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뇌사와 식물인간 어떻게 다를까?

입력 : 2013.09.17 09:11

'몸의 조종사' 뇌, 다치면 다른 곳 못써… 뇌간은 호흡 등 생명 유지 담당
이 뇌간 손상되면 '뇌사'… 장기 기능 멈춰 사망으로 간주
'식물인간'은 뇌간 기능 정상, 다시 깨어날 가능성 있죠

"6년 동안 누워 있던 주인공이 드디어 깨어났어!"

최근 한 케이블 방송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6년 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나는 장면이 등장했어요. 6년 동안 누워 있던 사람이 깨어나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가능한 일일까요? 이 드라마는 영혼을 보고 영혼과 대화하는 등 판타지적 요소가 등장하긴 하지만, 수년 동안 깨어나지 않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깨어난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랍니다.

사람이 정신을 잃거나 깨어나는 것은 뇌와 관계가 있어요. 우리가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보고, 듣고, 만지는 등의 감각을 뇌에서 받아들이고, 뇌가 몸 곳곳에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지요. 뇌는 몸이라는 정교한 기계를 움직이는 조종사와 같아요. 그래서 뇌를 다치면 몸에 아무런 병이나 상처가 없더라도 움직일 수 없게 되지요. 마치 잘 정비된 비행기라고 하더라도 조종하는 사람이 없으면 비행기가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사람이 정신을 잃고 오랜 시간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뇌의 손상 때문이에요. 오랜 시간 정신을 잃은 경우는 크게 '뇌사'와 '식물인간'으로 나눌 수 있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뇌사와 식물인간을 혼동해요. 때로는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혼동해서 잘못 쓰는 경우가 있지요. 뇌사자와 식물인간 모두 뇌에 손상을 입어서 의식을 잃은 상태이지만 뇌사의 경우는 사망한 것으로, 식물인간의 경우는 살아 있는 것으로 본답니다.

◇뇌사자는 죽은 사람, 식물인간은 산 사람?

먼저 뇌의 구조와 역할에 대해 알아봐요. 인간의 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요. 가장 안쪽의 뇌는 생명활동을 담당하고, 가운데 부분은 감정을 담당하며, 바깥쪽은 이성을 맡고 있지요. 가장 바깥쪽의 뇌는 '전뇌'라고 해요. 상상·판단·논리·언어·예술 등 창조적이고 이성적인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뇌예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지적 능력을 갖춘 것은 바로 전뇌가 발달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전뇌를 '인간의 뇌'라고 부른답니다.

가운데 부분은 '중뇌'라고 하는데, 감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요.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이 부분이 잘 발달해 있어서 '포유류의 뇌'라고도 불러요. 고양이·강아지 등의 애완동물을 키우다 보면 기분이 좋거나, 배가 고프거나, 겁이 나는 등의 상황에서 표정·울음소리·몸짓 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안쪽의 뇌는 '뇌간' 또는 '뇌줄기'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파충류의 뇌'라고도 불러요. 그 이유는 인간의 뇌줄기가 파충류의 뇌와 비슷한 형태와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뇌줄기는 뇌의 구조가 정교한 동물이든, 단순한 동물이든 기본적으로 가진 뇌라고 할 수 있어요. 즉, 뇌줄기는 생물이 생명활동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뇌이지요.

뇌줄기는 시각과 청각 신호를 전달하고 불필요한 신호를 걸러내는 '중간뇌', 중간뇌와 숨뇌·소뇌를 이어주는 '다리뇌', 호흡·혈액 순환 등을 유지해주는 '숨뇌'로 구성돼 있어요. 뇌줄기는 기본적인 생명활동을 담당하기 때문에, 뇌줄기를 다치면 스스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지요. 이렇게 뇌줄기의 손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를 '뇌사(腦死)'라고 해요.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는 인공호흡기 등 생명유지장치를 장착하지 않으면 몸의 모든 기능이 멈추고 말지요. 하지만 인공호흡기를 장착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장기의 기능도 서서히 멈추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4일 이내에 심장까지 멎게 된다고 해요. 즉 다시 깨어날 가능성이 없고 실제로 뇌사 상태에서 살아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뇌사는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요.

하지만 식물인간은 뇌의 일부분을 다쳐 의식을 잃었어도 뇌줄기를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호흡을 하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어요. 심장도 정상적으로 뛰고, 음식도 소화시킬 수 있지요. 그래서 영양 공급만 받는다면 다른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도 오랜 시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답니다. 모든 식물인간이 깨어나는 건 아니지만, 손상된 정도에 따라 서서히 회복해 의식을 찾는 경우도 있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의식을 잃은 환자가 인공호흡 장치를 하지 않고 다시 깨어났다면 뇌사가 아니라 식물인간 상태였다는 의미예요.

◇생명을 살리는 뇌사자 장기 기증

이제 뇌사와 식물인간의 차이를 확실히 이해했지요? 그런데 세상에는 몸의 장기들에 이상이 생겨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도 많아요. 이런 경우 뇌사 판정을 받은 사람의 건강한 장기를 이식해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답니다. 그런데 아무리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라고 하더라도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장기를 기증할 수 없어요. 보호자들이 뇌사자의 몸에서 장기를 꺼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장기 기증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는 못하다고 해요. '만약에 내가 사고를 당한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고 두려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큰 의미를 생각해 많은 사람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미리 사고를 예방하는 거예요. 이제 뇌의 중요성을 알게 된 만큼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 등 헬멧을 착용해야 하는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세요. 혹시 '불편하다'는 이유로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려는 친구들이 있다면, 오늘 배운 지식을 활용해 꼭 알려주도록 해요.

[관련 교과] 5학년 2학기 '우리 몸'

[함께 생각해봐요]

책을 읽을 때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학습효과가 좋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해설: 우리의 뇌는 다양한 자극이 동시에 들어올 때 집중력이 향상되는 특징이 있대요. 책을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는 소리를 듣고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등 오감을 자극하는 학습을 할 때 학습효과가 더 좋아진다고 해요. 현장에 가서 직접 경험하는 체험 학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요.

조영선 | 과학학습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