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화살표 따라 느릿느릿… 올레는 '작은 골목길'이란 뜻이래요
[49] 제주올레
요즘 도시에서도 아름답게 복원된 하천이 많아졌죠?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에 이런 곳을 산책 삼아 거니는 사람도 부쩍 늘었어요. 평일 산책은 시간도 많지 않고 가족이 함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엔 주말에 엄마 아빠와 자연을 만끽하며 산책할 수 있는 곳을 함께 살펴볼게요. 한번 찾으면 걷는 즐거움에 푹 빠지게 된다는 '제주올레'이지요. 이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걷기 명소가 됐어요.
처음 제주올레가 만들어진 것은 2007년 9월, 제1코스인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지 구간을 열면서예요. 그리고 작년에 하도~종달올레 구간이 열려 5년 만에 총 길이 425km에 이르는 올레길이 완성됐어요. 우도를 도는 1-1코스, 엉또폭포를 거치는 7-1코스, 가파도를 도는 10-1코스, 제주오설록 녹차밭을 지나는 14-1코스를 포함해 총 21개의 걷기 코스가 있답니다. 한 구간의 길이는 보통 15~20km로 짧게는 4~5시간, 길게는 7~8시간씩 걸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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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과 바다 등 제주도의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제주올레길이에요. /토픽이미지
제주올레는 바다색 같은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걷습니다. 제주 감귤을 뜻하는 주황색 화살표도 나란히 그려놓고 있지요. 길을 잃지 않도록 길바닥과 담벼락에 화살표를 그려놓고, 나뭇가지에 두 가지 색깔의 리본을 매달아 놓았지요.
화살표를 따라 아름다운 제주의 경치를 그대로 바라보고, 온몸으로 느끼면서 걷는 길이 바로 제주올레길이에요. 바닷가를 걷다 오름을 오르기도 하고, 마을 길을 걷다 노란 귤밭 사이를 걷기도 하지요.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목장을 따라 걷기도 하고,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잎을 밟으며 걷기도 하지요. 그래서 길을 걷다가 멈추는 일이 참 많답니다. 올레는 바로 그렇게 '놀멍 쉬멍('놀면서 쉬면서'라는 뜻의 제주 사투리)' 걷는 길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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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인들의 순례 길로 유명한 스페인 산티아고 길이에요. /Corbis/토픽이미지
길을 만들었다고 도로를 새로 놓은 건 아니에요. 이미 있던 길들을 걷기 좋은 길로 코스를 손본 것이에요. 가급적 팍팍한 아스팔트길이 아닌 흙길을 중심으로 코스를 꾸몄어요. 끊어지고 망가진 길들은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해 복구했지요. 그 땀과 정성이 이어져 바로 지금의 제주올레길이 생긴 것이랍니다.
아, '올레'가 무슨 뜻이냐고요? 제주도 사투리로 길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작은 골목길을 말해요. 뜻을 알고 나니 제주올레가 어떤 길인지 바로 느낌이 오지요?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 싫어하는 태도를 제주도 사투리로 '간세'라고 해요. 올레를 걸을 땐 이 말을 떠올려보세요. 뭐든 빨리빨리 하라는 주변의 재촉을 잊고 길을 오래 걷다 보면, 마음의 소리가 들린답니다. 바로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길을 걷는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