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친구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던 소크라테스

입력 : 2013.10.14 08:53

[51] 플라톤 '파이돈'

소크라테스는 육체가 죽어갈수록 영혼은 되살아난다고 믿었어요

끝없는 대화로 깨달음을 주려던 그는 시민들에게 반감을 사고 고발당했죠
하지만 영혼은 영원할 거라 여겼기에 독이 든 잔을 과감히 들이켰어요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감옥에서 친구, 제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플라톤이 기록한 것입니다. 한 달의 감옥살이가 끝나고 독약을 마시기로 되어 있는 날, 소크라테스는 자기를 찾아와 슬퍼하는 이들을 오히려 격려하고 위로하였지요. 이 작품에서 우리는 인간과 죽음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소크라테스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아볼까요? 그는 인간은 영혼과 육체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인간이 죽을 때 영혼은 육체로부터 분리된다고 보았지요. 그렇다면 죽음 이후에 인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소크라테스는 육체는 죽을지라도 영혼은 죽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즉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철학적 생각을 깊이 하는 데 있어 육체가 방해된다고 했어요. 죽음이 육체적 감각으로부터 영혼을 해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카르트도 인간이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는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걷다가 흰색의 물체가 휙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합시다. 여러분이 '그것은 귀신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면 정말로 이 세상에 귀신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데카르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요. 그는 대상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감각이 불확실하다고 생각했기에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우리가 확실히 보고 느낀 것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이러한 데카르트 이론에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 오늘의 작품 '파이돈'입니다.

[신문은 선생님]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던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이와 같은 생각의 토대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철학(philosophy)은 '지혜(sophia)'를 '사랑(phil)'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철학'이라고 하면 명사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당시에 '철학'은 '대상의 본질을 끝까지 찾아낸다'는 동사(動詞)로서의 뜻을 가졌어요. 즉 '지혜를 사랑한다는 것'은 끝없는 진리 탐구의 정신으로 본질을 찾을 때까지 파고드는 힘을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야기 하나

이른 아침 아테네 시내를 걷던 소크라테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해결되지 않는 어떤 문제에 맞닥뜨린 것입니다. 그는 제자리에 멈춰 계속 생각했습니다. 생각이 막히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지요. 낮이 되고 저녁이 되어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그를 보며 사람들이 수군거렸습니다. 얼마나 오래 있는지 지켜보겠다며 그 옆에 자리를 잡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밤을 새우면서까지 소크라테스는 자리를 뜨지 않았고, 아침이 되어서야 그곳을 떠났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는 깨달음을 가진 철학자입니다. 그는 어떤 대상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즉 진리에 도달하려면 대화를 통해 자기의 무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는 아테네 시민이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저마다 자기 의견이 진리인 것처럼 떠들고 다니는 걸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알 때까지 몰아붙이는 대화법을 통해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반감(反感)을 느낀 사람들이 그를 고발하기에 이르고, 결국 독배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둘

사진
은 미술관에서 모녀(母女)가 그림을 감상하는 장면이에요. 사진 속 그림을 눈여겨보세요. 무엇을 나타낸 것일까요? 우스꽝스럽기 그지없고 때로는 괴상해 보이지요? 화가는 감각에 사로잡히면 대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눈을 통해 받아들이는 시각(視覺)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그는 자기 생각을 이 그림에서처럼 수많은 작품으로 표현했지요.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그림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그림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화가가 이렇게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영훈 기자
인간이 죽어서 육체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난다면 진정한 철학적 생각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는 것일까요? 소크라테스 생각처럼 영혼은 육체와 달리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 소크라테스는 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은 줄어들고, 차가워지는 것이 있으면 뜨거워지는 것이 있는 것처럼 육체가 죽어감에 따라 영혼은 점차 되살아난다고 했어요. 오늘날에도 그의 생각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분명한 것은 소크라테스가 영혼 불멸을 믿었기에 죽음을 피하지 않고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한계인 죽음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려면 소크라테스처럼 굳은 믿음이 필요할 거예요. 외세(外勢) 침략 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조상도 무언가 확실한 믿음을 가졌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겠지요. 여러분은 어떤 믿음을 갖고 있나요? 자기 인생을 걸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면 여러분은 인생과 인류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기게 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끝없이 진리를 탐구하는 정신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오늘부터 공부할 때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스스로 해결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럴 때 여러분의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사고력(思考力)도 강해진답니다.


[고전 1분 퀴즈]

1. ‘파이돈’은 ( )가 감옥에서 독약을 마시고 세상을 떠나기 전에 친구, 제자들과 나눈 대화를 ( )이 글로 구성한 것이에요.

2. 프랑스 철학자 ( )는 인간의 감각이 불확실하기에 직접 보고 느낀 것이라도 의심해야 한다고 했어요. ‘인간의 ( )은 죽을 때 ( )로부터 분리돼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해요.


정답:
1.소크라테스, 플라톤
2.데카르트, 영혼, 육체

안진훈 | MSC브레인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