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읍시다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지"

입력 : 2013.10.07 09:02
장자는 여러 비유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자기 생각을 표현했지요.
장자는 여러 비유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자기 생각을 표현했지요. /조선일보 DB
※다음은 장자'장자' 원문 중 일부를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본문을 읽고 아래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보세요.


남해에 '숙(儵)'이라는 임금이 살았습니다. 북해 임금은 '홀()', 중앙 지방의 임금은 '혼돈(渾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습니다. 세 임금은 종종 혼돈이 다스리는 땅에서 만났습니다. 혼돈은 숙과 홀을 무척이나 잘 대접했습니다. 늘 고마움을 느끼던 숙과 홀이 따로 모여 혼돈에게 보답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우리처럼 일곱 개의 구멍을 가지고 있소. 그것을 통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고 있지요. 그런데 혼돈은 구멍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우리가 뚫어줍시다." 이날 이후 숙과 홀은 하루에 하나씩 혼돈의 몸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마지막 일곱 번째 구멍을 뚫는 날, 혼돈은 갑작스레 숨을 거두고 말았답니다. (장자 내편의 '응제왕' 중에서)

이 글을 읽고 여러분이 느끼는 주제를 말하거나 제목을 달아보세요. 참고로 임금들 이름은 이런 뜻을 담고 있다지요. 숙은 무언가가 재빨리 나타나는 것을 뜻해요. 이와 반대로 홀은 어떤 현상이 갑자기 사라지는 걸 의미하지요. 그래서 숙을 '유(有)'의 상태, 홀을 '무(無)'의 상태로 보기도 해요. 그렇다면 혼돈(渾沌)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만물이 아직 구별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뜻하는 말이에요. 유도 무도 아닌 상태로 볼 수도 있지요.

어때요? 이제 감이 오지요? 숙과 홀이 혼돈의 몸에 억지로 구멍을 뚫는 장면을 보며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했나요? 살기 편한 환경을 만든다며 자연을 제멋대로 파괴해온 인류를 떠올린 친구들이 많을 거예요. 4학년 도덕 교과서에서 배운 단원 제목 '우리가 지키는 푸른 별'이 생각난다는 학생들도 있군요. 수많은 동식물이 지구에서 영영 사라질 위기에 놓이고, 마음 놓고 숨 쉴 공기와 마실 물마저 부족해진 이유가 뭘까요? 사람들이 자연에 함부로 구멍을 냈기 때문은 아닐까요. 아마 여러분 반에도 숙과 홀처럼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이 있을 거예요. "자연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야."

자, 이제 장자의 다른 이야기를 살펴볼게요.

꿈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마냥 즐거울 뿐 내가 장주(莊周·장자의 본명)라는 걸 완전히 잊었다. 깨어난 뒤 나는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자로 변한 꿈을 지금 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장자 내편의 '제물론' 중에서)

나비가 됐다는 장자의 꿈을 소재로 삼아 명나라 화가가 그린 작품이에요.
나비가 됐다는 장자의 꿈을 소재로 삼아 명나라 화가가 그린 작품이에요. /위키피디아
이 글을 읽고 '장자와 나비는 하나'라고 머릿속에 그리는 친구들도 있군요.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도 한 몸'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장자가 꾼 꿈을 어떻게 해석하면 환경 보호의 필요성과 연결 지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장자가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둬야지, 어떤 경우라도 손을 대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이에 대한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선물을 적어보고, 우리는 어떻게 자연을 대해야 할지 구체적 행동을 써보세요.


[참고] 지금으로부터 약 2300년 전, 중국의 전국시대 사상가 장자가 쓴 ‘장자’는 내편(內篇)·외편(外篇)·잡편(雜篇)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어요. 학자 중에는 내편만 장자의 것이고, 외편과 잡편은 후대에 다른 사람이 보충해 쓴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아요.

김남준 | 어린이 교양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