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다들 피하지만 쓰임새 다양해요
몸속에서 소화되고 남은 물질인 대변
비료로 이용하면 식물의 성장을 도와 우리 식탁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지요
연료·건축재료는 물론 종이도 제작…
커피 열매 먹고 사는 동물의 대변은 고급 커피로 재탄생하기도 하죠
"아. 너무 많이 먹었나. 갑자기 배에서 신호가 오네."
곡식과 과일이 무르익어 먹을거리가 풍성한 계절 '가을'. 먹을거리가 많다 보니 무작정 먹었다가 탈이 나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활동량을 늘려 소화를 돕는 것도 중요해요. 우리가 음식을 먹는 가장 큰 이유는 생명 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얻는 데 있어요. 연료를 넣지 않으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음식을 먹지 않으면 점점 약해지고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지요. 음식은 원래 모습 그대로 우리 몸에 흡수될 수는 없기 때문에 몸속의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모양도 많이 바뀌어요. 각종 소화효소에 의해 우리 몸이 흡수하기 좋은 형태로 변해가는 과정을 소화라고도 하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먹은 음식 전부가 우리 몸에 흡수되는 것은 아니에요. 음식 속에는 우리가 소화하지 못하는 물질도 섞여 있고, 소화할 수 있는 양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소화되고 남는 물질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요? 이 물질을 몸속에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요?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고 계속 쌓아두면 집 안이 엉망이 되는 것처럼 우리 몸속에서도 문제가 생기겠지요? 그래서 우리 몸이 소화되고 남은 물질을 자연스럽게 내보내는데, 그것이 바로 대변이에요. 배설물 또는 똥이라고도 하지요.
- ▲ 그림=정서용
대변이라고 하면 고약한 냄새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양과 색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나쁜 것을 표현할 때 똥이란 말을 덧붙이기도 해요. 똥 대신 대변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그런데 아무리 예쁘고 똑똑한 사람이라도 대변은 봐요. 변은 우리가 먹는 음식의 결과물이기에 더럽게만 볼 필요는 없어요. 중국 사람들은 대변을 욕하는 말에 쓰지 않아요. 그 뜻도 '아주 편안하다'는 것이니 우리나라랑 느낌이 좀 다르지요? 티베트 사람들은 지도자의 대변을 말려서 목에 걸고 다니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고 해요. 마사이족은 쇠똥으로 만든 관을 용사의 상징으로 여기고, 네팔에서는 왕좌에 오를 때 말과 코끼리 똥을 뿌려 축복한대요.
그래도 대변의 냄새나 모양은 우리가 친근하게 다가가기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변은 왜 이리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그런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음식을 치아와 혀, 침으로 잘게 부순 다음 위와 장으로 보내요. 이런 소화 과정에서 영양분은 길고 표면적이 넓은 소장에서 흡수되고 찌꺼기는 대장으로 이동해요. 대장에선 수분을 흡수하기에 음식 찌꺼기가 이곳을 거칠 땐 점점 단단해져요. 그리고 항문을 통과해 몸 밖으로 나오게 되지요. 사람의 건강 상태에 따라 굳기도 달라요. 대변은 수분이 70~80% 정도일 때 좋다고 해요. 그런데 과일을 먹든 고기를 먹든 대개 색깔이 황갈색인 건 왜일까요? 중요한 소화액 중 하나인 쓸개즙 때문이라고 해요. 쓸개즙에는 '빌리루빈'이라는 물질이 있어서 소화 과정에서 음식물을 노랗게 물들이지요.
대변의 고약한 냄새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입 냄새나 땀 냄새 등 우리 몸에서 나는 냄새의 원인은 대부분 세균이에요. 세균 자체에 냄새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할 때 생기는 물질들 때문에 냄새가 나는 것이지요. 대변은 대장균이 음식을 분해할 때 생기는 황화수소 등의 물질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나는 거예요.
대변을 무조건 쓸모없다고 보면 안 되는 이유는 식물을 튼튼하게 자라게 하는 비료로 쓰이기 때문이에요. 비료의 3대 요소는 질소, 인산, 칼륨인데 대변에 풍부하게 들어 있지요. 그래서 예로부터 나라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대변을 비료로 사용해왔어요. 우리도 예전에는 화장실에 쌓인 변에 톱밥이나 볏짚 등을 섞어 비료로 만들어 쓰곤 했어요. 이런 방법을 쓰면 변에 산소 공급이 잘돼 미생물 분해 작용도 활발해져 좋은 비료가 될 수 있다고 해요. 아직도 세계 구석구석에는 대변을 연료로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풀을 먹고 사는 동물들의 똥에는 소화가 덜 된 풀이나 나뭇잎이 있어 바짝 말리고 불을 붙이면 오래 타기 때문이에요. 아프리카에선 쇠똥을 건축 재료로 쓰기도 하고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들어 수출하기도 하지요. 최근에는 변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연료화하는 기술도 발달하고 있어요. 원숭이, 다람쥐, 사향고양이 등 커피 열매를 먹은 동물들의 배설물을 이용해 커피를 만들기도 해요.
어때요? 이제 대변이 마냥 지저분하고 보기 싫다는 생각은 덜 들지요? 우리 몸에서 나올 때는 냄새나고 더러워 보이는 생김새를 하고 있지만, 비료로 쓰여 식물이 잘 자라는 데 도움이 될 때가 많답니다. 그렇게 잘 자란 식물들이 우리 식탁 위에 오르기도 하고요. 앞으로 여러분은 변을 나쁜 말에 섞어 쓰지 말고, 우리 몸의 어떤 작용을 통해 나오는지 떠올리며 과학 공부를 하길 바랄게요.
[관련교과] 5학년 2학기 '우리 몸'
[함께 생각해봐요]
대장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장 속에 사는 세균을 말해요. 특히 대장에 많아 대장균이라고 하지요. 우리 몸에 대장균이 있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봐요.
해설: 대장균은 대장으로 들어온 음식물 찌꺼기를 분해해 비타민을 합성하고 다른 병원성 세균의 침입을 막아주는 역할도 해요. 대장균은 이렇게 장 안에 있으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지만, 장 이외의 다른 인체 부위에선 종종 병을 일으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