 중간에 있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는 이에 대해 "사물도 매우 크거나 작은 것보다는 그 중간인 것이 훨씬 많고, 빠른 것과 느린 것, 또는 아름다운 것과 못생긴 것도 극단적인 것보다는 중간인 것이 흔하다"고 예를 들었답니다. 여러분은 소크라테스의 주장에 동의하나요? 또 그가 근거로 든 예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하나요? 여러분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서 소크라테스의 생각에 대한 의견을 말하거나 글로 써보세요.

김남준 | 어린이 교양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