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친구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어요

입력 : 2013.10.07 09:03

[50] 장자의 '장자'

매번 해고됐던 뺀질이·불평쟁이… 각자 성격에 맞는 업무 맡은 뒤에 매출 올라가고 불량품 줄어들었죠
어려운 '도' 이해 쉽게 설명한 장자…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것도 크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꿈에 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꾼 다음에 장자가 한 말입니다. 이걸 두고 '호접몽(胡蝶夢)'이라고 하는데요, 국어사전은 '장자가 꿈에 호랑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다가 깨서는, 자기가 꿈에 호랑나비가 되었던 것인지 호랑나비가 꿈에 장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한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꿈 이야기에 불과한 것 같지만, 이것은 훗날 장자를 상징하는 대표적 예화로 널리 알려지게 되지요.

장자는 노자의 사상을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상가입니다. 어렵고 깊이 있는 노자의 사상을 구체적이고 쉬운 예를 들어 대중에게 전하였지요. 장자의 글에는 노자가 이야기했던 '보이지 않는 도(道)'의 경지가 마치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세히 그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장자는 누구나 도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요.

노자 사상의 핵심은 '우리가 사물을 바라볼 때, 각자의 눈(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그 대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내가 보는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빨간색 안경을 쓴 사람은 무엇을 보든 빨갛다고 이야기하겠지요? 그렇다면 이것은 그 대상의 원래 모습을 본 것이라고 할 수 없지요. 대상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빨간색 안경을 벗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그러한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불만과 걱정, 그리고 잔꾀가 처음에는 아무 쓸모 없어 보였어요. 하지만 세 사람에게 각각 주특기에 맞는 일이 주어지자 모두 크게 쓰임 받는 인물이 되었지요.
불만과 걱정, 그리고 잔꾀가 처음에는 아무 쓸모 없어 보였어요. 하지만 세 사람에게 각각 주특기에 맞는 일이 주어지자 모두 크게 쓰임 받는 인물이 되었지요. /그림=이병익
장자는 이것을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기 위해 큰 새를 예로 듭니다. '붕(鵬)'은 하늘을 날면 그 날개가 구름 같아 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큰 새를 말합니다. 이 새는 아무리 높은 곳에도 이를 수 있고 세상을 한눈에 바라보는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른 존재입니다. 높고 높은 하늘에 있는 붕이 땅 위의 많은 일에 일일이 집착하진 않겠지요?

이에 대조되는 예로는 아래쪽 땅에 있는 매미를 들 수 있습니다. 붕의 세계는 사물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거시적(巨視的)인 특징이 있는 데 비해, 매미의 세계는 사물이나 현상을 개별적·부분적으로 분석하는 미시적(微視的)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 날아다니는 것이 전부인 매미로서는 붕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겠지요? 하루살이가 사계절을, 뱁새가 황새의 뜻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매미의 세계를 작은 지식으로, 붕의 세계를 큰 지식으로 빗댈 수도 있지요. 장자는 이처럼 두 세계를 비교하면서 우리가 더 큰 세계(붕의 세계)를 깨닫기 위해서는, 우리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지요. 그의 비유를 알게 되니 매미가 되기보다 붕처럼 큰 뜻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런데 붕처럼 높은 세상에 살다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장자는 이것에 대해 '현실을 벗어나는 것이 더 현실적이 되는 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야기 하나

모든 일에 불만인 '불평쟁이'와 늘 걱정을 안고 사는 '소심쟁이', 그리고 회사에서 업무를 보기보다는 밖으로 돌기를 좋아하는 '뺀질이'가 있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회사 분위기를 흐리고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한 회사가 이 세 사람을 모두 고용했습니다. 그리고 불평쟁이에게는 품질관리본부장의 자리를 맡겼습니다. 아주 작은 문제점도 그냥 넘기지 않는 그의 꼼꼼한 불만들 덕분에 이 회사에선 불량품이 하나도 나오지 않게 되었지요. 한편 소심쟁이에게는 안전관리를 책임지도록 했어요. 그의 세세한 걱정들이 안전 대책에 반영돼 이 회사는 모든 분야에서 안전한 회사가 되었습니다. 뺀질이에게는 밖에서 주로 일하는 판매 및 홍보 업무를 맡겼더니 회사의 매출이 쑥쑥 올라갔지요.

장자가 말한 '대용(大用·크게 쓰일 수 있다)'의 뜻을 이야기 하나에서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장자는 사람들이 '쓸데없다(무용·無用)'고 생각하는 것일지라도 '크게 쓰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가 소개한 굴참나무 비유에서 이 나무는 일부러 쓸모없어 보이려고 애써 결국은 오래도록 베이지 않고 크게 쓰이는 존재가 됐다고 말합니다.


#이야기 둘

중국 국가 박물관에 청나라 때 펴낸 장자가 있어요.
중국 국가 박물관에 청나라 때 펴낸 장자가 있어요. 이 책은 오늘날에도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읽히고 있지요. /위키피디아
진정한 칼잡이는 단 하나의 칼을 평생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뼈를 자르면 한 달에 한 번은 칼을 바꿔야 하고, 살을 자르면 해마다 칼을 바꿔야 하지만, 진정한 칼잡이는 뼈와 살 사이의 틈을 가르기에 그의 칼은 수십 년 동안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아도 방금 숫돌에 간 듯합니다.

이야기 둘은 '장자'에 나온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쓴 글입니다. 어떤 일이든 사물의 이치를 바로 알면, 힘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습니다. 일의 흐름을 아는 사람은 그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는 것이지요. 일을 하되 마치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일이 저절로 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런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오로지 '내'가 중심이 되어 '나'를 기준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판단하려는 아집을 버려야 합니다. 여러 면을 두루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그보다 높은 경지에서 모든 것을 아우르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되면 억지 의지로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큰일을 해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도 크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요? 여러분도 장자의 사상을 기억하면서 최고의 리더가 되기를 바랍니다.


[고전 1분 퀴즈]

1. 장자가 꿈에서 자기가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자기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 말을 두고 ( )이라고 해요.

2. 장자는 큰 새와 ( )의 예를 들어 세상을 한눈에 바라보는 자유의 경지와 온갖 세상 일에 얽매여 사는 삶의 모습을 비유했지요.


정답: 1.호접몽(胡蝶夢) 2.매미
안진훈 | MSC브레인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