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우리나라 서쪽에 있는 시리아, 왜 中東이라 부를까
입력 : 2013.10.04 09:07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사람들 극동·중동·근동으로 아시아 구분
서남아시아·북아프리카 지역을 '중동'이라 부르는 건 유럽 관점… 대신 쓸 수 있는 말 생각해봐요
"아빠, 궁금한 게 있어요."
거실에서 아빠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누나가 신문을 읽다 말고 달려왔어요. 요즘 신문으로 공부하는 프로그램에 푹 빠져 열심히 신문을 보고 있었거든요.
"신문에서 중동, 중동 하는데, 도대체 중동이 어디예요?"
누나가 들고 온 신문 지면에는 '중동의 화약고', '중동의 해결사' 등의 제목이 달린 기사가 실려 있었어요.
"시리아 문제를 다룬 신문 기사를 보고 있었구나. 시리아 내전이 계속돼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유엔(UN·국제연합)이 화학무기를 폐기하라고 결의하기도 했단다."
아빠께서 신문 기사의 내용을 설명하자 누나가 짜증을 냈어요.
"아이, 그건 저도 읽어서 알고요. 그런 시리아 문제를 왜 중동 문제라고 하느냐고요?"
그러고 보니 나도 어디에선가 '중동'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아요. 어디였더라? 아, 예전 축구 중계에서 이란이나 카타르 등의 나라를 가리켜 '중동'이라고 한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키득거리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거실에서 아빠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누나가 신문을 읽다 말고 달려왔어요. 요즘 신문으로 공부하는 프로그램에 푹 빠져 열심히 신문을 보고 있었거든요.
"신문에서 중동, 중동 하는데, 도대체 중동이 어디예요?"
누나가 들고 온 신문 지면에는 '중동의 화약고', '중동의 해결사' 등의 제목이 달린 기사가 실려 있었어요.
"시리아 문제를 다룬 신문 기사를 보고 있었구나. 시리아 내전이 계속돼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유엔(UN·국제연합)이 화학무기를 폐기하라고 결의하기도 했단다."
아빠께서 신문 기사의 내용을 설명하자 누나가 짜증을 냈어요.
"아이, 그건 저도 읽어서 알고요. 그런 시리아 문제를 왜 중동 문제라고 하느냐고요?"
그러고 보니 나도 어디에선가 '중동'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아요. 어디였더라? 아, 예전 축구 중계에서 이란이나 카타르 등의 나라를 가리켜 '중동'이라고 한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키득거리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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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사원이에요. 시리아 인구의 약 5분의 4가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해요. /Getty Images 멀티비츠
아빠는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어요.
"그래, 시리아나 카타르처럼 아시아 서쪽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나라들과 이란, 그리고 이집트처럼 북아프리카에 있는 일부 나라를 가리켜 '중동'이라고 한단다. 축구 경기를 할 때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해서 우리한테 싫은 소리도 듣지만, 그 지역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이 지역 건설에 뛰어들어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단다."
그때 누나가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소리를 빽 질렀어요.
"아빠!"
"앗, 깜짝이야.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 잠시 후 아빠는 누나가 왜 그러는지 알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셨어요.
"아… 그렇지! 우리 공주님이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지? 거기를 왜 중동이라고 하느냐고? 가만있어 봐라, '중동(中東)'이라면 가운데 동쪽이라는 뜻인데…. 그 지역은 우리나라의 동쪽에 있는 게 아니라 서쪽에 있잖아?"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그런데 왜 중동이라고 부르냐고요?"
아빠와 누나는 똑같이 고개를 갸우뚱거렸어요. 나도 절로 고개를 흔들며 생각했죠. '아빠도 모르는 게 있다니 이거 뜻밖인걸?'
"우리나라를 가리켜 '극동(極東)'이라고도 하잖니? 그건 동쪽 끝이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중동이나 극동이나 혹시 서양 사람들이 하는 말 아닐까?"
엄마가 설거지를 마치고 손을 닦으면서 셜록 홈스처럼 멋진 추리를 하시네요. 아빠는 서재로 들어가셔서 역사책을 뒤지시고, 누나는 컴퓨터로 달려가서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했어요.
"알았다!" 이렇게 먼저 뛰어나온 건 누나였어요.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싸우던 영국이 아시아를 세 지역으로 구분했대요. 중국과 우리나라가 극동, 인도가 중동, 인도 서쪽이 근동(近東·가까운 동쪽). 그런데 지금은 근동 지역을 중동이라고 부르게 됐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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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리아의 팔미라 유적지예요. 사막에 있어 낙타를 타고 찾아가기도 하지요. /Getty Images 멀티비츠
"교과서에는 극동이나 중동이라는 말이 안 나와요. 그냥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이렇게 표현하거든요.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도 교과서처럼 우리나라에 가장 맞는 이름으로 부르면 좋겠어요."
그러자 아빠가 서재에서 나오면서 말씀하셨어요.
"중동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참 복잡해. 교과서에 나오는 지역 이름으로 표기하자니 '북아프리카, 서남아시아'라고 해야 하는데, 이건 너무 길잖아? 중동 대신 '아랍'이란 이름을 쓰자니 이란을 빼놓게 되고. 이란 사람들은 아랍 민족이 아니거든."
"그쪽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잖아요? 중동 대신 '이슬람 지역'이라고 하면 안 돼요?" 엄마가 아빠께 이렇게 물으셨어요.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들이라고 '이슬람 지역'으로 합해 부르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처럼 동남아시아에 있는 이슬람 국가들도 거기 포함해 불러야 하겠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 종교가 같다고 하나의 지역인 것처럼 부른다면 아무래도 더 혼동되고 불편할 것 같은데…"
이것 참 난감하군요. 북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에 있는 이슬람교 국가들을 가리켜 '중동'이라고 하는 건 유럽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말이니 분명히 문제가 있어요. 그런데 그 말 대신 쓸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군요. 우리 가족은 이 문제를 숙제로 남겨 두고 각자 열심히 역사 공부를 하기로 했답니다. '신문은 선생님' 독자 여러분도 함께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