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그리스 신전에 있어야 할 조각상,
왜 영국에 있을까

입력 : 2013.09.11 10:31

[47] 파르테논 신전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 이곳에 자리 잡은 백색의 파르테논 신전은 약 2500년 동안 아테네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긴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지금은 대리석 기둥과 지붕의 일부만이 남았지만, 그 위엄과 창의적인 건축미는 아테네는 물론 서양 문화를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프랑스의 국회의사당, 미국 대법원 등 동·서양의 많은 정부·금융 기관의 건물을 떠올려 보세요. 삼각형의 지붕과 이를 떠받친 기둥이 파르테논 신전의 모티프를 활용하고 있지요.

눈으로 볼 때 파르테논 신전은 모두 직선으로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기둥을 비롯한 모든 것이 곡선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인간의 착시 현상까지 감안해 직선으로 보이게 설계했다는 사실이 신비롭기까지 하지요. 신전을 곡선으로 만든 이유는 허용된 범위의 땅에 지을 수 있는 건물의 실제 크기보다 더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래요. 또 예술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라고 합니다. 우리가 아는 신전의 모습은 전체가 흰색이지만 건축 당시에는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역사가들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이에요(왼쪽 사진). 영국 대영박물관에 전시된‘엘긴 마블스’예요.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이에요(왼쪽 사진). 영국 대영박물관에 전시된‘엘긴 마블스’예요. 파르테논 신전의 일부였답니다. /Getty Images 멀티비츠·Corbis 토픽이미지
파르테논 신전은 마라톤 전투에서 그리스가 페르시아에 승리한 기념으로 기원전 447~431년까지 16년에 걸쳐 완성됐습니다. 정권을 잡은 페리클레스는 아테네의 수호 여신인 아테나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이 신전을 건설했어요.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모인 지식인과 시민의 뜻이 모인, 아테네 민주정의 기념물로 여겼지요. 신전의 대리석 조각들에는 이러한 숭고한 정신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조각들은 산산이 부서져 거의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그중 일부는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등 유럽 각지에 나뉘어 보관되고 있답니다.

기원전 431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했어요.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대항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고 파르테논 신전에 모셔져 있던 아테네 여신상을 장식한 금까지 이용했다고 해요. 이후 아테네에 전염병이 돌면서 페리클레스도 사망하고 말아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파르테논 신전에 시련은 계속됐지요. 이후 로마인, 기독교도, 이슬람교도, 오스만튀르크제국 등이 차례로 신전을 성당과 모스크, 무기고 등으로 사용했어요. 그 과정에서 신전은 많은 손상을 입어 본래의 모습을 잃고 말았답니다.

식민지 전쟁이 치열하던 18~19세기, 여러 유럽 국가가 파르테논 신전을 탐냈다고 해요. 당시는 오스만튀르크제국이 이 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때였는데, 영국이 파르테논 신전의 대부분을 약탈했어요. 이를 진두지휘했던 '엘긴 경(卿)'이 가져간 조각품 등은 '엘긴 마블스(Elgin marbles)'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전시돼 있어요. 그리스는 영국에 파르테논 신전에서 가져간 유물들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요. 또 그리스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인류의 유산인 파르테논 신전을 수리하면서 복원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해요.



황수진 | 교원올스토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