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갔어요

세상의 모든 힘… 예술 작품 되다

입력 : 2013.09.05 10:08

[70] 〈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가? 展〉

스포츠의 힘과 인간의 상상력 엮어 에너지를 예술 작품으로 표현했죠
시시포스의 돌 연상시키는 12t 쇳덩이, 지식의 힘 표현한 반짝이는 책 등
힘의 아름다움 다양하게 해석했어요

힘이 세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우선 팔도 굵고, 허리뼈도 튼튼하고 다리 근육도 단단해서 무거운 돌이라도 거뜬하게 들어 올릴 수 있는 사람이 떠오르네요. 맨 처음 올림픽경기를 시작했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건강하고 힘이 센 젊은이의 신체를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았어요. 특히 올림픽경기에서 우승한 선수에게는 최고로 멋진 이상형이라는 뜻을 지닌 '칼로카가티아'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답니다. 그리스의 예술가들은 올림픽 선수의 몸을 모델로 조각상을 만들고, 시민들은 그 조각을 보면서 그것처럼 아름답고 강인해지기 위해 늘 신체를 단련했지요.

작품 1 - ‘무제’ 정현, 2013 사진
작품 1 - ‘무제’ 정현, 2013.
그러나 아무리 힘을 키운다고 해도 작품 1처럼 무거운 쇳덩이를 번쩍 들 수는 없을 거예요. 이 작품은 무게가 12t에 달하며, 거대하고 거친 느낌이 나는 쇳덩이예요. 아이언맨이라면 몰라도 사람 손으로는 조금도 들어 올릴 수 없지요. 이 작품을 보니 떠오르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입니다. 신의 노여움을 산 시시포스는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올려놓는 일을 하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것은 결코 한 번에 끝나는 성격의 일이 아니었어요. 꼭대기까지 힘겹게 가서 겨우 바위를 올려놓고서 '마침내 다 해냈다' 하고 허리를 펴며 만세를 부르기도 전에, 바위는 저절로 밑으로 굴러떨어져 버렸으니까요. 신은 시시포스가 성취감을 누리지 못하도록 벌을 내린 것이지요. 평생을 땀 흘려서 수고하기만을 반복하고 기쁨은 느낄 새도 없이 또 같은 일을 해야 하는 가엾은 인물, 그게 바로 시시포스랍니다.

작품 2 - ‘빛나는 독서’ 강애란, 2013 사진
작품 2 - ‘빛나는 독서’ 강애란, 2013.
시시포스를 반복의 운명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어떤 힘이 필요할까요? 지식과 정보의 힘이 요구됩니다. 작품 2를 보세요. 지식을 상징하는 책들이 빛으로 반짝거리고 있군요.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은 시시포스와 같은 암울한 운명을 지닌 인간에게 희망의 빛을 준 존재일 겁니다. 책에는 오래전부터 인간이 진보해 온 과정이 담겨 있거든요. 사람은 문자를 발명해서 자기의 경험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한 세대가 알아낸 중요한 사실들을 다음 세대에게 전할 수가 있었어요. 반면에 동물은 그런 능력이 없거나 인간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매번 똑같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데 에너지를 써야 했을 거예요. 시시포스처럼 똑같은 걸 깨닫기 위해 처음부터 산을 다시 다 올라가야 했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경험을 지식으로 바꿔 쌓아가면서 사람들은 더는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도 됐지요.

문자 덕분에 하루하루 지식이 쌓여갔어요. 하지만 방대한 양의 책을 어떻게 하면 여러 사람이 나누어 보게 할 수 있을까요? 요즘엔 누구나 책을 수십 권 가지고 있지만,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거예요. 원본을 한 자 한 자 손으로 옮겨 써야 했으니까요. 서양에서는 15세기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판을 만들어 인쇄하기 시작한 것을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본답니다. 우리나라는 자랑스럽게도 구텐베르크의 성경보다 훨씬 앞서 금속활자로 불경을 찍기도 했지요. 인쇄술 발명 이전에는 몇몇 특권을 가진 사람만 지식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어요. 그들 중에는 지식의 힘을 등에 업고 무지한 사람을 지배하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쇄술 덕분에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정보와 지식을 나누어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다 같이 힘을 갖게 된 것이지요.

작품 3 - '강철변신', 리우포춘, 2012. 사진
작품 3 - '강철변신', 리우포춘, 2012.
작품 3을 보세요. 밑에서 수많은 사람이 팔을 들어 바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 위에는 근육의 힘을 자랑하는 여러 겹으로 된 거인이 지금 막 탄생하고 있군요. 군중의 뜻이 하나로 모여 힘을 발휘하는 모습인가 봐요. 한 사람의 힘으로는 아주 작은 일밖에 해내지 못하지만, 수백만·수천만명이 하나가 되면 엄청나게 큰 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끔 군중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별 의미도 없는 곳에 힘을 쓰기도 하지요. 나쁜 집단이 약한 개인에게 위협을 주는 경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답니다. 그런 힘은 결코 아름다운 힘이라 할 수 없겠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오늘 '미술관에 갔어요'에서 살펴본 작품들은 '힘'과 관련된 작품들이었어요. 육체적인 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힘도 존재하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힘'이란 무엇인가요? 또, 여러분이 갖고 싶은 힘은 무엇인가요?

소마 미술관 (02)425-1077

이주은 | 건국대 교수(문화콘텐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