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역사

조선 감찰기관의 수장(首長) 대사헌', 관복엔 정의(正義) 상징하는 해치 새겼죠

입력 : 2013.09.05 10:08
감사원의 우두머리인 감사원장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채 자리에서 물러나며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해 한동안 뜨거운 쟁점이 됐어요. 정치적 외풍(★) 때문에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내용이었지요. 이와 더불어 감사원이 공정하게 감사를 하지 못하고, 감사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감사 내용과 결과를 축소·은폐했다는 주장이 언론에 등장해 여러모로 감사원에 대한 비판과 논쟁이 격렬했어요.

감사원은 국민이 낸 세금을 정부가 미리 정해진 계획대로 제대로 썼는지를 살펴보고 검사하며,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일하는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공무원들이 처리한 일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살펴보고 검사하는 기관이에요. 그렇다면 왕조 국가였던 옛날에도 감사원과 같은 기관이 있었을까요?

‘해치’는 선악과 시비를 잘 구별해 정의를 지킨다는 상상 속 동물이지요. /오종찬 기자
‘해치’는 선악과 시비를 잘 구별해 정의를 지킨다는 상상 속 동물이지요. /오종찬 기자
조선시대에 왕·왕세자·문무백관의 관복의 가슴과 등을 장식하던 헝겊 조각이 있어요. 그것을 흉배(胸背)라고 하지요. 왕과 왕세자는 용 무늬를, 당상관 이상의 문관은 공작·학·백한(★) 등의 날짐승을, 무관은 호랑이·표범·곰 같은 맹수를 수놓았어요. 그런데 당상관 이상 관직 중 날짐승도 맹수도 아닌 특별한 동물을 흉배에 수놓은 벼슬이 있었어요. 바로 사헌부의 우두머리인 '대사헌'이랍니다. 대사헌의 흉배에 새겨진 문양은 선악과 시비를 정확하게 구별하고 정의를 지키는 상상 속 동물, '해치(獬豸)'였어요. 해치처럼 선악과 시비를 가리는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지요.

사헌부는 조선 왕조에서 정부의 모든 경제적인 행위, 나라의 기강이나 풍속, 형의 집행, 장시(★) 운영이나 계량 형기 사용에 대한 감사, 지방수령들의 불법 행위 등을 감찰했어요. 지금의 감사원과 같은 일을 하는 기관이었지요. 대사헌은 감사원장과 같은 자리고요. 통일신라의 사정부, 발해의 중정대, 고려의 어사대라는 관청들이 바로 조선의 사헌부, 오늘날 감사원과 같은 감찰 업무를 맡은 기관이었답니다.

조선시대 왕과 신하의 가슴과 등을 장식한 흉배랍니다
조선시대 왕과 신하의 가슴과 등을 장식한 흉배랍니다. /문화재청 제공

어사대라는 이름을 들으니 암행어사가 떠오르지 않나요? 암행어사에서 '어사(御史)'라는 말이 바로 어사대의 관원을 부르는 말에서 비롯된 거예요. 어사라는 관직에, 몰래 다닌다는 뜻의 '암행(暗行)'이라는 말을 붙인 것이지요. 왕의 특명을 받아 지방에 파견된 암행어사는 이름처럼 비밀리에 지방 관청이나 관리들을 감사했어요. 역사적인 기록으로는 조선의 제11대 왕인 중종 때부터 지방에 암행어사를 파견한 것으로 나와요. 물론 중종 이전에도 사헌부에서는 '행대감찰'이라는 사헌부 관리를 각 지방에 파견하거나, 지방에 '분대어사'라는 사헌부 분소(★)를 둬 지방 관리들을 살피고 조사하게 했대요. 그런데 이렇게 해서도 지방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왕이 직접 암행어사를 파견하게 된 것이라고 해요.


★외풍(外風):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개인이나 조직이 일하거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만한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백한(白閒鳥): 꿩과에 속한 새.

★장시(場市): 조선시대에 보통 5일마다 열리던 사설 시장.

★분소(分所): 본부에서 갈라 따로 설치한 사무소나 영업소.

지호진 | 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