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읍시다
"남의 단점 들추는 건… 나의 단점으로 남을 공격하는 것"
입력 : 2013.09.1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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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자성은 유교적 사상을 중심으로 도교, 불교의 성격을 더한‘채근담’을 썼어요. 그는 노자의 가르침처럼 어려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라고 말하지요.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도덕을 지키고 사는 사람은 한때 적막하지만, 권세에 아부하여 사는 사람은 언제나 처량하다. 이치를 완전히 깨친 사람은 사물 밖의 사물, 즉 재물이나 지위 이외의 진리를 보고 육체 뒤의 몸, 즉 죽은 뒤의 명예를 생각한다. 차라리 한때 적막할지언정 만고의 처량함을 취하지 말라.(중략)
귀에는 항상 거슬리는 말만 들리고 마음속에서 항상 어긋나는 일만 일어나면, 이야말로 덕과 행실을 갈고 닦는 (①)이 될 것이다. 만일 들리는 말마다 귀를 즐겁게 해주고 하는 일마다 마음을 흡족하게 해준다면, 이야말로 자기 몸을 매어짐의 독(毒) 속에 파묻는 일이 될 것이다.(중략)
덕(德)은 재능의 주인이고 재능은 덕의 종이다. 그러므로 재능만 있고 덕이 없는 것은 마치 집안에 주인이 없고 종이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어찌 도깨비가 날뛰지 않겠는가.(중략)
마음을 깨끗이 한 다음에 비로소 책을 읽고 옛것을 배워야 한다. 만일 그러지 않으면 한 가지 착한 행실을 보아도 이것을 훔쳐 자기 욕심을 채우는 데 이용할 것이고, 한 마디 좋은 말을 들어도 이것을 빌려 자기 잘못을 덮는 데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바로 원수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양식을 대어주는 것과 같다.(중략)
(②)을 읽으면서 성인(聖人)이나 현자(賢者)를 보지 못한다면 그는 글씨를 베끼는 필생(筆生)에 지나지 않으며,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는 관복(官服)을 입은 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학문을 가르치면서도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구두선(口頭禪)일 뿐이며, 상업을 일으키고도 덕을 심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눈앞에 피고 지는 한때의 꽃이 되고 말 것이다.(중략)
산이 높고 험한 곳에는 나무가 없으나 골짜기에는 초목이 무성하고, 물살이 센 곳에는 고기가 없지만 연못 물이 고요하고 깊게 고이면 물고기와 자라가 모여든다. 군자는 지나치게 고상한 태도와 좁고 급한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중략)
(③)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고, (③)속이 어두우면 햇빛 아래에서도 도깨비가 나타난다.(중략)
남을 믿는 사람은 남이 반드시 성실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성실하기 때문이며, 남을 의심하는 사람은 남이 반드시 속여서가 아니라 자기가 먼저 속이기 때문이다.(중략)
남의 단점은 되도록 덮어주어야 한다. 만일 그것을 들춰내어 남에게 알린다면, 이것은 자기의 단점으로 남의 단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남이 완고하면 잘 타일러 깨우쳐줘야 한다. 만일 성내고 미워한다면 이것은 완고함으로 완고함을 구제하려는 것이 된다.(중략)
내가 귀하여 남들이 나를 받드는 것은 높은 관과 큰 띠를 받드는 것이요, 내가 천하여 남들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이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본래의 나를 받드는 것이 아닌데 어찌 내가 기뻐하며, 본래의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닌데 어찌 내가 화를 내겠는가!(중략)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에게는 닥치는 일마다 모두 약이 되고, 남을 원망하는 사람에게는 일어나는 생각마다 모두 창과 칼이 된다. 하나는 모든 선의 길을 열어주고 또 하나는 모든 악의 근원을 이루게 되는 것이니, 그 양자는 하늘과 땅만큼의 거리가 있다.(중략)
바람이 세차고 빗발이 사나운 곳에서는 다리를 튼튼히 세워야 하고, 꽃이 만발하고 능수버들이 아름다운 곳에서는 눈을 들어 높이 보아야 하며, 길이 위태롭고 험한 곳에서는 머리를 빨리 돌려야 한다.(중략)
하늘은 한 사람을 현명하게 하여 모든 사람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려 하나, 세상에서는 오히려 자기의 장점을 내세워 남의 단점을 들춰낸다. 또 하늘은 한 사람에게 부유함을 주어 이 곤궁을 구제하려 하나, 세상에서는 오히려 가진 것에 의지하여 가난을 업신여긴다. 참으로 천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정답: ①숫돌 ②책 ③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