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친구

타인의 호의, 당연하게 여기고 있나요?

입력 : 2013.09.16 10:48

[47] 홍자성 '채근담'
엄하던 사람이 점차 너그럽게 굴면 실망하는 일 적고 감사의 마음 생기죠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도 마찬가지… 우선 원칙에 따라 기강을 세우고 예외적 상황에만 너그러워져야 해요

여러분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요? 여러분 자신의 생각만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고전을 읽으며 위대한 인물의 사상을 공부한다면 그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문제의 해결책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의 고전 '채근담(菜根譚)'의 저자이자 중국 명나라 말기의 문인 홍자성(洪自誠)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책을 읽으면서 성인이나 현자를 보지 못한다면 그는 글씨를 베끼는 필생(筆生)에 지나지 않는다." 채근담에는 공자·노자·부처 등 다양한 성현의 렌즈가 어우러져 삶의 지혜를 가르쳐줍니다. 짧은 경구들은 쉽고 단순하지만,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지요.

난세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난세를 주관적으로 해석하곤 해요.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난세라고 여기는 것이죠.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면 난세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이런 사람에게 세상은 늘 난세일 수밖에 없겠죠. 노자는 자신의 렌즈를 의식하고 한계를 넘어설 것과, 대상의 일면을 벗어나 이면까지 볼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노자의 원칙을 따르는 홍자성은 '어려움이 오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라'고 말합니다. 다가오는 역경을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역경을 나 자신을 단련하는 숫돌로 사용할 수 있다면, 역경은 오히려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요.

[신문은 선생님] 타인의 호의, 당연하게 여기고 있나요?
/그림=이병익
#이야기 하나

네덜란드와 스위스는 문화적 발전을 이룬 나라들입니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바다 위에 세운 나라이고, 스위스는 거대한 산을 업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Toynbee)는 인류의 문명을 움직이는 원리를 '도전과 응전'이라고 봤어요. 자연환경의 변화와 같은 도전이 다가올 때, 기존 생활양식의 안락함만을 좇아 편히 살 곳을 찾아 나선 이들의 문명은 쇠망했어요. 그에 비해 모질고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고, 맞서 살아가겠다고 한 이들의 문명은 발전해 왔다는 것이지요.

홍자성은 난세에 생존하는 역설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매가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조는 형상이지요. 호랑이는 평소에는 느릿느릿 걸어 다니고요. 하지만 목표물이 생기면, 매는 높은 하늘을 날면서도 매서운 눈으로 먹잇감을 찾아내 순식간에 낚아채요. 호랑이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사냥감을 단숨에 움켜쥡니다. 여러분도 이런 이면이 있어야 해요. 자신만의 무기를 분명히 갖추되, 언제나 그것을 드러내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감추는 것이 삶의 지혜입니다.

난세에 세상인심은 어떨까요? 홍자성은 말합니다. "열 마디 말 가운데 아홉 마디가 맞아도 신기하다고 칭찬하지 않으면서,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원망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열 가지 계획 가운데 아홉 가지가 성취되어도 공로를 그에게 돌리지 않으면서 한 가지 계획이 실패하면 헐뜯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그는 또 "배고프면 가까이하고 배부르면 떠나며, 따뜻하면 모여들고 추우면 버리는 것이 세상 사람들에게 공통된 마음의 병이다"라는 말도 남겼지요.

#이야기 둘

사람은 누구나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은 싫어합니다. 제러미 벤담(Bentham)은 인간의 행동 법칙을 '고통과 쾌락 두 축을 중심으로 도는 타원과 같다'고 했어요. 쾌락과 고통은 인간 행위의 동기가 돼, 쾌락을 늘리고 고통은 줄이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돼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사학자 토인비(왼쪽)는 인류의 문명을 움직이는 원리를‘도전과 응전’이라고 봤어요. 사상가 벤담(오른쪽)은 인간 행동 법칙에 대해‘고통과 쾌락’을 중심으로 설명했지요.
역사학자 토인비(왼쪽)는 인류의 문명을 움직이는 원리를‘도전과 응전’이라고 봤어요. 사상가 벤담(오른쪽)은 인간 행동 법칙에 대해‘고통과 쾌락’을 중심으로 설명했지요. /Getty Images 멀티비츠
이렇게 험한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자는 대인 관계의 비밀을 다음과 같이 풀어줍니다. "은혜는 엷은 데서 짙은 데로 나아가야 한다. 만일 먼저 짙고 나중에 엷으면 사람들은 그 은혜를 잊어버린다. 위엄은 엄한 데서부터 너그러운 데로 나아가야 한다. 만일 먼저 너그럽고 나중에 엄하면 사람이 혹독하다는 원망을 듣게 된다." 여러분이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면 처음에는 감동하겠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하게 여기고, 그 이상의 호의에도 실망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또 지도자가 돼 조직을 이끌 때, 처음에는 원칙에 따라서 기강을 바로 세우고 예외적인 상황에 너그럽게 봐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한 홍자성의 생각은 이러했습니다. "부귀와 명예가 도덕으로부터 온 것이면 마치 숲 속의 꽃과 같이 스스로 무럭무럭 자라고, 공적으로부터 온 것이면 마치 화분 속에서 자란 꽃과 같이 이리저리 옮겨지기도 하고 흥망이 있게 된다. 그런데 만일 그것이 권력으로부터 얻어진 것이라면 마치 꽃병 속의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므로, 그 시들어가는 모습을 선 자리에서 기다려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에게 부나 큰 재능,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그것을 활용해 세상을 구제하고 이롭게 할 방법을 생각하라고 주문하는 것이지요.

혹시 그런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나요? 다음 구절을 마음속에 새겨보세요.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후하게 해서 이를 맞이할 것이고, 하늘이 내 몸을 수고스럽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히 하여 이를 보충할 것이며, 하늘이 내 처지를 곤궁하게 한다면 나는 내 도를 깨쳐 이를 트이게 할 것이다. 그러니 하늘인들 나를 어찌하겠는가!"


[고전 1분 퀴즈]

1.‘채근담’의 저자 홍자성은 ( )와 ( ), ( ) 등 성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삶의 지혜를 보여 줬어요.
2.나에게 있는 부와 재능, 능력을 활용해 세상을 ( )하고 이롭게 할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정답: 1.공자, 노자, 부처 2.구제
안진훈 | MSC브레인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