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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으로 받은 쌀의 절반이 모래… 분노한 군인들 임오군란(壬午軍亂) 일으켰죠

입력 : 2013.09.03 08:52
흥선대원군은 구식 군사들의 난을 이용해 권력을 되찾으려고 했어요. /이진한 기자
흥선대원군은 구식 군사들의 난을 이용해 권력을 되찾으려고 했어요. /이진한 기자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로 떡 해 놓고 조약돌로 소반 지어 언니 누나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햇볕은 쨍쨍'이란 동요예요. 1930년대부터 불렸으니, 아버지·어머니는 물론 할아버지·할머니도 부르셨겠지요? 노랫말을 보면 모래알로 떡을 하고 조약돌로 소반을 차리며 소꿉놀이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네요. 소꿉놀이니까 모래로 떡을 만들지, 진짜로 모래를 먹을 수는 없겠죠? 그런데 조선시대에 나라를 위해 힘들게 일한 군인들에게 봉급으로 쌀을 줬는데, 모래가 반이나 섞여 있어 군인들이 크게 불만과 분노를 터뜨린 사건이 있었어요.

1881년 고종 임금은 일본의 후원을 받아 일본 군대처럼 근대식 복장과 무기로 무장한 새로운 조선 군대 '별기군'을 조직했어요. 신식 군대가 만들어지니 원래 있던 군대는 구식이 되고 말았죠. 별기군이 받는 대우가 구식 군대보다 훨씬 좋아서 구식 군대에 속한 병사들은 불만을 품었어요. 더구나 구식 군대 병사들에게 봉급으로 주던 쌀이 무려 13개월 동안이나 밀리자 병사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갔지요. 그러던 중 군인들의 봉급을 곡식으로 지급해주던 '선혜청'이란 관청에서 구식 군인들에게 밀린 봉급 중 한 달치 봉급만을 쌀로 지급했어요. 그런데 받아 보니 쌀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모래가 반이나 넘게 섞여 있었던 거예요. 이에 구식 군인들은 선혜청에 가서 관리들과 옥신각신 치고받고 소란을 일으키게 됐죠.

이 소식을 들은 선혜청 당상(★)이자 병조판서 민겸호는 말썽을 일으킨 구식 군대의 주동자를 붙잡아 혹독하게 고문하고 옥에 가두었어요. 동료의 소식을 들은 군인들은 참았던 울분을 터뜨리며 민겸호의 집을 부수고 흥선대원군에게 도움을 청해요. 대원군은 자신의 심복(★)을 군인으로 위장해 구식 군대를 지휘하게 하는 등 구식 군대 편에 섰어요. 자신을 조정에서 물러나게 한 명성황후와 그 일파를 몰아내는 기회로 삼으려 한 것이지요.

신식 조선 군대와 구식 조선 군대는 옷차림부터 달랐어요. 차별받은 구식 군사들의 불만은 임오군란으로 이어졌어요
신식 조선 군대와 구식 조선 군대는 옷차림부터 달랐어요. 차별받은 구식 군사들의 불만은 임오군란으로 이어졌어요.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구식 군대 군인들은 감옥에 갇힌 동료를 구하고 민씨 일파와 개화파 인물들을 죽였어요. 또 별기군 병영으로 몰려가 일본인 교관을 죽였고, 일본 공사관에 불을 질러 일본인들을 살해했지요. 이를 임오년인 1882년에 군인들이 일으킨 난이라 하여 '임오군란(壬午軍亂)'이라 불러요. 대원군은 이 세력을 등에 업고 다시 궁궐로 돌아와 권력을 잡았답니다. 하지만 궁궐에서 도망친 명성황후가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해 청나라 군대의 도움을 받아 대원군을 밀어내고 다시 권력을 잡지요.

이 사건으로 조선은 밖으로는 청나라의 간섭을 받게 되고, 일본과도 피해 보상 문제 등을 다룬 '제물포조약'을 맺게 돼요. 그 결과 일본군이 조선에 주둔하게 돼 조선에서 청나라와 일본군이 세력 다툼을 벌이게 되지요. 또 안으로는 청나라에 기대어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일본의 도움을 받아 개화하려는 세력이 충돌하는 '갑신정변'이란 사건의 바탕이 만들어졌답니다.


★당상(堂上):
조선시대에 정삼품 상(上) 이상의 품계에 해당하는 벼슬을 통틀어 이르는 말.

★심복(心腹): 마음 놓고 부리거나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지호진 | 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