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조선시대에도 '도서대여점' 있었다?
믿을 수 있으세요?
저는 초등학교 5·6학년 이전에는 서점이란 곳을 가본 적이 없어요. 도서관이요? 도서관이란 말은 들어본 적도 없지요.
그럼 책은 어떻게 봤느냐고요?
그때는 대부분의 책이 다 전집이었어요. 종류도 많지 않았지요. 그러다 보니 집에 책이 있는 친구도 많지 않았어요.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곳은 없었느냐고요?
음…. 있긴 있었어요. 하지만 그곳은 동화책이 아니라 만화책을 보는 곳이었어요. 만홧가게라 불리는 곳이었지요. 만홧가게에는 만화책을 보러 온 아이들로 늘 북적북적했어요. 만화책은 가게에서 볼 수도 있고, 집으로 빌려가서 볼 수도 있었어요.
다행히 저희 집에는 책이 꽤 있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저를 부러워하는 친구도 꽤 많았지요.
혹시 여러분도 집에 책이 많은 친구를 부러워하나요?
잘은 모르겠지만 부러워하는 친구가 별로 많진 않을 거예요. 지금은 세상에 책이 넘쳐나고 있으니까요. 집에 책이 없다 해도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가면 웬만한 책들은 쉽게 빌려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책을 빌려볼 수 있었을까요?
아주 아주 옛날에는 한글로 된 책이 없었어요. 어려운 한자로 가득 찬 책들뿐이었죠.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한자로 된 책을 읽을 수 있는 양반들뿐이었어요. 양반이라고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죠. 책은 무척 귀한 것이어서 구하기도 힘들었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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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진주니어 ‘책 빌리러 왔어요’
하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어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면서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자기가 읽을 수 있는 한글 책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어요.
이때 생겨난 것이 '세책점'이에요. 세책점은 책을 빌려주는 곳이란 뜻이지요. 그렇다고 도서관처럼 누구에게나 공짜로 빌려주는 건 아니고,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는 곳이었죠. 그러니까 제가 어렸을 때 많이 있던 만홧가게, 도서대여점과 비슷한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옛날에는 책이 귀한 만큼 책을 빌리는 값도 무척 비쌌어요. 무엇보다 책을 빌릴 때는 대신 맡길 물건이 필요했지요. 당연히 책보다 더 값이 나가는 물건이어야 했어요. 그래야 맡긴 물건을 찾기 위해서라도 빌려간 책을 다시 가져올 테니까요. 그때 가장 흔하게 맡기던 물건이 놋그릇이었대요.
세책점에서는 책을 빌려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기도 했어요. 당시 책은 지금처럼 인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베껴 쓰고 묶어서 만드는 것이었으니까요.
세책점에서는 책을 만들 때 많은 사람이 돌려 읽어도 금방 해지지 않도록 특별한 방법으로 만들었어요. 종이가 찢어지지 않게 종이 위에는 들기름을 발랐고, 사람들이 책장을 넘기는 귀퉁이에는 종이를 덧붙이기도 했어요. 책을 만드는 세책점 사람들의 정성이 느껴지시나요?
지금은 옛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책이 흔해졌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책의 내용이겠지요? 그래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번 책에 빠진 사람들은 늘 책에 파묻혀 지내곤 한답니다.
[부모님께]
1. 아이와 함께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세책점과 똑같은 방법은 아니라도, 종이에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서 묶어 보는 거예요. 스스로 만든 책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무엇보다 책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될 거예요.
2.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서로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