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9·11테러 왜 일어났을까?

입력 : 2013.09.12 22:49

이슬람의 테러 단체 알 카에다 "미국이 우릴 괴롭힌다" 생각
항공기 납치해 뉴욕 무역센터 공격… 이 사고로 무고한 시민들 고통받았죠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미군의 추적 끝에 2년 전 죽었어요

삼촌이 미국 뉴욕에 출장 간다고 인사를 하러 왔어요.

"조심해라. 9·11을 맞아서 알 카에다(Al-Qaeda)가 또다시 큰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던데…."

아빠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씀하셨어요. 9·11은 9월 11일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알 카에다는 뭐고 테러는 뭘까요?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답니다.

'아하, 2001년 9월 11일에 미국 뉴욕에서 알 카에다라는 무장 조직이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 쌍둥이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파괴하고 미국 국방성 건물을 공격했네. 이런 걸 테러라고 하는구나….'

내가 태어나기 전에 미국에서 이렇게 끔찍한 일이 있었군요. 비행기에 탔거나 건물 안에 있다가 변을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무섭고 비참했을까요? 온몸에 소름이 끼쳤어요.

"당장 삼촌한테 가서 뉴욕 가시지 말라고 해야지!"

혼잣말을 하며 삼촌한테 뛰어가려고 하는데, 컴퓨터 화면에서 이상한 글귀를 보았어요. 9·11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의 지도자는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람이라고 해요. 그는 테러를 일으킨 지 10년 만인 지난 2011년 5월 2일, 자신을 계속 추적하던 미군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지요. 그런데 황당하게도 빈 라덴과 우리나라의 독립 운동가인 백범 김구 선생님을 비교하는 글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지 뭐예요.

지난 2001년 테러 당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추모하는 꽃과 사진들이에요.
9·11테러가 일어난 지 12년이 지났어요. 지난 2001년 테러 당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추모하는 꽃과 사진들이에요. /AP 뉴시스
"아빠, 아빠! 이게 무슨 말이에요?"

그 글을 본 저는 삼촌 걱정은 어느새 뒷전이 됐고, 궁금증이 모락모락 일어나 아빠한테 달려갔답니다.

"아빠, 어떤 사람들이 그러는데 '백범일지'를 쓴 김구 선생님이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테러리스트래요."

얼마 전에 아빠께서 '백범일지'를 사 주셨어요. 책을 열심히 읽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김구 선생님을 잘 알고, 또 존경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글 속의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어떤 놈들이 그따위 소리를 해!"

아빠가 흥분하면서 '빽' 소리를 지르셨어요. 깜짝 놀란 엄마랑 누나도 달려왔지요.

"아, 그 얘기? 김구 선생도 이봉창 의사랑 윤봉길 의사를 시켜 일본 사람들을 죽이도록 했으니까,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과 다를 게 뭐냐는 거지."

누나는 벌써 들어서 아는 듯 말했어요. 누나의 말을 듣자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어요. 어떻게 그런 황당한 주장을 할 수 있는 건가 하고요.

"김구 선생이 그냥 일본 사람들을 죽였다고 하면 안 된단다."

삼촌이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어요.

"이봉창 의사는 일왕을 향해 폭탄을 던졌고, 윤봉길 의사는 일본 침략군 지휘관들을 향해 폭탄을 던졌어. 그 사람들은 무고(★)한 일본인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중국을 침략한 데 책임이 있는 적의 우두머리들이었지. 하지만 알 카에다는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끔찍한 폭력을 저지른 거야."

삼촌의 말씀을 들으니 궁금증이 풀리는군요. 폭력은 무섭고 나쁜 것이지만, 폭력으로 나를 괴롭히는 사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힘을 써야 할 때도 있는 것이지요. 알 카에다는 미국이 이슬람 지역을 괴롭힌다고 생각해서 복수하겠다고 만들어진 조직이래요. 그런데 왜 멀쩡한 민간인을 공격해요? 이건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에요!

알 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의 모습이에요(왼쪽 사진).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로 테러에 이용된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어요.
알 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의 모습이에요(왼쪽 사진).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로 테러에 이용된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어요. /Getty Images 멀티비츠·AP
"당시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나 김구 선생 같은 분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어. 지금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제와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지."

말씀을 마친 삼촌이 일어났어요. 내일 새벽 공항으로 출발하려면 일찍 자야 한다면서 말이죠.

"삼촌, 가지 마세요!"

나는 삼촌의 소매를 잡았어요. 누나도 옆에서 달려들었지요. 삼촌은 우리 남매를 한 명씩 안아 주면서 부드럽게 말씀하셨어요.

"알 카에다와 우리 가족은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이렇게 너희까지 무서워서 떨게 하는구나. 이런 게 바로 테러란다. 무차별하게 폭력을 휘둘러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한테까지 공포를 안겨 주는 거야."

우리는 다음 날 삼촌이 뉴욕의 케네디 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을 때까지 걱정하고 또 걱정했답니다.


★무고(無辜):
죄가 될 만한 잘못이나 허물이 없음.
강응천 | 역사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