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쑥쑥 역사
장례식에 꽃 바치는 풍습,
구석기 시대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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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수아이 유골을 바탕으로 복원한 모습이에요. /충북대학교 제공
1800년대 후반, 구석기 문화를 연구하던 프랑스의 한 학자가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라는 도시에 속한 르 무스티에라는 마을의 한 동굴을 발견했어요. 동굴 안에서는 누워서 자는 모습으로 놓여 있는 10대 소년의 주검이 발견됐지요. 손 가까이에는 잘 만들어진 주먹도끼가 놓여 있었고, 소뼈도 함께 묻혀 있었어요. 학자들은 이 소년이 살았던 때를 약 5만년 전쯤으로 짐작하고 있어요.
또 1950년대 미국의 학자가 북부 이라크 산악지대인 자그로스 서쪽 샤니다르 동굴에서 주검을 발견했어요. 주검 둘레에는 흙이 있었는데, 그 흙에는 꽃가루가 섞여 있었어요. 학자들이 꽃가루 성분을 분석해보니 여러 가지 봄꽃이었다고 해요. 그 당시 사람들이 죽은 이 곁에 꽃을 두는 일종의 의식을 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지요. 학자들은 그 당시를 약 6만년 전쯤으로 짐작하고 있대요.
1983년 충청북도 청원군의 두루봉 동굴에서 한 아이의 유골이 발견됐어요. 학자들이 그 유골을 정밀히 조사한 결과 유골의 주인은 다섯 살 정도의 아이로, 그 아이가 살았던 때를 약 4만년 전쯤으로 짐작하고 있답니다. 그 아이의 유골은 동굴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흥수아이'라고 불러요. 흥수아이는 발굴 당시 평평한 돌 위에 누워 있었고, 일부러 시신을 바르게 펴 놓고 고운 흙을 뿌렸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흥수아이 시신 주변에서 여러 종류의 꽃가루가 발견됐는데, 그 성분을 분석한 결과 국화 성분이 가장 많았대요. 학자들은 상당히 높은 곳에 있는 석회암 동굴에서는 국화가 저절로 나서 자라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곳에 국화를 꺾어 가져왔다고 짐작했답니다.
르 무스티에 유적에서 발견한 소년의 주검 옆에 있는 주먹도끼와 소뼈들, 샤니다르 동굴 주검 둘레에 있던 봄꽃들, 흥수아이 유골과 함께 있던 국화꽃을 통해 학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구석기 시대에 살던 사람들도 죽음을 슬퍼하고 죽은 자의 명복(★)을 빌며 껴묻거리(★)를 함께 묻거나 시신 주변에 꽃을 바치는 행위를 했구나!' 또 구석기 사람들이 '사람이 죽더라도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세상으로 옮겨 간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래서 르 무스티에 동굴의 소년을 매장하며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하는 데 도구와 식량으로 쓰라고 주먹도끼와 소뼈를 함께 묻은 것이고, 죽은 자의 명복을 빌며 영전(★)에 꽃을 바치는 오늘날 장례 풍습처럼 소년의 주검 주변에 고운 흙을 뿌리고 꽃들로 치장한 것이라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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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르 무스티에의 동굴에 잠든 소년의 주검 옆에는 주먹도끼가 놓여 있었대요. 구석기 시대 인류도 오늘날 사람들처럼 죽은 이의 편안한 내세를 기원했던 건 아닐까요? /AFP
세계 곳곳마다 장례 풍습은 조금씩 달라요. 하지만 그 의식이나 풍습은 구석기인들의 행동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이 죽은 뒤에 그 영혼이 좋은 곳이나 다른 세계에서 편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란 것에서 출발했겠지요?
★명복(冥福): 죽은 뒤 저승에서 받는 복.
★껴묻거리: 죽은 사람을 매장할 때 함께 묻는 물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
★영전(靈前): 신이나 죽은 이의 영혼을 모셔 놓은 자리의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