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음료수 한 잔만 마시고 살 수 있다?
필수영양소 한 병에 담은 '소일런트' 음식 먹는 일 귀찮은 한 청년이 발명… 식사 대신할 수 있지만 맛은 없대요
'소일런트' 같은 알약도 개발 중… 이런 것이 '엄마의 요리' 대신할까요?
"끼니를 간단히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가 '의식주'이지요. 입을 것, 먹을 것, 살 곳을 뜻하는 말이에요. 다 중요하지만 이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면 '먹을 것'을 골라야 하겠지요. 옷과 집이 없다고 해서 당장 생명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먹을 것이 없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그래서 우리 몸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배고픔'이라는 신호를 보내 우리가 음식을 먹도록 하지요. 먹을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에요.
그런데 미국의 어떤 20대 청년은 음식을 먹는 일이 매우 귀찮았어요. 혼자 사는 그는 하루 세 번 요리하고 음식 재료를 사고 설거지하는 일을 무척 번거롭게 느꼈지요. 그래서 시간과 돈을 아끼려고 핫도그처럼 밖에서 간단히 사먹는 음식으로 매 끼니를 때웠어요. 그러다 보니 건강이 갑자기 나빠졌지요. 우리 몸은 다양한 영양소를 필요로 하는데 한두 가지 음식만 고집하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영양소는 과하고, 어떤 영양소는 부족해져 균형을 잃을 거예요.
그래서 그 청년은 간단히 먹을 수 있으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그는 생화학, 영양학 등의 교과서들을 연구해 필수 영양분 목록을 만들고, 이 영양소들이 균형 있게 들어간 음료수를 한 병 만들었어요. 식사를 대신해 마실 수 있는 이 음료를 '소일런트'라고 이름 붙였지요. 음식이라기보다는 약 느낌이 강할 정도로 맛이 특이했지만, 이것으로 식사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는 거예요.
만약 여러분이라면 매일 밥 대신 이 음료를 고를 건가요?
- ▲ /그림=정서용
우리는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지만 그 음식의 맛을 느끼며 행복해하기도 해요. 우리 혀에 단맛, 신맛, 짠맛 등 다양한 맛을 느끼는 감각이 있는 것은 음식이 단지 에너지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멀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결코 소일런트로 매 끼니를 때우려 하지 않을 거예요. 부모님이 맛과 영양을 담아 정성껏 만들어 주시는 음식을 먹는 여러분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소일런트처럼 먹기 편한 식량 대용품이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어요. 음식을 조리할 수 없거나 식재료를 구할 수 없는 극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겐 꼭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전쟁터의 군인, 아주 외딴곳으로 여행을 간 사람들, 깊은 바다나 우주로 떠난 사람들을 예로 들 수 있겠지요. 또한 굶주림으로 쓰러져가는 사람들의 생명을 소일런트로 구할 수도 있어요.
어떤 학자들은 머지않아 수퍼마켓도 크게 변할 것이라고 말해요. 지금은 다양한 과일, 채소, 생선, 고기 등이 그 모습 그대로 팔리고 있지만, 미래에는 소일런트처럼 음료나 알약 형태로 바뀌어 판매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렇다고 소일런트처럼 이상한 맛은 아니고요, 음식 고유의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요. 사과 맛, 딸기 맛, 스테이크 맛, 양념치킨 맛, 심지어 신당동 떡볶이 맛 등 그 어떤 맛이라도 화학적 가공을 통해 살려낼 수 있다는 거예요.
모양은 아주 먹기 편하게 간단해지면서도 특유의 맛은 그대로 담는 셈이에요. 여기에 약 성분을 추가해 건강에 더욱 도움을 줄 수 있지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동시에 약도 먹는 거예요. 쓴맛은 없으니 약이라는 느낌도 없겠지요.
한편 음식을 아주 작은 '분자 단위'까지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형태로 간편하게 음식을 만드는 '분자 요리법'도 확산될 것으로 보여요. 이전의 주방에서 쓰던 칼, 도마, 프라이팬, 냄비가 분자 요리에선 필요 없어요. 진공 조리 시스템, 액체질소, 진공 봉지, 냉동 건조기 등 실험실에서 쓰일 법한 도구들이 필요하지요.
분자 요리는 원하는 영양소를 마음대로 담을 수 있으면서도 음식의 맛을 그대로 살릴 수 있기에 주목받고 있지요.
지금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새로운 음식을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런 음식이 보편화되면 '직접 해 먹는 요리'가 사라질 수도 있겠군요. 식사 준비 시간을 아낄 수 있을 테니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바쁘다는 이유로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도 없어지겠지요? 하지만 끼니마다 음식을 정성껏 준비했던 엄마 모습 보기가 어려워지고,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장면도 드물어지겠네요.
하지만 아무리 간편한 음식이 보편화되더라도 자연의 재료로 직접 요리해 먹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직접 만든 요리에는 과학 기술로는 되살릴 수 없는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부모님이 해주신 음식을 먹기 전에 감사하는 마음을 꼭 가지세요. 여러분이 먹는 그 음식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사랑이 담긴 최고의 음식이랍니다.
[관련교과]5학년 2학기 '우리 몸'
[함께 생각해봐요]
완전식품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생각해보세요.
해설: 완전식품의 원래 뜻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음식이에요. 그 음식 하나만 먹어도 영양 불균형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이런 음식은 자연 상태에서 찾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식품을 완전식품이라 부르기도 해요. 달걀, 콩, 브로콜리, 블루베리, 연어가 그 예로 꼽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