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친구

나는 '디오니소스'일까 '아폴로'일까

입력 : 2013.09.23 17:14

[48] 프리드리히 니체 '비극의 탄생'

이성 중심의 서구문화 비판한 니체는 원초적 감정 강조한 그리스 비극에서 디오니소스적 예술 원형을 찾았어요
이성적 '아폴로'와 감정적 '디오니소스'… 두 성격 조화 이뤄야 예술 발전해요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사람입니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은 죽었다'는 말은 기독교 신앙을 기초로 삼고 있는 서유럽 문명이 한계에 이르러 더는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즉, 서구(西歐) 문명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오늘의 고전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전하며,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나누어 설명합니다. 아폴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빛의 신으로 음악·시·예언 등을 도맡았고,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입니다. 니체는 기독교 중심의 도덕 법칙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며,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며 원초적인 예술을 두고 '디오니소스적'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을 '아폴로적'이라고 하며 완벽하고 이성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아돌프 히틀러는 디오니소스적 예술의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했어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사람들의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음악을 동원한 것이지요.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아돌프 히틀러는 디오니소스적 예술의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했어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사람들의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음악을 동원한 것이지요. /그림=이병익
#이야기 하나

현대음악의 선구자로 불리는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들어보았나요? 이 음악의 첫 연주회 때 공연장은 소란스러웠다고 합니다. 관객들이 이 음악을 불편해하고 싫어했기 때문이죠. 비평가들은 스트라빈스키에게 '음악 파괴자'라며 비난을 쏟아부었습니다. 이 음악은 형식과 조화를 바탕으로 하는 그동안의 서구 음악과 달랐습니다. 불협화음과 엇박자를 사용해 원시인들의 삶과 열정을 표현하고 있지요. 처음 들을 때는 '뭐 이런 음악도 있나?' 싶지만, 자꾸 들으면 고전음악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니체는 서구의 문화적 전통이 너무 '아폴로적'인 것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합니다. 지나치게 이성(理性) 중심적이고 개념 위주라는 것이지요.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된 이런 전통이 영향을 끼쳐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며, 감정의 절제를 요구하는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그는 이러한 전통에 반대하며, 서구의 또 다른 전통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 비극에서 시작되는 '디오니소스적'인 전통입니다. 인간의 원초적 감정과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지요.

그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예를 '그리스 비극'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리스 비극이란 기원전 5세기쯤에 그리스의 야외극장에서 펼쳐진 연극을 가리킵니다. 주로 탁월한 능력을 지닌 영웅들이 등장하며, 사회적 사명에 따라 영웅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결국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연극이었지요. 여기에선 합창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거나 앞으로의 줄거리를 암시하고, 관객의 생각을 대변하곤 했습니다.

비극적 분위기의 음악과 신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관객들은 자기 마음 깊은 곳에 울려 퍼지는 비극의 소리에 반응해 연극과 하나가 되어 갔지요.

여러분이 어떤 그림이나 사람을 보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아폴로적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요? 위대한 영웅이 절망과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포기하지 않고 강한 의지로 이겨내는 장면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2005년에 세상을 떠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게 지내시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하지요. 아무런 어려움과 고통 없이 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특별히 '교황'이라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라면 더 많은 내적·외적 갈등을 겪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요한 바오로 2세는 아주 담담하고 평안하게 삶을 마감했습니다. 고통을 아름답게 승화시킨 그의 이러한 태도는 세상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에 비해 디오니소스적 예술이나 삶은 감정의 절제 없이 뿜어내는 신명나는 춤과 같습니다. 우리 사물놀이를 예로 들 수 있겠지요. 4개의 작은 악기가 뿜어내는 리듬의 향연은 진정 디오니소스적 음악의 절정입니다.

#이야기 둘


네 가지 악기(꽹과리·장구·북·징)로 구성된 사물놀이는 흥을 돋우는 공연으로 꼽힌답니다.
네 가지 악기(꽹과리·장구·북·징)로 구성된 사물놀이는 흥을 돋우는 공연으로 꼽힌답니다. /오종찬 기자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어봤을 거예요. 규모는 서양의 오케스트라보다 초라하지만, 연주가 계속될수록 국적을 불문하고 관객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나중에는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상태,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자기 존재를 잊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디오니소스적인 음악은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하나 되게 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이와 같은 음악의 속성을 악용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인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셋

히틀러는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바그너의 음악은 웅장하면서도 독일 민족이 우월하다는 감성을 담았지요. 니체의 구분에 따르면 디오니소스적 특성을 지닌 셈이에요. 바그너의 음악에 깊이 빠진 히틀러는 전쟁에 그 음악을 이용했습니다.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본능적인 충동을 불러일으켜 전쟁에 거리낌없이 나서도록 독려했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아폴로적인가요, 디오니소스적인가요? 주변을 둘러보면 어떤 친구는 너무 이성적이어서 삶이 건조하고 메말라 보이며, 어떤 친구는 너무 감정적이고 즉흥적이어서 절제가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니체는 예술은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발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두 가지 특성의 장점이 서로 어우러진다면 여러분의 삶도 훨씬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고전 1분 퀴즈]

1.‘신은 죽었다’는 ( )가 말한 것으로, ( ) 중심의 서양 문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담고 있어요.

2.‘비극의 탄생’에서 예술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 )는 이성 중심, ( )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특징의 예로 비유하고 있어요.


정답: 1. 프리드리히 니체, 기독교 2. 아폴로, 디오니소스
안진훈 | MSC브레인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