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전주 한옥마을, 동·서양 건축물을 한눈에 볼 수 있죠

입력 : 2013.09.24 02:23

[48] 전주 한옥마을

요즘은 어딜 가든 높게 솟은 고층 건물과 아파트가 가득하지만, 이곳에 가면 우리나라 전통 가옥을 만날 수 있어요. 이 마을에는 집이 700여 채 있는데, 이 중 540여 채가 한옥이라고 해요. 이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전주 한옥마을이에요. 한옥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요. 나무와 흙 등을 써서 지은 '친환경 집'이기도 하지요. 장점이 많은 집이지만, 많은 사람이 도시에 모여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한옥에 살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전주 한옥마을을 찾으면 오랫동안 한옥을 가꾸고 지키며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한옥마을'이라고 하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지어져서 사람들이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전주 한옥마을의 역사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대요. 그거 아세요? 전주 한옥마을은 일제 강점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답니다. 1905년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된 을사늑약(★)이 체결됐어요. 이후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어요. 전주도 예외가 아니었지요. 특히 전주는 주변에 곡창지대가 많은 풍요로운 땅으로, 일찍이 견훤이 후백제의 수도로 삼은 곳이기도 하지요.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전동성당이에요(위 사진). 전주 한옥마을 모습이에요(아래 사진).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전동성당이에요(위 사진). 전주 한옥마을 모습이에요(아래 사진). /Getty Images 멀티비츠
전주에 들어온 일본인들은 처음에는 성 밖인 전주천변에 주로 살았답니다. 그러다가 전주에 있던 성문들과 성벽을 허물게 됐고, 성 밖에 살던 일본인들이 자연스럽게 성 안쪽으로 들어와 일본식 집을 짓고 살게 됐죠. 주로 장사를 하던 일본인들은 어느새 전주의 상권을 하나씩 하나씩 잡아나갔어요. 그러고는 해방될 때까지 전주의 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해요. 일본인들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집터까지 빼앗긴 사람들의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죠? 1930년대 조선 사람들은 일본인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교동,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고 살기 시작했대요. 그렇게 짓기 시작해 마을을 이룬 것이 바로 지금의 전주 한옥마을이에요. 일종의 항일 정신이 담겨 있는 셈이죠.

전주 한옥마을 주변에는 일본이 유일하게 철거하지 않은 풍남문이 남아 있고, 일본식 가옥들도 제법 남아 있어요. 1908년부터 짓기 시작해 1931년 완공된 전동성당은 아름답고 웅장한 서양식 근대 건축물이랍니다. 이처럼 한옥마을 일대는 조선시대 풍남문, 근대식 한옥과 일본식 가옥, 서양식 성당, 그리고 현대식 집과 상가 건물들이 모두 어우러져, 살아 있는 근현대 건축 박물관이기도 하답니다. 한옥마을을 찾으면 '오목대'에 꼭 올라 보세요. 오목대는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고려의 장군이던 시절, 왜구를 물리치고 승전 축하 잔치를 벌인 곳이랍니다. 이곳에서는 동서양과 근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한옥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집만 구경하는 것은 지루하고 재미없나요? 전주 한옥마을에 가면 한지 만들기, 부채 만들기, 다도 배우기 등 많은 체험거리가 있어요. 우리 전통 가옥인 정갈한 한옥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하룻밤 머무를 수도 있답니다. 먹고 싶은 것도 많다고요? 전주는 우리 맛과 멋을 자랑하는 도시랍니다. 어딜 가든 맛있는 집이 즐비하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전주 한옥마을을 즐겨 보세요.


★을사늑약(乙巳勒約):
1905년(을사년) 일본이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 강제적으로 맺은 조약.
임후남 |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