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피부색은 달라도 우리 모두 같아요

입력 : 2013.09.24 09:07 | 수정 : 2013.09.27 10:20

흑인·백인·황인 구분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의 유전 관련 DNA는 99.9% 같다는 연구결과 있어요
각자 다른 환경에 적응해 나가면서 지역마다 외모·문화·종교 차이 생겨 이런 다양함이 다양한 생각 만들죠

"어? 저 사람 외국인인가? 생김새가 이상해."

여러분은 외국인들과 마주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큰 코에 파란 눈, 검은 피부와 두꺼운 입술 등 우리 모습과 다른 외모 때문에 신기하다고 느끼는 친구들이 많을 거예요. 외국인들 모습 속에서 몇 가지 특성을 발견할 수 있어요. 유럽에 사는 사람들은 나라가 달라도 피부색과 체격이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와 일본·중국의 개개인이 생김새는 달라도 피부, 머리, 눈동자 등 전체적인 외형이 비슷한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예전에는 인종(人種)을 흑인·백인·황인 등으로 구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구분이 차별로 이어진다고 보는 사람이 많아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세력이 막강했던 민족은 자기들이 특별하다고 여기고 생김새가 다른 민족을 무시하고 괴롭힌 적도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백인들이 아프리카 흑인들을 마치 동물 부리듯 억지로 끌고 와 노예로 삼았던 역사가 대표적인 예이지요. 당시 백인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이런 짓을 했던 것은 흑인들을 야만적인 인종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해요. 인간 사이에서도 우월하고 열등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에요.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포한 후에도 백인들이 있는 장소에 흑인들은 못 들어오게 하는 등 차별이 한동안 계속됐답니다. 이처럼 인종마다 우열이 있다는 생각은 과학적으로도 옳을까요?

[신문은 선생님] 피부색은 달라도 우리 모두 같아요
/그림=정서용
'인종'이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어요.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종으로 모두 같은데 인종이라는 말을 써서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1990년부터 13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모든 인간은 인종과 관계없이 생물학적으로 동일하다는 결과도 나왔지요. 인간의 유전에 관계되는 DNA는 인종 불문하고 99.9% 같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민족마다 조금씩 다른 특성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로 주변 환경을 꼽을 수 있어요. 추운 지방의 사람들은 대개 몸집이 크고 피부가 희죠. 이에 비해 더운 지방 사람들은 곱슬머리가 많고 피부가 검은 경우가 많아요. 이런 외형적 차이는 각자의 환경에 살아가기 유리한 점으로 작용해요. 몸집이 크면 몸의 부피에 비해 외부의 찬 공기와 닿는 표면적이 적어져 추위를 견디는 데 유리하고, 곱슬머리는 공기층을 형성해 머리의 온도를 줄여준다고 해요. 피부색은 '멜라닌'이라는 색소의 양에 따라 달라져요. 피부에 멜라닌이 많을수록 검게 되고, 적을수록 흰 피부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멜라닌은 자외선을 흡수해 자외선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고, 세포에 해를 입히는 나쁜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지역의 사람들은 피부에 멜라닌이 많을수록 유리해요. 반대로 추운 지방은 햇볕의 양이 적기 때문에 햇볕 속의 좋은 물질을 최대한 많이 흡수해야 하지요. 그래서 흰 피부가 유리한 거랍니다. 이처럼 사람의 몸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각 민족은 지역 환경에 맞는 특징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단지 덥고 추운 것뿐만 아니라 환경에 따라 먹는 음식, 집을 지을 수 있는 재료 등도 다르기 때문에 사회·문화·종교적 차이들이 생기는 거예요.

18세기 유럽에서는 피부색, 두개골의 크기 차이로 육체·정신·문화적 수준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과학자는 인류가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며 두개골 모양이 유인원에 가까운 민족은 덜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머리 크기로 진화의 정도를 판단하는 걸 과학적이라고 볼 순 없겠지요. 한편 어떤 사람들은 통계 자료를 내세우며 흑인들은 몸으로 하는 일만 잘하고 머리는 나쁘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이것은 기회의 차이 때문이지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은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여성들이 배움의 기회가 적어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 드물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지금은 많은 여성이 남성 못지않게 다양한 직업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지요. 세계적으로 볼 때도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지식과 능력을 나누며 활약하고 있답니다. 이제 특정 민족이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겠지요?

만약 온 세상 사람들의 모습이 똑같다면 어떨까요? 다양성이 사라져 우리 삶도 지루해질지 몰라요. 외모와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다양한 생각이 나오고 재미있는 일도 벌어지는 거예요. 모두가 똑같다면 다채로운 예술작품이나 직업 등도 찾아보기 어렵겠지요. 올해는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세상에 알린 지 150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이것을 떠올리며 여러분도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마음을 갖길 바랄게요. 외국인을 대할 때뿐만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친구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다르다는 것을 '서로 맞지 않는다'로 해석하지 말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준다'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관련 교과]
3학년2학기 '동물의 세계' 5학년2학기 '우리 몸' 6학년1학기 '생태계와 환경'


[함께 생각해봐요]

물감이나 크레파스 색깔 중에서 연한 오렌지색을 ‘살색’이라고 부르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게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분 생김새가 아빠 엄마를 닮은 까닭도 생각해보세요.


해설:
인종(人種)에 따라 피부색이 어두운 색, 밝은 색, 붉은색 등으로 다양해요. 살구 빛만을 ‘살색’이라고 부른다면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을 차별하는 말이 될 수 있지요. 아빠의 정자와 엄마의 난자가 만나 새로운 생명이 탄생될 때 유전자를 물려받기에 닮는 거예요.


조영선 | 과학학습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