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1909년 대한민보에 실린 한 컷 '삽화'… 한국 만화의 시작이었죠

입력 : 2013.09.04 11:19

[46] 한국만화박물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설국열차', '아이언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세 영화 모두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단지 한국 만화냐, 프랑스 만화냐, 미국 만화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어디 영화뿐인가요? '궁', '꽃보다 남자', '풀하우스'처럼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중에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아요. 오늘은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오락거리이자, 유용한 학습 매체이기도 한 만화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려고 해요.

지하철 7호선 삼산체육관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오면 한국만화박물관이 있어요. 1층에서 표를 사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쭉 올라가면 3층 만화역사관에 닿아요. 이곳에서는 100년 한국 만화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답니다. 한국 만화의 역사는 1909년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의 한 컷짜리 만화 '삽화'에서 시작해요. 그 후 1950년대 말부터 만화를 빌려 볼 수 있는 '대본소'가 생기고, 1960년대에 만화방이 쑥쑥 생겨나면서 황금기를 맞이했어요. SF 만화인 '라이파이'는 그 당시 어린이들에게 최고 인기 있는 만화였대요.

(왼쪽 사진)난롯가에 둘러앉아서 만화를 볼 수 있는 추억의 만화방 모습이네요. (오른쪽 위 사진)한국만화박물관이 있는 경기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모습이에요. (오른쪽 아래 사진)만화 체험관의‘만화가의 머릿속’전시물이에요.
(왼쪽 사진)난롯가에 둘러앉아서 만화를 볼 수 있는 추억의 만화방 모습이네요. (오른쪽 위 사진)한국만화박물관이 있는 경기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모습이에요. (오른쪽 아래 사진)만화 체험관의‘만화가의 머릿속’전시물이에요. /한국만화박물관 제공
1960년대 후반, 만화는 된서리를 맞아요. 정부가 만화를 '6대 사회악' 중 하나로 정하고, 어린이날에 만화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불을 지르기도 했대요. 다행히 1970~1980년대를 지나면서 만화가가 다시 늘어나고, 만화를 볼 수 있는 매체도 늘어나면서 만화는 다시 국민 오락거리로 자리 잡았어요. 1982년 창간된 어린이 만화 잡지 '보물섬'에 '아기공룡 둘리', '악동이', '맹꽁이 서당'이 연재돼 큰 인기를 끌었어요. 그때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고우영 화백의 '일지매', 이현세 화백의 '공포의 외인구단', 허영만 화백의 '각시탈' 등의 만화를 즐겨봤대요. 한국 만화는 그렇게 발전해 오다가 오늘날 인터넷과 결합한 '웹툰'이 초절정 인기를 얻기에 이르렀지요.

한국 만화의 역사를 둘러보고 나선형으로 된 길을 따라 4층으로 올라가면 만화체험관이 나와요. 이곳에선 만화가처럼 직접 라이트박스에 종이를 대고 만화 캐릭터를 그려볼 수 있고요,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처럼 만화 속으로 직접 야구공을 던져볼 수도 있어요. 또 '열혈강호'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답니다. '만화가의 머릿속'이라는 방에 들어가 볼 수도 있는데, 만화가들이 다짐하듯 적어 놓은 생활 목표가 좀 웃겨요. ①아침에 일어난다 ②저녁에 잔다….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자는 게 생활 목표라니, 만화가들은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사람들일까 궁금해지네요.

체험관을 마치고 2층으로 내려오면 만화를 볼 수 있는 열람실이 있어요. 역사관과 체험관을 꼼꼼히 둘러본 친구라면 열람실에 들러 만화 한 편 보지 않고는 못 배길 거예요. 텔레비전 광고에서 라면을 후루룩 쩝쩝 먹는 배우를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침이 꼴깍 넘어가 가스불에 냄비를 올리고 물을 끓이게 되듯, 만화가 '당기니까' 말이지요.

한국만화박물관 (032)310-3090
이광희 | 어린이 역사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