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성화 속 성모, 불화 속 부처… 공통점 있다?
주요 인물 크게 그리는 동·서양 종교화
익숙한 사물의 크기 변형한 '마그리트', 진짜 같은 가짜 얼굴 크게 만든 '론 뮤익'
예술가들이 크기에 관심 갖는 이유… 시선을 집중시키는 도구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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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1 - '성삼위일체의 성모(마에스타)' 치마부에, 1280~1290.
기독교가 유럽 사회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중세에는 그림이 최대한 단순하고 분명하게 그려졌어요. 당시 대다수 사람은 글을 읽지 못했어요. 성서를 읽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성서 이야기를 단순 명료하게 그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지요. 그림을 그리는 목적이 종교적인 내용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데 있었기 때문에, 인물의 크기로 주연과 조연을 구별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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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2 - '영산회상도',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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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3 - '개인적 가치' 마그리트,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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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4 - '마스크 II' 론 뮤익, 2001./Getty Images/멀티비츠
호주 출신의 조각가 론 뮤익(Mueck)도 거대한 크기로 혼란을 연출해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인체에서 떨어져 나온 커다란 남자의 잠든 얼굴이 좌대에 놓여 있어요. 〈작품 4〉 놀랍게도 깊은 잠에 빠진 거인의 얼굴은 피부, 모공, 머리카락, 눈썹, 수염, 핏줄, 잔주름까지도 진짜 사람과 똑같아요. 크기만 제외하고는 말이죠. 이 거대한 얼굴은 론 뮤익이 자신의 43세 때 얼굴을 조각으로 만든 겁니다. 론 뮤익은 텔레비전 아동극 인형 제작자, 영화 특수효과 감독 출신의 조각가예요. 유리섬유와 실리콘을 이용해 실물과 똑같은 인형을 만들었던 과거의 경험과 기술을 응용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조각을 만드는 거죠. 론 뮤익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은 두 번 크게 놀라게 됩니다. 첫 번째로 거대한 크기에 깜짝 놀라 충격을 받아요. 두 번째는 크기만 제외하면 실제 인물과 똑같아 또 한 번 놀라죠. 진짜 같은 거대한 가짜 얼굴은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어떤 사람은 연민을, 어떤 사람은 인생의 고단함을, 어떤 사람은 유머와 해학을, 어떤 사람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을 경험하죠.
이제 예술가들이 왜 크기에 관심을 갖는지에 대한 대답을 알게 됐어요. 크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죠.
[함께 생각해봐요]
오늘 함께 살펴본 벨기에 화가 마그리트는 방 안의 사물 크기를 변형해 그림을 그렸어요. 여러분이 만약 마그리트처럼 방 안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물건을 크게, 어떤 물건을 작게 그리고 싶나요? 직접 방 안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그렇게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