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동글동글 까만 열매, 논두렁에 조롱조롱

입력 : 2013.10.10 09:06
[신문은 선생님 키즈] 동글동글 까만 열매, 논두렁에 조롱조롱
/그림=박신영(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풀꽃')
논두렁, 밭두렁에는 사람이 키우지 않아도 여러 풀이 한데 모여 잘 자라. 가시가 있어서 바짓가랑이를 잘도 붙잡는 환삼덩굴도 있고, 나지막한 쇠비름과 토끼풀, 무성하게 자라는 조릿대와 바랭이 같은 날씬한 식물도 많지. 그 가운데 이맘때면 간식으로 먹을 만한 열매가 달리는 풀이 있어. 까만 열매를 조롱조롱 달고 있는 '까마중'이야. 열매를 손으로 쓱 훑어서 한 움큼 입에 털어 넣으면, 톡 하고 터지면서 살짝 달짝지근한 맛이 나. 동글동글, 반질반질한 까만 열매가 스님 머리를 닮았다고 이름이 까마중이야. 우리나라 어디서나 잘 자라는데, 특히 밭이나 길가에 흔해. 까마중 잎은 가지 잎이랑 비슷하고, 꽃은 고추 꽃이랑 비슷해. 고추 꽃보단 훨씬 작은 꽃이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피어.

까마중 열매는 안 먹은 척할 수가 없어. 먹고 나면 입과 손이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거든. 그러니 열매를 따 먹은 손을 옷에 함부로 닦아선 안 돼. 대신 하얀 천에 보랏빛 물을 들이는 데는 꽤 쓸 만하지. 열매 안에는 아주 작은 씨앗이 수십 개씩 들어 있어.

말랑말랑하게 잘 익은 까마중 열매는 따 먹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 솔라닌이라는 독소가 있거든. 솔라닌은 감자 싹에 들어 있는 독 성분이야. 많이 먹으면 어지럽거나, 토하거나, 배탈이 나. 하지만 적은 양일 경우엔 염증을 없애고 심장을 튼튼히 하는 효과도 있다고 해.

까마중.
/그림=박신영(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풀꽃')
피부병이 생겼을 때 까마중 열매를 바르기도 하지. 제주도 사람들은 까마중 열매와 줄기를 짓찧어 종기가 난 데 붙여 고름을 없앴대. 사람들은 농작물 주변에서 자라는 수많은 풀을 그냥 잡초라고 부를 때가 많아. 하지만 잡초에도 제각각 이름이 있고, 사람에게 이롭게 쓰일 때도 많단다.

박윤선 | 생태 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