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600년 흘러도 튼튼한 이 사찰, 불룩한 '배' 덕분이래요

입력 : 2013.10.09 07:36

[51] 부석사 무량수전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이에요. 기둥 위아래에 비해 가운데가 불룩하지요. /박종인 기자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이에요. 기둥 위아래에 비해 가운데가 불룩하지요. /박종인 기자
경북 영주시에 있는 부석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로 꼽히곤 합니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 가을엔 더욱 그렇습니다. 부석사 가는 길에 사과 밭이 있는데, 봄이면 하얀 꽃으로 마음을 환하게 하지요. 요즘 같은 때엔 주렁주렁 사과가 열려 오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돌계단을 오르면 부석사 마당이 펼쳐집니다. 바로 앞에 '무량수전'이 안아줄 듯 넉넉한 품을 뽐내고 있어요. 뒤돌아서면 소백산 줄기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누각(樓閣) '안양루'가 서 있습니다. 676년 신라시대에 의상대사가 세운 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을 비롯해 앞마당의 석등, 안양루 등 많은 문화재가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무량수전입니다. '무량수(無量壽)'는 끝없는 지혜와 무한한 생명을 뜻하는 말이에요. '무량수불(無量壽佛)'로도 불리는 아미타여래가 무량수전에 있지요.

부석사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둘째로 오래된 건물입니다. 국보 제18호로 지정된 목조건물로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요.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은 경북 안동에 있는 봉정사 극락전(국보 제15호)이지만, 건물 완성도나 크기 등에서 무량수전이 뛰어나 아직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무량수전 건물은 1358년 불에 타는 바람에 1376년 고려 우왕 때 다시 지었어요. 무량수전의 가장 큰 특징은 '배흘림기둥'입니다. 이것은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중간은 불룩하고 위와 아래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가운데를 불룩하게 만듦으로써 건축물을 안정감 있게 만든 것이지요. 배흘림기둥은 멀리서 보면 불룩한 것이 전혀 티가 나지 않는데, 똑바로 만든 기둥은 멀리에서 가운데가 가늘게 보이는 착시 현상이 나타난답니다.

부석사 무량수전이에요. 멀리서 보면 기둥이 곧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여요.
부석사 무량수전이에요. 멀리서 보면 기둥이 곧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여요.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알아들을 만한 '배흘림기둥'이란 말이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데는 한 권의 책 제목이 한몫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학자 고(故) 최순우 선생님이 지은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많은 사람이 읽었기 때문이에요. 우리 전통 건축, 회화, 도자기 등에 대해 쓴 이 책은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부석사를 찾아가 그 배흘림기둥에 기대 부석사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무량수전 왼편으로 돌아가면 벽이 나오는데 '부석(浮石)'이라는 한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부석은 '떠 있는 돌'이라는 뜻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절 이름이 되었답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부석사를 세운 의상대사가 당나라로 불교를 공부하러 갔을 때 선묘라는 아가씨를 만났다고 해요. 선묘는 의상대사를 사랑했지요. 의상대사는 선묘를 불심(佛心)이 가득한 사람으로 변화시켰어요. 이후 의상대사가 중국을 떠나게 되자 선묘는 그리움을 참다못해 바다로 뛰어들었답니다. 용이 되어 의상대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선묘는 의상대사가 지금의 부석사 터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을 때 이곳에 살던 도둑 500명을 공중에서 위협해 몰아내고 절을 짓도록 도와주었답니다. 그러고는 그대로 바위가 됐다고 해요. 바로 그 바위가 부석바위입니다. 이름 그대로 바위가 떠 있나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의상대사와 선묘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억하며 떠 있는 돌이라고 상상해보았어요. 이번 주말 엄마 아빠와 함께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아래로 펼쳐지는 소백산을 바라보세요. 깊어가는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임후남 |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